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6.1.] 맛집 - 40년 전통의 한우 등심전문 왕십리 '대도식당'
가끔 회사 회식 때 방문하던 왕십리의 '대도식당'을 지난 주말 가족과 찾았다. 정말 오래간만에 소고기를 구워 먹는 거다. 아! 불쌍한.
여전히 그리 친절하진 않고, 메뉴는 등심 하나 뿐이다. 그래도 자리엔 사람으로 넘쳐난다.
숯불이 아닌 무쇠판에 지방 기름을 두르고 구워 낸 등심을 소금장에 찍어서 파무침에 곁들여 먹는 것이 이 집의 40년 전통이다. 다른 쌈채소는 없다.
대로에서 멀진 않지만 골목에 들어가 있는 집이라 초행길이라면 찾기가 수월하진 않다. 하지만 발레파킹이 가능한 주차장을 따로 가지고 있고 허름한 간판이며 입구에 비해서는 홀도 꽤나 큰 편이다.
적당한 가격에 넉넉한 양. 질 좋은 한우. 이 집의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고기를 능가하는 또 하나의 메뉴. 흔히들 '깍두기 볶음밥'이라고 하는데 이걸 먹기 위해 일부러 이 집을 찾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다 먹고 난 무쇠판에 그대로 다진 깍두기와 국물을 넣고 밥과 함께 뚜껑을 덮어놓은 후에 밥이 적당히 바닥에 눌어붙게 만든 후에 먹는 그 맛이란! 두 공기의 밥을 볶아 남김없이 비웠다.
어쩌다 콜레스토롤 수치를 좀 높여야겠다 싶을 때, 아님 삼겹살에 너무 지쳤을 때 찾아가 보기를 추천한다.
여러 지점이 있으나 이곳 왕십리 본점과 삼성동점만이 직영점이라 한다. 나머진 이름 빌려주는 형태로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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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5.22.
그제 20일은 내 생일이라 본문의 대도식당 왕십리 본점을 찾았다. 어쩌다 보니 특별한 계획 없이도 생일 저녁 식사 장소가 마땅하지 않을 때 의례히 찾는 곳이 되어 버렸다. 그러니 이곳을 제법 고정적으로 들락거린 지도 15년이 넘었단 말이고 대도식당의 역사도 이제 60년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사이 식당의 포지셔닝이 많이 바뀌었다.
마장동에서 도축해 온 등심 한가지인 고기 메뉴와 단출한 반찬 그리고 깍두기 볶음밥은 여전하지만 두 동의 건물 전체를 리노베이션 하면서 예전의 노포 분위기는 아예 없어졌다. 신발 벗고 다닥다닥 붙어 앉아 양은쟁반에 아무렇게나 썰어진 듯한 등심을 구워 먹던 것은 이젠 추억이 되었다.
더이상 저렴하지도 푸짐하단 느낌도 없어졌다. 아니 이젠 한번 방문하려면 주머니를 만져가며 계산을 좀 해 봐야 하는 주저하는 곳이 되었다. 한마디로 '인테리어와 가격에 고급화'의 길에 나선 것. 제법 간격이 있는 테이블 세팅과 내부 인테리어가 가벼워진 1인분 몸무게의 등심과 어울리는 그런 장소가 됐다.
하지만 여전한 맛의 고기와 깍두기볶음밥 그리고 기꺼이 지갑을 열 사람들이 있는 한 맛집으로 '아직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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