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10.8.7.] 새로운 업그레이드 - 판테온 Mk3.3 완료

오늘의 알라딘 2025. 2. 27. 09:25

작년 7월 구입 이후 9월에 한 번, 12월 말에 또 한 번의 공식적인 업그레이드가 있었고 이번이 세 번째 작업이니 오늘로써 '판테온 Mk3.3'이 되었다. 물론 업그레이드 사이사이에 튜닝 작업이 두 번 더 있었지만 모두 내 취향에 맞추기 위한 마이너 튜닝이라 버전의 업그레이드라 보긴 어렵다. Tone의 입장에서는 거의 6개월마다 한 번 그간의 기술 진보를 반영한 업그레이드를 단행하고 있는 셈인데 사용자 입장에선 업그레이드의 호불호를 떠나 다른 기기로 도저히 눈길을 돌릴만한 빈틈을 줄 수가 없다.

 

이 과장님은 휴가 중이고 사장님은 오후에나 나오신다 하니 안면은 있지만 성함도 여쭙지 못한 기사님이 수고하셨다. 기사님이 워낙 과묵하신 편이라 업그레이드 이후의 개선점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듣진 못했다. 설명해줘 봐야 알아듣지도 못할 것이고 어차피 사용자 본인이 귀로 해결해야 할 몫이다.

K-1의 뒷면. 뒷쪽에도 우퍼가 채용된 탓에 앞면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모양이다.

이전과는 배치가 바뀐 Tone의 시청실. 오디오갤러리로부터 협찬받았다고 하는 Vivid의 'K-1'이 눈에 띈다. B&W의 노틸러스를 개발한 수석엔지니어가 세운 회사라지만 음의 성향은 꽤나 차이가 있다. 우퍼가 앞 뒤로 동일하게 두 개씩이 채용되어 위상 반전을 꾀한 스피커로 B&W의 모니터적 성향보다는 유닛의 특성을 최대로 살린 하이앤드적 기질이 다분한 스피커인데 탄노이 일색이던 Tone의 시청실이 모처럼의 새로운 소리에 신선하다.

작업은 콘덴서를 교체하고 볼륨 저항을 바꾸는 것이 메인이었는데 약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업그레이드 작업이 완료된 이후 시청실에 자리하고 테스트 중인 나의 판테온Mk3.3!

이번 작업의 특징은 무대가 넓어진다는 점과 중고역의 특성이 개방적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의 무대가 좌우로 한 발씩 넓어졌으며, 얼마 전 교체한 네오복스 스피커 케이블인 오이스트라흐의 특징이 무대를 앞으로 빼내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이번 작업으로 다시 무대가 한 참 뒤로 물러섰다. 또한 중고역대 악기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해상도가 한층 높아진 인상이다. 여기에 볼륨 저항을 바꾼 탓인지 9시 방향의 볼륨에서도 업그레이드 직전의 11시 방향만큼의 음량이 쏟아져 나온다. 덕분에 스피커를 통제하는 구동력은 한층 더 강화된 느낌이라 세상에 못 물릴 스피커가 없어 보인다. 다만 안 들리던 고역대 소리가 살아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약간 소란스러워진다. 하이앤드 성향이 대게 그렇지만 밝으면서도 지나치게 흥분되게 부양된 느낌에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내 취향은 낮게 가라앉은 쪽이다- 결국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적당히 양보해야 하는 법이다. 이제 음악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 6개월 후의 또 다른 업그레이드 소식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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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2.27.

 

제 아무리 이름난 관광지를 다녀와도 지나고 나면 기억도 희미하고 심지어 갔던 곳인지 조차 아리송한 그런 곳이 있다. 마음속에 남은 감흥이 없단 말이다. 반면 시골 할머니집 아궁이 부엌같이 별로 유명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두고두고 뇌리에 남고 그곳의 냄새까지 각인되는 그런 곳이 있다.

 

지금은 인근으로 이전했지만-이전한 곳은 가 본 적이 없다-당시 톤코리아의 지하 공방이 내게는 그런 곳이었다. 제법 큰 지하실을 크게 보면 청음공간인 시청실과 작업공간 그리고 응접실로 구별했지만 맥시멀리즘의 전형처럼 온갖 것이 다 뒤섞여 있어서 공간을 나눈 의미가 있다던가 깔끔히 정리되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만들다만 앰프들, 케이블 더미, 벽면을 가득히 채우고도 남아 바닥에 놓인 LP, 오디오 관련 잡지, 시청용 스피커 여러 조, 사장님의 취미인 듯한 와인 셀러 그리고 뜬금없는 녹차 다기 세트까지. 책으로만 본 김갑수 선생의 줄라이홀 마이너 버전인 듯했다.

 

지하실 특유의 꿈꿈 함과 오디오 부품과 납땜 냄새 그리고 오래된 LP판들이 내는 묘한 향이 뒤섞여 외부로 난 창 하나 없는 이곳 지하 공간이 묘한 분위기를 내는 장소로 기억된다. 그리고 그 기억이 15년이 흐른 지금도 의외로 강한 것이어서 내겐 아무 이유 없는 노스탤지어가 되어있다. 

 

이런 걸 보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소구 하는 것에는 반드시 세련되거나 깔끔하거나 심지어 깨끗할 필요가 없다. 귀 깨진 투박한 뚝배기가 평생을 가는 법이다. 

 

오래된 것들을 매일 소환하다 보니 이제는 더 이상 꾸미고 가릴 필요가 없는 내 모습이 점점 편해질 때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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