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댄스, 가을엔 발라드... 뭐 이렇게 음악도 계절에 따라 들어야 제 맛일텐데 일년 열두 달 주구장창 차분하고 조용한 서정적인 현악 중심의 연주를 선호하는 촌스러운 취향은 언제나 바뀔라나 모르겠다. 이것도 개취?^^
클래식 앨범치고는 특이하게도 트로트 앨범 '삘'이나는 한글 세로 붓글씨체로 '슬픈 노래'라고 적혀있는 리챠드 용재 오닐의 5번째 앨범이 좋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되어 지난 달 공연을 마친 동명의 전국 투어를 앞두고 발매되었던 이 앨범은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브람스의 4개의 엄숙한 노래, 히나스테라의 슬픈 노래, 차이콥스키의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 등 정말 비올라로 부르는 '노래'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노래' 실력 역시 앞선 앨범보다 한참을 성숙해 있다.
리챠드 용재 오닐의 이번 재킷 사진도 제법 멋있게 나왔다. 하지만 앨범 타이틀 처럼 조금은 슬퍼보이는 구석은 숨길 수가 없다. 바이올린 보다는 태생적으로 저음 악기인 비올라를 다루어야하는 비올리스트의 성향 때문인지, 정신지체의 전쟁 고아로 미국에 입양된 미혼모의 아들이라는 질곡있는 가족사 때문인지 그의 표정과 사진엔 늘 한줌 어두움이 있다.
한국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로 '한국계 독일인'이라는 독특한 다문화 2세가 된 신예 피아니스트 크리스토퍼 박과 연주한 이번 앨범은 절반의 한국인들인 두 연주자의 정서적 교류가 빚어낸 완성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슬픔을 '恨'으로 풀어내길 좋아하는 우리네 정서와 그 끈을 같이 하고 있다.
월드컵의 열기로 그 어느때보다 후끈한 초여름이지만 가끔은 와인 한잔과 마주할 서정적 연주가 그리워진다면 이 앨범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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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2.17.
비올라와 같이 어중간한 음역대 위치의 악기들을 독주로 만날 기회가 흔치 않다. 성악에서도 앨토 주자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사정은 다르지만 비슷한 이유하겠지? 학창시절 내내 비올라는 그저 음악시험을 위해 이름만 알고있는 비올족의 상상속 악기일 뿐이었다. 맛으로 치면 조금 슴슴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저속노화'의 시대에서 각광을 받을만도 한데 덕분에 아직은 비올라 주자를 많이 알지 못한다.
몇개 없는 리차드 용재 오닐의 앨범을 오래간만에 나의 글을 통해 보고나니 문득 다시 찾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아직 겨울 끝자락에서 봄기운이 느껴지기 전에 들을 만한 슴슴한 비올라 소리가 한국자 생각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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