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딸, 하나님의 은혜에게32 [2009.8.24.] 드디어 딸아이 귀국 오래 기다렸다. 드디어 지난 주말 늦은 밤. 딸 아이가 2개월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개학에 맞추어 귀국했다.하루에도 몇 번씩 화상 통화며 전화 통화를 하며 지냈기 때문에 안부를 궁금해할 일이 없어서 생각보다(?) 떨어져 있는 것이 피차간에 견딜만했다. 한 달에 한 번의 편지 쓰기만이 허용되었다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사형수 시절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편지마다 사연마다 빼곡하게 애틋함이 넘쳤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지구 반대 편의 사람과 돈 한 푼 안 들이고 얼굴 보며 대화하는 요즘의 세상은 참으로 좋은 세상이 분명하지만 그 시절의 애틋함이 전만 못한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언제나 가족과의 재회는 다행하고 반가운 노릇이다. 신종 플루 때문에 온 세상이 소란한 가운데 지난 두 달 동안 어디 한 군데 .. 2024. 8. 6. [2009.8.4] 주인 없는 첼로 내가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와 떨어져 있어 본 것 중엔 방위병으로 복무하기 위해 군사기초훈련을 4주간 받았을 때가 가장 길었다. 때론 그 부모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보려고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던 청소년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하룻밤 열병 같은 추억이다. 그러고 보니 하은이가 미국에 있은지도 한 달하고도 열 흘이 지났다. 내가 성인이 되어서도 하지 못했던 부모와의 긴 이별을 잘 견뎌내고 있는 어린 딸이 대견하다. 집의 피아노 방에는 현악기 세 대가 나란히 있다.하은이 첼로, 엄마 바이올린, 그리고 내 기타.주인은 없어도 첼로네 가족은 여전히 행복하다. 같이 있으니깐. 없을 때 비로소 상실을 느끼는 소중한 이름. '가족'. 주인 없는 첼로가 부러운 이유이다. 하은아, 이제 이십 일.. 2024. 7. 15. [2009.7.7.] '시차적응'보다 어려운 '인차적응' 미국에서 돌아온 지 만 하루가 더 지났다. 내내 피곤하지만 돌아오자마자 저녁이라 계속 잠으로 조절한 경우라 한결 적응하기가 좋다. 출근하자마자 산더미처럼 밀려있는 이메일과 우편물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출국 전에 후배들에게 부탁해 놓은 업무를 돌아보는데 하루를 보냈다. 어찌 되었건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 그대로 남겨 놓은 딸아이가 내내 마음에 쓰인다. 외할머니가 함께 계시고 남도아닌 처남집에 맡겨 놓은 것이니 여러모로 안심이 되는 것이지만 말도 안 통하는 이국 땅에서 피부색 다른 아이들과 부대끼는 일이 아이에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리라. 한 번도 이렇게 오래 부모와 떨어져 본 일이 없으니 아이가 힘들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그건 부모에게도 똑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건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 2024. 6. 3. [2009.5.5.] 하은이 마지막 운동회 지난 금요일. 이제 6학년인 딸아이의 초등학교 시절 마지막 운동회가 있었다. 연휴를 앞두고 열린, 이제껏 보아온 운동회 중에서 제일 썰렁한 그것이었지만 '인증샷' 몇 장을 남긴다. [글 더하기] 오늘은 2024.4.18.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는 말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 아닐까? 이젠 청소년티가 제법인 초딩 6학년에게 판에 박힌듯한 운동회란 참여하는 아이나 보는 사람이나 별 감흥이 없다. 제도권 교육의 커리큘럼 한계겠지만 다들 나이와 상황에 맞게 노는 게 맞는데 영 어색했다. 결국 내가 목도한 아이의 마지막 운동회는 그렇게 끝났고 더 이상 운동장에 선 아이를 볼 일이 없어졌다. 시원 섭섭. 당시엔 정작 귀찮고 하기 싫은데 언젠가부터 아예 불러주지도 않아 서운한 예비군/민방위 훈련 같은 거다. 통.. 2024. 4. 18. [2009.4.25] 제10회 강북노회아동부 종합발표회 하은이의 초등학교 시절의 마지막 발표회가 될 강북노회 아동부 종합발표회가 신성북교회에서 있었다. 매년 참가하는 교회의 수도 적어지고 각 교회에서의 관심도 예년만 못한 것이 참가하는 사람에게는 섭섭한 것이지만 교회 아동부의 제일 언니로서 참가하는 발표회가 아이에게는 나름 큰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참가는 두 종목. 중창과 찬양율동. 참가한 팀의 수가 적은 이유도 있겠지만, 두 종목 모두 금상을 받았다. 장하다 내 딸! [글 더하기] 오늘은 2024.4.12. 저 날이 딸아이가 경연 무대에서 뭔가 노래하고 율동을 하는 것을 본 마지막 날일 것이다. 중학생이 된 이후로는 저런 교회 같은 곳에서의 공식적(?)인 경연 무대는 없어졌고 요즘 아이들처럼 버스킹을 즐기거나 경연 프로그램을 기웃거리는 성격도 아니었다. .. 2024. 4. 12. [2009.4.20] 내 딸 칭찬하기 얼마 전 하은이가 학교에서 상장을 하나 받아왔다. 벌써 칭찬했어야 하는 일인데, 늦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에게 학업 성적을 가지고 상장을 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예능활동, 예를 들면 사생대회나 웅변-요샌 웅변이라는 촌스런 표현보다는 '나의 주장' 뭐 이런 걸로 바꾸어 부르나 보다-이나 글짓기 등등의 우수자들에 대해서만 따로 시상을 한다. 저학년 때부터 제법 많은 상을 받아왔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참여하게 되는 대회나 받을 상에도 소원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던 차에 작년 그리기 동상, '나의 주장' 장려상에 이어 올 해는 '글짓기' 부문에서 은상을 받았다. 여러 가지 주제 중 '흡연의 폐해'에 대한 내용의 글이었다는데, 얼마 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신 할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잘 녹아나 있었으리라.. 2024. 4. 9. [2009.2.25] 키보드에 옷 입히기 얼마 전 서재의 데스크톱 PC를 교체했다. 아빠가 쓰다가 나중에 네게 물려주겠다는 빛좋은 소리로 "앞으로 이 PC는 '네 것'"이라고 딸아이에게 말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문구를 몇 가지 구입하면서 키보드용 스티커를 골라서는 너무도 당당히 "내 컴퓨터에 붙일 거"라고 말하는데 뭐라고 말릴 수가 없었다. 자기 딴에는 겨울방학 기간 동안 학교에서 하는 '타자교실'을 다니면서 자판을 외웠기 때문에 자판의 표시가 별로 필요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검은색 키보드에 알록달록 붙인 스티커는 아무래도 안 어울린다. 게다가 몇몇 키보드애는 붙이다 망친 것인지, 아님 원래부터 스티커가 없었던 것인지 검은색의 것 그대로여서 한눈에 보기에도 별로다. 그래도 붙인 성의가 있으니 며칠 놔두다가 제거를 종용해야겠다. [글 더하기.. 2024. 3. 26. [2008.5.9] 딸 아이의 백만불짜리 어버이날 축하공연 어제는 어버이날이었다. 어느새 노인축에 끼어버리신 양가 부모님들과 저녁 한 끼 같이하는 것은 챙기려고는 하지만 정작 내가 어버이인 것은 잊고 살았다. 아직은 이런 '날'을 챙겨 먹기엔 스스로가 멋쩍은 이유도 있겠지만, 외할머니와의 저녁식사 후 집에 돌아가 보여줄 것이 있다는 비장한 얼굴의 딸아이를 보고서야 오늘이 '어버이날'인 것을 알았다. 사실 딸아이 얼글을 오래간만에 보는 것이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통에 저녁에 늦게라도 들어가는 날이면 거의 이틀 만에 만나는 경우가 보통인데 어제가 그랬다. 보여줄 것이라고 해봐야, 학교 수업시간에 몇 자 끄적거렸을 '엄마, 아빠께로 시작하는' 편지 한 장이거나 색종이로 얼기설기 엮어만든 카네이션이라고 생각했다. 늘 그래왔기 때문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순서에 따라 1.. 2024. 1. 8. [2007.10.24] 남이 대신해 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가입되어 있는 자동차 동호회의 어느 분이 올린 글이다. 자동차에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는 다 생략하고 마지막 부분에 마음에 와닿는 내용이 있어 옮긴다. 남이 대신해 준 나의 가족, 특히 하은이게 주고 싶은 말들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잠자는 것을 싫어합니다. 어머니께서 죽으면 영원히 잠드는데 그때 자면 되지 않느냐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제가 잠이 많아서가 아니라 할게 많고 좋은 게 많은 세상인데 집에서는 잠밖에 자지 않으셨던, 매일 술을 달고 마셨던 아버지를 두고 아들들에게 하셨던 말씀입니다. 어머니는 한 달에 한 번 가족들이 김밥이나 간단한 도시락을 싸서 소풍을 가자고 하셨고 이를 실천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등학교 때 백양사와 내장산 등에 기차를 타고 가족들과 함께 다녔고 그때 자가용을 타고 오.. 2023. 12. 5.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