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7.28.] 사람 만나는 것이 불편해 질 때
오늘따라 거래하는 교육 업체의 담당자들이 인사차 찾아오겠다고 연이어 연락이 온다.
거래처라곤 하지만 외부에 교육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일 년에 고작 한 차례의 거래(?)가 있을까 말까인데도 또 찾아온단다. 불경기는 불경기인가 보다.
찾아와 봐야 전에 줬던 것과 같은 내용의 프로그램 안내장을 들고 오는 것이 보통이고 나 역시 딱히 도와줄 방도가 없을 때가 많아 만나는 것이 썩 유쾌하지 않은데도 온다는 걸 거절하지 못한다. 나도 영업을 해 봤으니 방문마저도 거절 당했을 때의 심난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오전에 한 업체가 다녀가고 점심 시간에 맞추어 또 다른 업체의 담당자가 찾아왔다. 업체 사람을 만나면 무슨 대접이라도 받을 것 같지만, 얻어먹으면 내 맘만 더 부담스러워서 보통은 나 보다 아래 연배인 그 친구들에게 밥 한 그릇 먹여 보내는 것이 보통이다. 오늘도 마침 밖에 비도 오고해서 우산 없음을 핑계로 사무실 지하 식당에서 쟁반짜장 하나를 사 먹여 보냈다.
시골에서 막 상경한 것 같은 외모의 친구이다. 날 만나 하고 싶은 말이 분명 있어서, 목에서 넘어오려는 게 다 보이는데도 물어보지도 않은 오대산 휴가 얘기로 빙빙 말을 돌린다. 밥을 거의 다 먹어갈 쯤에서야 새로 만든 과정이 반응이 좋다면서 한 참 너스레를 떤다. 한 마디로 자기네 교육 과정 한 번 이용해 달라는 말이지.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거래를 위해 두 달에 한 번은 찾아오는 기특한 친구여서 그냥 후배처럼 대하기는 하는데 늘 이런 '거래'를 전제로 만나는 것은 탐탁지 못하다. 이러고 보내고 나면 어떻게든 한 번 도와줘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의 빚'을 갖는 것도 사실이고.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불편함을 주는 사람이진 않을까?
그냥 오디오쟁이들처럼 늦은 밤에도 불쑥 남의 집에 찾아가 음악 하나 듣고 차 한 잔 얻어 마시고, 맘에 드는 기기 하나 '보쌈'해 오는 그런 쿨내 진동하는 만남들만 있으면 안 되는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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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7.2.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겠지만 신세를 지는 것이 불편하다. 하나를 받았으니 하나를 줘야 하는 기브 앤 테이크의 거래관계가 예의와 염치라는 이름으로 사람 사이에 끼다 보면 그러한 관계가 오래갈 수도 없도 없고 만나는 내내 뒷맛이 개운치 않다.
초등학교 이전에 만났던 친구들이 아니고서야 어느 정도 머리가 굵어진 이후엔 만난 대부분의 관계에서 적든 크든 어느 정도 이러한 불편함이 자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긴 회사생활 덕에 최근의 인간관계란 것이 전부 회사 사람들이다 보니 퇴직을 하거나 조직이 바뀌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안면을 바꾸기 마련이란 걸 안다.
나이들 수록 인간관계를 줄이고 적당한 사이를 넓히라는 조언이 틀린 말이 아니다. 기억력이 쇠퇴함에 따라 중간 기억들이 소실되어 늙을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으로 인지한다. 남은 기억들 사이사이에 굳이 다른 사람보다는 나와 가족이 그나마 남아있을 수 있어도 성공적이다.
남을 추억해 줄 만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사실이다.
그러니 불편한 관계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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