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의 오늘

[2009.7.8.] 쌩뚱맞게 영어 사전을 하나 샀다

오늘의 알라딘 2024. 6. 4. 07:57

인터넷으로도 얼마든지 단어조회가 되는 세상이고 따로 전자 사전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종이로 된 사전을 뒤적여 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잠깐 서점에 내려가서- 회사 건물 지하에 대형 서점이 있다. 감사한 일 중에 하나이다.-Longman의 영어사전을 하나 새로 구입했다.

<Basic Dictionary of American English>

 
지난 2주간 미국을 방문한 길에 처남집에 굴러다니던 녀석과 같은 것을 구입한 것이다.  아마 각각 미국 초등학교 1학년과 Pre School에 다니는 꼬맹이 조카들을 위해 비치해 놓은 사전이었을 텐데 잠깐 들여다 보고는 귀국하자마자 구입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책이다.

흔히 미국인이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단어는 3,500단어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들 중학교 2학년 수준의 영어단어라는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 단어들이 필요할 때 생각이 안 난다는 것이고 들어도 그 단어인지 못 알아듣다는 데 있다.

형편없이 수준이 낮은 사전이라고 할 지 모르겠으나 잠깐 들여다본 바로는 미국식 발음이 비교적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발음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바로 알아챌 수 있다. 게다가 쉬운 단어 설명과 (나름 원서이니 영영사전인 것은 아시겠지?) 단어마다 적절한 예문이 달려있다. 내가 구입한 이유는 바로 이 예문 때문이다.

흔히 단어를 외우는 것에 그치는 것이 보통인데, 그러다 보니 적절한 미국식 용법과는 다른 유사한 단어를 구사할 때가 많아진다. 비슷한 말이긴 한데 정작 미국사람은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구사하는 셈이다. 하지만 예문을 외운다면 상황에 적절한 단어가 연계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내가 학습하고 싶은 부분이 정확한 미국식 발음(악센트가 중요하다!)으로 예문을 통째로 외우는 것이다.

내 돈 들고 나가서 입국심사 때 물어보는 거 대답하고, 물건사고, 밥 먹고, 호텔에서 잠자고, 간단한 길 물어보고.... 이런 일상을 해결하는 데는 큰 불편이 없지만 그네들의 속도로 진행되는 대화에서는 징검다리로 들리는 단어들을 연결하기에 바쁘다.  모두 3,500 단어가  정확한 발음으로 익혀지지 않은 탓이다. 

다 늙어서  'Basic Dictionary'를 들고 다니는게  '쪽'은 팔리겠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꼴에 물 건너온 책이라 비싸다. 2만원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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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6.4.
 
15년 전 일이다. 다시말해 여전히 집 책장에 꽂혀는 있지만 더 이상 들여다 보진 않는다. 그사이 세월이 변했다. 전자사전이 세상에서 멸종했으며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발음은 더 정교해졌고 앱에 따라서는 성별과 지역별 독특한 발음을 고를 수도 있다. 필요로 했던 다양한 예문을 함께 보여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래서 요즘 학생들도 아직 종이사전을 사용하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AI로 즉시 통번역까지 되는 세상이다보니 내겐 더 이상 사전을 펼 일이 없다. 이제는 사전을 펴 단어를 찾던 시절을 추억삼아 이야기를 하며 "그땐 그랬지 말이야"하는 라테의 변종이 되는 시대가 됐다.
 
시간이 흘렀고 세상이 좋아졌고 야나두를 취미(?)삼아 듣고 있으면 영어실력이 꽤 늘어야 할 텐데 이건 또 다른 말이다.
 
목적의식이 불분명하다 보니 취미의 영역으로써의 한계가 있다. 반복해 쓰고 읽고 할 일이 없으니 오히려 알던 단어들까지 함께 소멸해 간다. 박찬호가 그 LA 몇 년 사이에 혀 짧은 한국말하는 걸 욕했었는데 얼마나 영어에 몰두했으면 그리됐을까 이해가 될 듯도 하다. 
 
활용도가 어찌되었건 노란색 미국 아동용 영어사전은 이제 추억의 물건이 되어 가끔씩 눈에 뜨일 때마다 15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주는 용도가 된다. 조만간 대청소를 할 생각인데 또 한 번 타임워프를 경험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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