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7.] 추천할 수 없는 식당 - 삼선동 '해뜨는 집'
우리 동네 한성대 입구 삼선동에 '해 뜨는 집'이라는 돼지 불고기 집이 하나 있다. 사실 불고기라고 메뉴에 쓰여 있기는 한데 늘 보던 불고기는 전혀 아니니 정확한 명칭도 애매하다. 약간의 양념이 된 석쇠구이 정도가 오히려 의미가 통하려나?
예전엔 혜화동에서 '명월집'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했었나 이리로 옮겨와선 '해 뜨는 집'이 되었다. 명월집이었으면 '달 뜨는 집'으로 이름을 했어야 맞을 텐데 뭔가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듯^^ 1인분(250g)에 2만원으로 좀 비싸긴 하지만 돼지고기치곤 드물게 육즙이 그대로 살아있는 식감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그런데 이 식당을 추천할 수가 없다.
맛 때문도 아니요 가격 때문도 아니다. 근처에 사는 사람 아니면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없는 이 식당만의 특이한 영업 방침 때문이다. 주인장의 건강 문제 때문이라는데, 일요일엔 영업을 하지 않을 뿐더러 하루에 판매할 고기의 양을 정해 놓고 영업을 하다 보니 고기 주문도 처음 한 번만 할 수 있고 추가 주문은 받질 않는다. 게다가 식당 전체에 11개의 테이블이 있는데 딱 1회전만 영업을 하기 때문에 열한 테이블을 넘어서는 손님을 받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오후 5시 반 경에 문을 열어도 6시 정도면 그날의 주문이 끝나버린다.
영업 준비를 시작하는 4시 반 경에 미리 찾아가 자리를 맡거나-전화 예약은 안 받는다-늦어도 6시전에 찾아가 혹시 남아있을 빈자리를 확보하지 않는다면 고기 맛보기는 아예 틀려버린다. 그러니 삼선동에 사는 나도 서너 번의 방문 시도만에 겨우 맛을 볼 수 있었으니 다른 동네 사람들에게 어찌 추천 할 수 있냔 말이지...ㅠ
주인장이 직접 구워서 깍두기 모양으로 두툼하게 잘라내오는 육즙 가득한 고기 맛이 제법이지만 왠지 모를 불편함 때문에 선뜻 두 번은 찾을 엄두가 안 난다.
혹시 '특이'한 것에 몰두하는 취향이 있으시다면 한 번 경험해 볼 만한 가치는 있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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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4.25.
정말 특이한 영업방침의 식당이었는데 그사이 식당이 없어졌다. 또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주인장의 건강에 문제가 있어 폐업을 한 것인지 알 수는 없다.
줄을 서는 집이니 본인의 건강이 안 좋으면 알바를 쓰면 될 일이고 할텐데 열한 개 테이블에 한 번의 주문으로 끝을 내 버리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몰랐다. 무슨 사정이 있겠지만 누군가에겐 반드시 먹고 말 것이라는 도전과제가 되기도 했다.
식당 구석에 직접 만든듯한 무쇠 불판에 등을 돌리고 숨어서 춤을 추듯 깍뚝썰기한 하루치 소량(?)의 고기를 초벌해 주는 사장님을 보고 있으면 저거 정말 돼지고기 맞나? 하는 농담반 의심이 있던 집이었다.
한번 경험한 식당이 글의 소재가 될 정도로 인상깊었던 것은 나만은 아니었나 보다. 최근의 소식을 알아보려 여기저기 검색해 보니 10년 전쯤 사장님의 고향인 춘천으로 내려가 다시 '명월집'으로 영업한다는 글을 읽었다.
부랴부랴 검색하니 정확히는 가평 어간인 것 같은데 당일 손님만 10시에 전화 예약받아 여전히 서너시간만 영업 중인 것을 확인했다. 초벌구이 춤도 여전하시고.
드디어 한 번의 경험을 연장할 기회가 생겼다. 가끔씩 가평 어간으로 드라이브 겸 놀러가는데 찾아갈 곳이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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