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8.7] 나만의 서브 데스크탑 오디오 설치
하이파이 시스템이 거실로 나와 있는 경우엔 여러 장단점이 공존한다.
장점으론 톨보이 이상 사이즈의 스피커를 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북쉘프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인 저역을 풍성히 키울 수 있고 나름 넓은 공간을 통해 저역의 부밍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스피커의 배치 역시 뒷 공간을 띄운다든지, 토인을 준다든지 하는 마이너 튜닝을 통해 공간감을 배가시킬 수 있는 아기자기한 재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물론 거실의 인테리어적 요소로서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고, 온 가족을 스피커 앞으로 불러 모을 수 있는 점은 취미로서의 오디오 라이프에서 가장 소중한 이점이 될 것이다.
반면 거대한 스피커 및 하이파이 시스템이 거실로 나옴으로써 가뜩이나 비좁은 한국형 거실 구조에 만만치 않은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며-대부분의 아내들이 좋아만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AV와 하이파이를 겸해야 하는 공간이라 가족 중에 누군가 TV를 보아야 한다든지 아이가 만화영화를 보겠다고 떼쓰는 경우와 같이 거실을 여러 용도로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오디오파일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또한 거실 구조가 좌우 대칭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반사음 등 룸 튜닝에 제한적인 구조인 탓에 공간만 넓을 뿐 딱히 2~3평 수준의 방보다 음질적으로는 하등 나을 바가 없을 때가 많다. 또한 층간 소음을 고려해 보면 오디오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뽑아낼 수 있는 적당한 수준의 볼륨은 상상 속의 얘기가 되니 실상 거실의 오디오 시스템은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전락하기 쉬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될 수도 있다.
이럴 때 절실한 것은 그리 좋은 시스템은 아니더라도 나만의 공간에 나만의 오디오 룸을 갖는 것인데 거실 시스템을 놔두고 작게나마 그 시작을 이루었다.
원래는 홈시어터용 리어스피커로 사용하던 Gale 3020 북쉘프와 CD/DVD플레이어가 내장된 마란츠의 통합 AV 리시버로 서재 책상 위에 단출하게 꾸몄다. 케이블도 주석도금 막선에다 별다른 세팅이 전혀 없는 정말 킬링타임용 시스템이다.
3개의 CD혹은 DVD를 동시에 걸 수 있는 체인저가 내장된 마란츠 AV리시버는 소스를 읽는데 다소 버벅거리고 처음 인식시간이 긴 것이 단점이지만 채널당 100w-믿기 어렵지만-를 낼 수 있는 나름 막 쓰기 좋은 장비이다. 게다가 튜너 성능 역시 나쁜 편이 아니어서 눈높이만 약간 낮추면 속 편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책상 위에 스피커를 놓다 보니 저음의 부밍이 심하다. 책상 자체가 울림통 역할을 하게 되어 통제되지 못한 불필요한 저음이 붕붕거린다. 오석을 받쳐놓으니 많이 나아졌다. 조만간 쓸만한 스파이크를 구해 신겨주면 훨씬 좋은 소리가 기대된다. 전형적인 AV용 스피커라 하이파이 쪽에서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있으나, 큰 기대가 없었으니 오히려 들을만하다. 이제는 오히려 거실 TV에서 새어 들어오는 뉴스 소리가 신경이 쓰일 뿐이다. 이제 서재가 진짜 내 방이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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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11.29.
원래 저 책상이 있는 방은 아이의 피아노가 함께 있어서 차마 내방이라고 못 부르고 피아노방이라고 부르던 곳이었다. 그곳에 작게나마 거실에서 퇴출된 불우한 기기들을 모아 시스템 한조를 구성한 것인데 지금 보면 참 쓸데가 없네.
부밍을 잡기 위해 책상 위가 아닌 양옆으로 스탠드를 놓고 사용하다 아내가 피아노 학원을 개원했을 때 저 시스템 그대로 학원으로 옮겨 아이들의 수업용으로 사용했다. 그 후 학원문을 닫을 때 같이 운명을 다했다.
방에 있던 피아노도 늙어 퇴출되고 책상 위엔 이제 아이맥과 하만카돈의 스피커가 주인행세 중이다. 아이도 이젠 출입이 없으니 자연스레 피아노방에서 내방이 되어 내가 주인행세 중이고.
가만히 있는 것 같아도 전부 제길을 찾아 여기저기 옮겨다니다 새로운 이름이 되기도 하고 새로운 역할이 되었다가 또 그렇게 소멸한다.
그러니 어디에 있냐?보다 무얼하고 있냐?가 그리고 그것보다 아직 있냐?가 더 중요하다.
당신은 아직 있습니까? 그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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