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음반과 DVD랙이 드디어 포화상태가 되었다. 음반 2천여 장은 빼고도 이젠 세어보지 않아도 얼추 DVD가 200여 장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물론 같은 크기만큼의 자금도 들어갔다는 말이고.
새로운 보관방법을 찾아야 할 때이지만 몇몇 DVD 타이틀을 정리해야-버릴 것 은 버리고-겠다.
랙을 가득 채우는데 급급해 별로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작품 역시 자리를 채우고 있으니 말이다.
새로운 비디오포맷의 출시가 목전에 다가왔다는 소식이다. 열심히 모으고 있는 DVD 타이틀들이 어느 순간 LP와 LD가 그랬던 것처럼 시장에서 사라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 겨우 꽉 찼는데, 그냥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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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11.16.
전 세계적으로 빈대가 골치다. 바퀴벌레와 마찬가지로 지구상에서 영원한 멸종은 불가능할 줄 알았지만 이런 식의 전 지구적 봉기는 생각도 못했다. 살충제에 대한 내성을 무기로 이젠 우리나라 곳곳에서 출몰 중이다. 피를 빨아먹고 사는 통에 바퀴벌레 보다도 오히려 공포감이 더하다.
핏줄에 '원샷원킬'하는 모기처럼 영민하지도 못해서 여러 군데를 물고서야 피를 빠는 통에 온몸에 흡혈자국을 남긴다. 무식한 놈이 우직하기까지 해서 쫄쫄 굶고도 1년을 버틴다 하니 마주치기 정말 싫은 녀석인데 몇십 년 만에 우리 앞에 귀환한 것이다.
물론 반가운 귀환도 있다. 당연히 예전만은 못하지만 LP가 여전히 생존해 돌아왔다. 빈대가 그러하듯 아이돌의 목소리를 새로운 무기로 해 신보가 나오고 있고 중고장터에서도 제법 보인다. TV 예능 관찰 프로그램의 셀럽들의 집안에서도 가끔씩 반가운 조우를 하게 된다.
본문의 글을 올린 후 더 이상의 DVD 타이틀 구입은 멈췄다. 정확히는 이사를 하면서 기존의 빔프로젝트나 110인치 대형스크린 등을 처분하면서 시청환경을 재구성하지 못한 사이에 DVD 시장이 순식간에 소멸해 버린 탓이기도 하다. DVD 부록 때문에 자주 사 보던 'DVD 2.0' 같은 잡지도 얼마 후 종간을 맞았다.
그러면서 다시금 취미의 방향이 오디오로 돌아가고 AV와 하이파이를 두벌로 구성했던 시스템에서 진공관 앰프로 완전히 방향을 틀어버린 상황에 이르러서는 DVD 플레이어조차 어느 순간 집안에서 사라졌다.
넷플릭스나 웨이브 같은 OTT 공룡들이 등장한 신시대에 LP나 빈대처럼 DVD가 다시 돌아올 일이 있을까?
아마도 어렵겠지.
바늘을 올리는 LP나 바늘로 찌르는 모기나 빈대의 그 '아날로그적 내성'이 디지털 매체엔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 아직 타이틀들은 하나도 버리지 않고 책장 위에 강제 동면 중이다.
사족) 본문 아래에 언급한 '새로운 비디오포맷'이란 무엇을 의미했을까? 내가 써 놓고도 무엇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인지 기억이 없다. OTT의 등장을 예견했던 걸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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