오늘의 알라딘 2023. 12. 18. 16:44

튜너의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모든 오디오 파트가 다 그렇지만 쉽게 말해 '라디오' 한 대 가격에 이렇게 차이가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다른 오디오와는 달리 기계가 아무리 좋아도 아무 소용이 없을 수 있는 장비가 튜너이다. 전파가 안 잡히면 모든 것이 꽝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로 이사 오다 보니, 주변에 고층아파트에 파묻혀있는 형국이 되었다. 게다가 창가에서 시스템을 운용하던 이사 전의 구조와는 달리 거실 한 복판에-그나마 개방감이 있는 창문과는 5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세팅이 되다 보니 전파 수신율이 거의 제로상태이다.

집 사람도 낮에는 심심치 않게 FM을 애청하며 살았는데, 이제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다. 아이예 튜너를 빼내 장롱에 처박아놓은지가 이제 한 달이 되어간다.  주방 TV에 부속된 감질나는 라디오 소리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몇 만 원 안 되는 고물 튜너이길 망정이지 비싼 제품이었으면 상심이 컸을 뻔했다.


오늘 포터트럭에 쓰이는 안테나를 구했다.  동호회 사이트에서는 웬만한 실내안테나를 능가한다고 하니 기대를 가지고 세팅을 시도해 봐야겠다.

튜너신공은 결국 전파 잡기일 수밖에 없다.

▶ 3월 14일 추가 :
    결국 전파잡기에 실패했다. 말소리를 식별 가능한 수준까지는 성공했으나, 클래식 FM은 무리다.


[글 더하기]

오늘은 2023.12.18

 

지금처럼 방송국마다 앱이 있고 이걸 블루투스에 연결하면 꽤 들을만한 음질이 되는 그런 세상이 아니었다. 겨우 인터넷 송출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노트북을 이용해 외부 DAC를 걸어 우회해야 하는 배보다 배꼽이 되다 보니 어찌 되든 튜너를 살려야 했다.

 

불과 몇만 원이었던 중고 인켈 튜너가 그나마의 역할에도 실패하고 한동안 튜너가 없이 살았다.

포터트럭 안테나를 비롯해 아파트 공청안테나 신공 등 문과생이 할 수 있는 이과 코스프레는 다 해 봤는데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좌절을 맛본 시절이다.

 

세월의 페이지를 넘겨 스트리밍 주소를 적어 넣은 ROON을 이용해 KBS FM 인터넷 라디오로 주말마다 BGM으로 즐기며 살게 되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이젠 특별한 노력과 기기 없이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때로는 노력보다도 세월의 관조가 이기는 법이다. 

 

많은 얼리어답터의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 끝의 성공경험으로 걸러진 대량생산의 이득은 결국 엉뚱하게도 뒤늦게서야 시장에 뛰어든 사람이 얻는다. 'Winner Takes It All'의 세상이지만 어차피 모두가 한 명의 위너가 되기 애쓰기보다는 파레토 법칙의 롱테일 위에 서는 편이 낫다.을 수도 있다.

 

적어도 오디오에선 너무 앞서나가지 말자. 

더 좋은 오디오는 늘 그 내 선택 다음에 나타난다.


❤️ 수익을 위한 글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공감하트/구독하시면 그저 조금 더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