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9.3] 세계최초 버블드럼 세탁기
가끔 영화 속에서 멋진 여배우의 거품 목욕신이 등장할 때가 있다.
그 관능적인 아름다움은 그만두더라도 한 번쯤은 저런 거품 속에서 편안히 목욕을 즐겼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하루의 피곤이 개운하게 없어질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집에서는 생각보다 영화 속의 거품을 만들어 내기도 힘들고 그렇게 들어앉아있을 여유도 별도 없다.
오늘 적어도 빨랫감에게는 그런 호사를 누릴 시대가 열렸다. 멋진 거품과 함께 말끔한 세탁이 가능한 이 획기적인 세탁기가 사뭇 기대가 된다. 연초에 세탁기를 새로 구입했는데, 왜 매력적인 물건은 꼭 내가 구입한 이후에 출시되는 걸까?
삼성전자는 드럼세탁기의 뛰어난 세탁력을 보이면서도 전자동 세탁기 수준의 짧은 세탁시간을 구현한 신개념 세탁기 '하우젠 버블' 15개 모델을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물에 세제를 녹이고 거품을 만들어 세탁하던 기존의 세탁방식에서 벗어나 세탁 시작 후 2분 만에 고운 세제 거품을 가득 차오르게 만들어 세탁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버블엔진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버블엔진에서 만들어지는 버블은 기존 세제에 비해 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옷에 깊고 빠르게 침투, 세탁비를 최대 1.04까지 향상시켰다. 세탁, 헹굼 시간을 줄여 업계 최초로 기존 드럼 세탁기의 절반 수준인 59분대의 세탁시간을 선보인다.
또한 업그레이드된 버블 청정 헹굼은 헹굼물의 탁도(물의 흐림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가 1.0NTU로 수돗물 수준의 맑기를 달성하였다.
특히 하우젠 버블은 세탁시간과 물 사용량이 줄어들어 1회 세탁 시 소비전력량을 22%, 물 사용량을 32% 감소시켜 연간 기준으로 기존대비 전기는 3개월, 물은 4개월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효과가 있어 고유가 시대 에너지 절감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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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2.8.
지금 다시보니 디자인이 영 촌스러운데 당시 빅히트한 제품이었다. '버블, 버블~'하는 CM송도 제품 못지않게 유행이었고 당시 모델이었던 한가인이 직접 부른 버전도 나온다 했는데 실행에 옮겨졌는지는 모르겠다.
어느 순간 더이상 세탁기 광고에 '버블'을 강조한 기종도 홍보 문구도 없는 걸 봐선 그 사이에 드럼 세탁기의 기본 기능이 되면서 더 이상 경쟁력 있는 소구 포인트에선 제외된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엔지니어링 설계자들의 고충을 이해할만하다. 1911년 월풀에서 자동 세탁기를 출시한 지 100년이 넘은 세월에 더 이상 뭘 더 갖다 붙여 개선할 여지가 있겠냐만은 대단하게도 매년 꾸준히 신제품과 신기술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역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기술이 아니다 보니 곧 한 두 해 만에 경쟁사들도 죄다 사용하는 그저 그런 업계 표준이 되고 마니 말이다.
그럼에도 그 한두해의 경쟁우위를 위해 오늘도 무수한 공돌이들을 갈아 넣는다. 한 박자 뒤떨어진 제품이 가성비를 찾는 누구에겐 둘도 없을 매력적 제품이긴 하지만 결국 명품이란 호칭은 그 작은 차이를 조금 더 앞서나가며 길을 만드는 것에게 돌아간다.
우연히 예전 회사의 CFO셨던 분의 요즘 카톡 프로필을 봤다. 눈에 밟힌다.
"잘하자. 다르게하자. 탓하지 말자."
온전한 본인 책임하에서 명품을 향한 작은 차이를 벌리고자 한 노력이라 해석한다. 언젠가 터져 없어질 버블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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