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4.] 이래서 나이를 먹었다 소리를 듣나 보다
갑자기 글을 읽고 쓰는데 흥미를 잃은 지 꽤 시간이 지났다.
집에서 미친 듯이 읽어 내려가던 소설들에도 관심이 덜해져서 화장실용(?)으로 비치된 수필들만 오가고 있다. 그렇다고 음악 듣기에 매진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운동을 열심히 나간 것도 아니다. 내 성격상 하나가 시큰둥해지면 다른 것에 몰두해 있기 마련인데 이번엔 그렇지도 않다. 한 마디로 지난 연말께부터 모든 것에 시큰둥해진 것이다.
이유를 돌이켜보니 그 어간부터 몸의 컨디션이 그다지 좋은 날이 별로 없었다.
신체 외견상으로는 20대였던 시절보다 오히려 균형 잡힌 몸매에 적당한 체중, 평균 이상의 근육량을 가진 근육질로 그다지 나쁘지 않은데 왠지 골골하다.
그렇다고 앓아 눕거나 약을 달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주기적으로 몸살끼도 있고 감기 기운도 찾아온다. 다행히 그때마다 약에 의존하기보다는 비타민이나 먹으며 쉬면서 이겨 내고 있지만 이게 자꾸 반복되니 슬슬 짜증이 난다.
몸이 불편하니 만사가 귀찮아지고 운동도 거르게 되고 안 보던 TV드라마에나 몰입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래도 '시크릿 가든'은 재미있다^^)
껍데긴 멀쩡한데 슬슬 상태는 예전만 못하니, 나도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나 보다.
해도 바뀌고 뭔가 새로운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해야 할 1월인데, 이제는 자꾸 뭔가를 '지키고 잃지 않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에 자그마한 슬픔까지 배어난다.
필요 없이 자꾸 내리는 서울의 눈발에도 공연한 시비를 걸고 싶은 요즘, 남은 건강이라도 챙기자며 스스로 다독거려야 하는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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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3.25.
다 알다시피 15년 전 글들을 이곳으로 옮겨오는 중이다. 그중에 별 의미 없는 것들은 버리고 있어서 글 쓴 게 없는 것처럼 날짜가 중간중간 구멍이 나 있다. 그런데 딱히 버린 글이 없는데도 바로 앞글은 2010.11.16. 에 쓴 것이고 오늘 옮긴 것은 2011.1.14의 글이니 사이에 두 달이나 뭔가를 적는 일을 쉰 것이다. 그리고 2011년 1월 그달에 쓴 글은 저거 하나가 전부다.
저 때는 몸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서 모든 것에 의욕이 별로 없었다고 적었지만 무슨 일이었는지 지금은 전혀 기억이 없다.
전에 없던 일이기도 하고 이후에 가끔씩 생겨난 일인데 생각해 보니 그때가 얼추 내 나이 마흔을 넘어가면서 첫 번째 심리적 갱년기를 맞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 후 나이 앞자리가 한 번 더 바뀌는 순식간을 살아가면서 별의 별일이 왜 없었을까?
앞으로 딱히 글을 버리는 일 없이도 글을 쓴 날짜 사이들이 벌어지는 일이 자주 있을 예정이다. 사는 것에 죄다 의미를 부여하며 살 순 없으니 이런 식으로라도 '침묵시위'를 하며 늙어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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