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발길을 끊은 지 한 달이 넘었다.
그 사이 벌써 계절은 겨울의 한복판으로 치닫고 있고 어젯밤에는 서울에도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 세상의 모든 것이 하룻밤만에 쉽사리 덮여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이리 하루가 조바심으로 종종걸음인지.
아버지가 입원하신지도 한 달이 되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폐암으로 벌써 몇 년간 병원을 들고나며 버텨왔는데, 이렇게 긴 입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쩌면 마지막 입원이 될지도 모른다. 아직 일흔도 되지 않았는데.
투병하던 그 시절 사이에 동생네를 통해 둘째 손녀를 보았고, 무엇보다도 교회를 다니시게 되어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어쩌면 당신이 세상에서 잃어버릴 것 이상으로 얻은 것이 있으니 그리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애써 태연해하고 있지만 하루하루의 문안을 여쭙는 것도, 듣는 것도 두렵다. 죄 없는 아내만 매일 병원으로 뛰어다니느라 바쁘다. 고마운 노릇이다. 정말.
아버지는 천성이 무뚜뚝하셔서 한 번을 살갑게 말을 섞어 본 기억이 아득한 양반이다-그런 면에서 나도 할 수 없이 닮아있다. 하지만 적어도 당신이 나를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며 키워내셨는지는 알고 있다. 내가 대학에 들어갈 때도, 삼성에 입사할 때도, 결혼을 해 이쁜 며느리를 보셨을 때도, 딸아이를 낳았을 때도. 내가 이루어내는 별것 아닌 그것들에 감격해하셨던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처음 교회에 나오셔서 흘리신 눈물 또한 알고 있다.
이제는 좀 담담해지려고 한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시간들이 곧 찾아오겠지만, 어차피 찾아올 한 번의 시간이다. 빈 손으로 와서 추억을 갖고 돌아가는 인생이니 아쉽지만 언제까지나 안타까워만 할 노릇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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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2.29.
아버지는 결국 글을 쓴 그 다음달 2009년 1월.
곧 다가올 설날은 못 보셨지만 마지막 기도의 아멘 소리에 맞추어 기다리신 듯 소천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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