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3.15.] 이젠 '포맷녀'의 등장인가?
올해 들어 유독 나타난 사회적 병리현상을 꼽으라면 나는 '~녀' 시리즈의 등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예전에도 '무슨 무슨 녀' 시리즈가 있었지만 올해는 유난히 '폭력성'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채선당녀. 4호선 막말녀(혹은 '선빵녀'로 불림), 택시 진상녀 등등등.
지고지순, 현모양처 등으로 대변되던 우리나라 여성들이 언제부터 이리도 드세고, 억세고, 폭력적이고, 호전적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전후 불모지에서 이 땅의 미래 인재들을 키우고 길러낸 전쟁미망인들의 억척스러운 '아줌마 정신'의 DNA가 이제 와서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인지? 며칠마다 터져 나오는 '~녀'들의 폭력성 가득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머리를 흔들게 만든다.
드디어 이번엔 드디어 '포맷녀' 가 등장했다.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되자 새벽에 들어가 사무실 동료들의 하드디스크를 죄다 '포맷'시켜버린 것이 회사 CCTV를 통해 발각된 사건이다.
중요한 것은 이 아가씨가 사무실 PC 전부에 접근 가능해서 부팅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회사가 부팅/로그인 패스워드를 운영하지 않았거나, 직원들의 패스워드를 한 명이 모두 알고 있었다는 말인데 어느 쪽이든 '정보 보안'에 무관심했던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몇몇 사건들을 가지고 여자들의 폭력성을 논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인가? - 아무튼 이래저래 무서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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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5.14.
결국은 남성들을 비하하는 '한남'이라는 단어까지 생겨났지만 당시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었고 뭔가 문제적 남자가 생겨나면 바바리 맨처럼 '무슨무슨 맨'으로, 여자인 경우엔 '무슨무슨 녀'로 통칭되던 시대였다. 그렇다고 그걸 여자와 남자를 나누어 이분법적으로 편을 가르려는 갈라 치기다 하는 그런 시대적 사조로까지는 연결되진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조심해야한다.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에 있어 특정 성을 구별해 비하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면 바로 사회성 떨어지는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이 된다.
현재 조기대선으로 온나라가 시끄럽다. 유력 대권후보인 이재명 후보가 군 가산점 제도를 공약으로 들고 나오자 여성단체가 '그럼 우리는?' 하며 일제히 일어났다. 선거운동 모 본부장은 하는 수 없이 '여성들은 출산 가산점이 있지 않겠느냐?'로 응수했다가 도리어 '출산 안 한 여자는 여자도 아니냐?'는 맞불을 맞는 바람에 발언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일이 어제 벌어졌다.
세상이 전부 자기와 조금이라도 유사성이 있으면 동류화 시키고 편을 만드는 데 열중이다. 일단 다른 편이라 생각하면 생각이상의 반감으로 서로를 백안시한다. 아마도 지역색에 따라 사람을 나누던 것이 자가발전을 일으키며 여기까지 온 것일 테지. 최근 유행하는 MBTI 역시 사람을 재분류하고 특정 그룹에 넣는 작업을 통해 동질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분류하는 하나의 방편이 된다. "너 T야?" 하는 말이 그래서 쉽게 웃어넘길 일이 못된다.
다름이 틀림이 아니란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쓰면서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 역시 포기하지 못하고 산다.
다들 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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