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3.20.] 고해상도 앰프로만 체험할 수 있는 일
통상적으로 TV 음향은 다채널 AV 스피커들의 '센터 스피커' 정도의 성향에 맞추어져 있다. 물론 TV 설정 메뉴의 음향 세팅 값을 변경시켜 약간의 분위기 - 예를 들면 영화관 모드니 스포츠 모드니 하는 식으로 - 는 바꿀 수 있지만 다소간의 음장 효과를 낸 것일 뿐, TV에서의 레퍼런스는 철저히 배우의 정확한 '대사' 전달에 있다. 그러니 TV를 보면서 음악적 감동을 느끼려 한다든가, 현장감 있는 배경음을 듣고자 한다면 결국 별도의 앰프나 다채널 AV리시버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판테온 Mk3(/a업그레이드버전)'의 라인단 하나를 TV에 할애하고 있다. 5.1 채널 AV Life를 접은 지 몇 년 되다 보니 TV로 음악 방송을 보거나 내가 음악 듣는 중간에 TV를 봐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앰프를 통해 소리를 듣고 있다.
다행인 것은 TV Output 음성신호는 TV 자체적인 세팅 값을 따르지 않고 방송국 신호 그대로를 흘려보낸다는 것. 따라서 TV 스스로의 '조작적 정의'로 필터링되었던 광대역의 신호가 앰프로 들어가서 기존의 TV로는 듣지 못했던 생생한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음악 방송이면 공연장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당연하고, 뉴스 프로그램의 경우 리포터가 원고를 읽는 동안에 배경 화면으로 쓰인 영상의 소리들이 보통의 TV에서는 거의 묵음에 가깝게 처리되는데 앰프로 들을 경우 바람 소리며 자동차 소리며 주변 군중들의 웅성거림 같은 현장의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다, 혹시 TV 음성 출력을 앰프에 연결해 보지 않으셨다면 꼭 한 번 시도해 보시길 추천드린다.
게다가 어제저녁의 감상으론 판테온 업그레이드 이후의 극강의 해상도를 체험할 수 있었다.
MBC 일일드라마 '오늘만 같아라'를 판테온 앰프로 '듣고' 있는 중이었는데 거실을 왔다 갔다 하며 정작 드라마는 건성으로 보고 있었지만 스피커에서 방송 내용과는 상관없는 이상한 말소리가 나는 것이다. 화면을 보니 춘복이 아저씨(김갑수)랑 부인인 윤인숙(김미숙)이 거실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었는데 스피커에서는 둘 간의 대화 이외의 다른 방송국 뉴스 소리 같은 것이 들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침 출력관을 '골드라이온 복각관'으로 교체한 후 예열을 기다리며 바이어스 전압을 체크하는 중이었는데 출력관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갑자기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는데 곧 의문이 풀렸다. 바로 춘복아저씨와 부인이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던 장면이었는데 드라마 속의 TV소리가 함께 잡혔던 것이다. 보통의 TV로 보았으면 분명 배우들의 말소리 외에는 필러링 되어 없어졌을 소리이다.
가끔 주 대사보다 크게 들리는 '배경'소리들 때문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지만 '현장음'이 어떤 것인지 느끼고 싶다면 앰프를 활용한 TV시청을 강력히 권한다. '나가수'나 '추억의 명곡'이 달리 들리게 될 터이니!
게다가 그 앰프가 '판테온'이라면 밀도 있는 '현장감'까지 덤으로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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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5.19.
집에 쓸만한 앰프가 있다면 꼭 TV 신호를 연결해 들어보길 여전히 권한다. 물론 얇아진 TV에 내장된 스피커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사운드 바라는 것이 생겨났고 여기에 우퍼가 세트로 붙어 여러 음장 효과를 더해주는 장치들이 출시되어 굳이 오디오용 앰프가 아니어도 되긴 하는데 없으면 모를까 이미 오디오 세트를 구비하고 있다면 이를 통해 들어보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다.
요즘은 단순히 TV프로그램 뿐 아니라 넷플릭스 같은 OTT 천하라 일반 방송과 영화의 경계가 모호해진 상황에 오디오를 중시하는 콘텐츠 비중이 높아 그 어느 때보다 활용도가 있다. 대구경 우퍼를 장착한 음감 스피커가 전해주는 공간감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과거에는 TV의 아날로그 신호를 앰프에 직결하는 방식이었는데 요즘은 HDMI는 기본이고 광출력과 같은 디지털 출력이 TV마다 기본 장착이라 쓸만한 DAC를 갖고 있다면 원래의 소리보다 취향껏 업샘플링된 소리도 구현할 수 있다.
팁이 하나면 있다면 보통 TV신호를 오디오에 연결할 경우 TV 자체의 볼륨을 죽이고 앰프의 볼륨으로만 듣게 되긴 하는데 TV 소리 역시 적당히 넣어 믹싱해 들을 경우 센터 스피커와 같은 역할을 해서 드라마 같은 경우 배우의 대사를 더 명료하게 들을 수 있다. 필요에 따라 TV 자체 볼륨을 적당히 활용하자.
문제는 TV와 함께 앰프와 기타 오디오 장치들을 켜고 조절하는 귀차니즘이 늘 발목을 잡는 게 문데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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