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19.] 해 묵은 숙제, CD 정리하기
한 장 한 장 모아 온 CD의 개수가 1,000장을 넘어가기 시작하고서부터는 더 이상 헤아리는 일은 일찌감치 그만두었다. 지금은 얼추 2,000장은 될 듯하다. 장식장이 부족하다 보니 틈날 때마다 이리 포개어 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박스 CD들을 옮겨보기도 하면서 공간을 확보하는 일만 반복할 뿐이었다.
이번에 서재의 서가를 거실로 내온 김에 늘 맘 속의 숙제였던 CD를 정리하기로 했다. 정리라고 해봐야 기존의 장식장을 버리고 현관 입구 벽면에 선반을 새로 만들어 다시 수납하는 것이 전부지만 당분간 나름대로는 쾌적하게 CD를 보관할 수도 찾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업자에게 의뢰한 선반이 제작되어 돌아올 때까지 미리 CD들을 거실에 내려놓고 보관할 순서대로 재배지 했다. 늘 그랬던 것 처럼, 작곡가 순서대로, 그 안에서는 교향곡/협주곡/소나타/기악곡/성악곡 순서대로 줄을 세웠다. 몇 장 안 되는 재즈와 POP은 그다음 순서이다.
거실 마루를 돌아가며 줄을 세워놓아 지저분하다. 곧 선반이 도착해 제대로 정리가 되면 제법 그럴싸한 거실이 될 것이다. 뒷 벽으론 책이 가득하고 왼쪽 벽으론 CD가 가득하고 오른쪽 창으로는 따뜻한 햇빛이 가득하고, 정면에서는 늘 멋진 음악이 터져 나오는! 사방이 나를 위한 공간이 이제 곧 완성된다.
이제야, 절반의 꿈이 이루어진 듯!
※ 추가 - 선반이 완성되어 CD를 정리했다. 그냥 평범한 현관 입구 유리벽을 18T의 체리무늬목을 이용해 13칸의 선반으로 만든 것인데 이래 봬도 높이가 240 정도 나오다 보니 맨 위칸은 손이 겨우 닿는다. 이제야 정말 헐렁헐렁하게 여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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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3.14.
거실의 쇼파며 티테이블 등이 변경되었지만 책장과 CD장은 여전히 저 모습이다. 이제는 다시 읽거나 듣는 일이 드물어져 말 그대로 장식의 의미가 더 강해졌지만 여느 중고품과 달리 선뜻 버릴 수 없는 보물이다.
하고 싶고 보고 싶은 것은 많은데 시간이 없으니 결국 어느 것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내게는 지금 음악 듣는 시간이 현격히 줄었다. 대신 TV프로그램이나 넷플릭스 같은 OTT에 들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인생에 이렇게 브라운관을 끼고 산 적이 없었는데 역대급이다. 그만큼 예전에 비해 쏟아지는 콘텐츠의 양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 남아도는 게 시간일 줄 알았는데 아직 덜 들어서 그런 것이지 눈 뜨고 잠들 때까지 빈틈이 없다.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아직은 무엇을 더 하려면 결국 포기하는 일들이 생겨난다.
내일 주말도 몇 가지 스케줄 덕에 새로 생긴 취미인 볼링을 즐기려면 또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 내일의 포기는 또 어쩔 수 없이 수면시간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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