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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7.27.] 애플의 A/S 체험기, 역시 우리 스타일은 아니다.

오늘의 알라딘 2025. 2. 21. 08:41

애플의 전시장을 한 번 찾아가 보면 본인의 필요와 상관없이 멋들어진 디자인에 빠져 소유욕을 떨쳐버리기 어렵게 된다. 다만 여기에 전제조건이 있는데 '삼성'스러운 사후 서비스에 대한 기대는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리퍼'란 낯선 말을 일반인들도 쉽게 쓰는 단어로 전파한 애플의 공로(?)도 익히 들은 바이지만 아이폰에서 발생한 충전 중 화재까지도 소비자 과실로 처리되었다는 기사를 보면서 이건 좀 아니다 싶다. 하지만 이런 일은 직접 당하기 전까지는 '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구입 당시에는 앞 뒤 재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나의 일'이 된 사건이 발생했다. 딸 아이에게 사준 아이팟 3세대 32GB의 액정 특정 라인이 터치가 안 되는 에러가 생겼다. 복원도 해보고 OS를 4.0으로 업그레이드를 해봐도 소용이 없다. 할 수 없이 악명 높은 애플의 AS를 경험해 보기로 했는데 이게 시작부터 삐그덕인다.

 

먼저 AS센터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애플코리아의 직관적이지 못한 홈페이지가 문제인지 아님 내 웹서핑 실력이 부족해서인지 겨우겨우 서울에 몇 안 되는 UBASE 소속의 센터를 찾았다. 수서 사무실에선 제일 가까워 보이는 삼성동 코엑스몰의 'a#'을 방문하기로 했다. 주말엔 쉰다 해서 업무 중에 겨우 짬을 내 방문하기로 했다. 일부 센터의 경우 주말에 근무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짧은 시간 동안의 '접수'만 받는 것에 불과하다.

 

몇몇 궁금한 내용을 사전에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했다. 통화가 되었다면 그건 당신이 오늘 재수가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11시 근무 시작이라는 비한국적 근무 패턴도 불만이었지만 현장 접수직원이 전화상담까지 동시에 진행해야 해서인지 20여 통이 넘는 시도 끝에 겨우 몇 분의 통화가 허락되었다. 그 흔한 '잠시 기다리시라'는 ARS 멘트조차 없다. 형식적인 멘트를 날릴 여유도 없다는 쿨한 근무 자세가 맘에 든다.ㅠ

 

방문해 보니 직원 세 명이 눈코 뜰 새 없이 접수며 반납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친절하긴 한데 부족한 또 한 가지. 원스탑 서비스가 전혀 안 되는 구조이다. 접수 후 테스트, 리퍼판정과 실제 수리/교환이 각 각 이루어지다 보니 삼성처럼 맡기고 좀 기다렸다 찾아오길 기대했다면 그리 현명한 상상이 아니다.

 

금요일(7/23일)에 접수한 기기의 판정 여부도 오늘 화요일(27일) 정오가 되도록 어찌 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바 없다. 하도 답답해서 역시 오랜 시도 끝에 통화에 성공해서 물어보니, "테스트 중이다. 여기에만 4~5일 걸린다. 테스트 과정에서 이상이라고 판정되면 교환까지는 또 4~5일 걸린다."

 

아니 무슨 인공위성이라도 테스트를 한단 말인가? 테스트에만 4~5일씩 걸려? 이상 증상 외에 배터리 테스트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데 어차피 부분 수리를 해줄 것도 아닌 이상 필요 이상의 점검을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최종 조치까지 열흘이 걸린다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저 직원의 응대를 애플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일일까? 게다가 최초 접수자는 금요일 퇴근 시간 이후에 복원 작업 등의 확인을 거쳐 바로 연락드리겠다고 했는데, 그 말과는 전혀 다른 응대라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 추가(10.7.28.) - 오후 3시 30분에 드디어 연락이 왔다. 만 5일 만이다. 테스트가 완료되었고 교품처리 해주기로 했단다-당연한 거 아니니?- 앞으로 3일 정도 더 기다리면 물건을 바꿔 주겠단다. 니들은 참 좋겠다. 그리 속 편히 말할 수 있으니. 애플을 사용한다는 것. 그것은 최고의 디자인과 성능을 갖은 제품을 사용하는, 스타일리시한 얼리 어답터가 되는 것과 같은 의미겠지만 매일 아슬아슬한 파손 위험의 외줄을 타는 곡예사가 된다는 것과도 같은 말이다. AS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애플에 대한 보험을 들어둬야 할 강한 이유가 생겼다.

※ 추가 (10.8.2.) - 드디어 완료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정말 열흘만이다. 그런데 끝까지 애플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완료되었다는 문자에 찍힌 접수 번호가 인수증이랑 다르다. 마지막 네 자리가 전혀 다른 숫자다. 힘들게 방문했다가 다른 사람의 번호가 잘못 안내되었다는 황당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 상황을 확인하려고 한 시간 가까이 통화를 시도했지만 역시 전화를 받지 않거나 통화 중이다. 제길슨. 만약 착오였다면 매장을 한바탕 뒤집어 놓을 각오로 올 들어 제일 더운 날, 삼성동 코엑스를 다시 방문했다. 결국 전산 오류로 접수번호가 바뀌었다는 믿기 어려운 변명을 듣고 완전 방전 상태의 새 아이팟을 받아오는 것으로 이번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앞으로 예정된 데이터 이식 등의 번거로운 작업은 그만두고라도 애플과 보낸 지난 열흘이 정말 참 힘들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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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2.21.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상황이었다. 미국식 AS방식을 고집한 데다 그나마 AS망이 몇 개 안 된 상황에서 제품은 미친 듯 팔려나가 서비스 수요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출시를 앞둔 아이폰4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에선 마음이 복잡했고 결국 아이폰의 구입 시에는 휴대폰에 처음으로 보험이란 걸 가입했던 기억이다.

 

저런 서비스를 당하고도 그때는 '더 이상 만나지 말자'는 이별을 고하지 못했다. 그만큼 기다리고 있는 아이폰4에 대한 갈증이 심했던 시절이다. 이국타향의 어느 누군가를 이토록 매료되게 만들었던 당시 스티브쟙스. 그가 갑자기 그리워진다. 아쉬움이 진하지만 생각해 보니 역시 박수 칠 때 사라지는 것이 현명했다. 그가 원하지 않았던 결말이었더라도.

 

그나저나 요즘 애플의 AS는 많이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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