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딸, 하나님의 은혜에게

[2010.5.25.] 아이 키우기가 힘들어질 때

오늘의 알라딘 2025. 1. 24. 08:41

아이가 속을 썩여서도 아니다. 그렇다고 아이의 몸이 아파서 그런 것도 아닌데 점점 아이 키우기가 힘들어진다.

 

순전히 아이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의 한계 상황 때문이긴 하지만 이제 편하게 아이의 공부를 지도해 줄 수가 없다. 딸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간 후론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의 수가 현격히 줄어들었다. 소위 국영수 핵심과목은 이제 손을 놓아야 한다. 학교 때 잘했다고 생각한 과학(물리/생물)이나 지리 등도 이젠 한참을 미리 공부하지 않으면 한 입도 뗄 수 없다.

 

여기에 가끔 닥치는 미술 숙제를 도와주는 것도 만만치 않다. 쓰고 그리는 예술적 소양이 충만하다고 '입방정'을 떨어온 탓에 아이의 미술 과제물을 봐주는 것도 죄다 내 몫인데 이게 점점 난도가 높아간다. 과제는 본인 스스로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도와주고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법을 터득할 수 있는 벤치마킹의 한 방법이라 생각해서 할 수 있는 한 적극적으로 도와서 함께 하고 있다.

 

지난 연휴 며칠 저녁을 끙끙거리며 실내 디자인 '모형'을 만들었다. 아이가 인터넷에서 골라놓은 디자인 샘플을 보고 그대로 만들면 되는 것이지만 갑자기 만들만한 재료도 부족하고 아마추어가 덤벼들기에는 제작 기법도 낯설다. 

 

오리지널 디자인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생략과 여백의 묘를 살린 '날림'작품이지만 다행히 마무리를 잘하여 제출했다고 하니 다행이다. 아이의 이름을 따 'Grace'로 이름을 붙인 Cafe 디자인 모형이다. 부실하지만 인증샷 몇 장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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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1.24.

 

뭐 귀찮은 척했지만 아이 숙제를 핑계로 나 좋아하는 '작품'을 했다.

 

일부러 스케치북을 꺼내 끄적거릴 형편까진 안 되니 이런 기회를 통해서라도 잠시 숨겨진 벽화의 욕구를 분출하는 거다. 잘하고 말고 와는 상관이 없다. 이젠 나와는 영영 인연이 안 되어 버린 영역에 가끔 기웃거리는 재미다.

이젠 아이도 출가했으니 억지로의 기회도 없어졌다. 나중에 우연히라도 물감을 만져볼 날이 있을까? 나에 대해 모를 일이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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