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이든 인간관계이든 해마다 연륜이 쌓여가면서 점점 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제껏 말로 하는 논쟁에서도 그리 빠지지 않는 '말빨'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돌이켜보면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임기응변으로 직급이나 나이로 주장을 몰아세운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 부끄러운 노릇이다.
그러다 보니 말로 하는 것보다는 글로 하는 것이 더 쉽다고 생각할 때도 많다. 다행히 요즘 친구들은 메신저나 SNS 같은 텍스트 기반의 모바일 도구를 선호하니 트렌드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일단 전송이 되어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은 말로 하는 커뮤니케이션과 다를 바 없으나 글로 하는 것은 확실히 미리 수정하고 보완할 기회가 많다. 틀린 곳을 고치고 어순을 바꾸고 단어를 순화시키고 논지를 보완할 증거를 더할 수 있으니 분명 유리하다. 게다가 구태어 상대방의 표정을 살필 필요도 없으니 그리 바쁘지 않은 의사소통이라면 글로 하는 것이 낫다.
메시져처럼 실시간 '글 질'의 경우 글로 하는 상당 부분의 장점이 희석되긴 하지만 불편한 상대와 의견을 나누기엔 이만한 것이 없다. 생명부지의 불편한 상대에게도 비교적 살가운 멘트를 날릴 수도 있고 얼굴 보고는 차마 힘든 껄끄러운 주제도 쉽게 대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같은 층에 근무하는 직원들과도 대부분 '메신저'로 업무를 해결하다 보니 문제 아닌 문제가 하나 생겼다. 문자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친한 척을 하다가도 오다가다 복도에서 만나게 될 경우엔 도리어 심하게 어색해지는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사이버 공간상의 아바타들 간 대화가 너무나 익숙해져 버려 실제 주인들이 대면했을 땐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의 느낌을 갖게 되는 것, 그런 느낌이다.
결국 '편리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꼭 '최적'의 수단은 아닐지 모르겠다.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일부러 찾아가서 말해보고 가끔은 식사라도 나누면서 부딪히는 것이 인간관계의 '끈'도 이어가며 오히려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지도. '아! 후배 녀석들이랑 저녁을 한지가 언제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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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2.13.
그사이 유튜트와 쇼츠의 시대가 열렸음에도 여전히 쌍방향의 소통은 댓글로 하는 경향은 더 강해졌다. 몇 년째 도시락으로 점심을 하다 보니 같은 팀 직원들과 어느 날은 말 한마디를 안 하고 하루를 보낸다. 심지어 바로 옆자리 직원과도 굳이 키보드를 눌러 회의 일정을 잡는다. 팀의 대부분이 후배들이다 보니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업무적 필요가 없으면 누구 하나 말을 거는 사람도 없다. 본사나 지점의 다른 직원들과의 소통도 메신저를 사용하니 전화기가 자리마다 있지만 거의 울리는 경우가 없다.
이 정도면 굳이 템플스테이의 묵언수행이 필요 없을 지경이다.
퇴화에 속도가 있다면 입이 제일 먼저 없어질 것 같기도 한데, 입은 말 하는 것 말고도 다른 쓰임이 많아서 안 그러려나?ㅎ
지난날 정기인사로 팀으로 새로 발령받은 후배 셋이 있는데 아직 점심 한 끼를 같이 못했다. 내일 서둘러 오래간만에 약속이라도 잡아야겠다.
요즘 친구들은 그런 것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지만 밥을 나눠 먹어야 비로소 '식구'가 되는 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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