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구입한 사람들은 기본부터 공부하기보다는 '이럴 때는 이렇게 찍어야 한다'는 법칙들을 익히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법칙을 곧이곧대로 따르다가는 사진을 망칠 수도 있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느낌에 따라 그 법칙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까닭이다.
그러면 요즘 같은 따사로운 봄날의 느낌은 어떻게 하면 '잘' 담아낼 수 있을까. 점심 먹으러 갔다가 들어오는 길, 아니면 퇴근시간에라도 시도해 보면 좋을, 봄에 사진 잘 찍는 법.
■ 사진 찍기에 관한 글은 조심해서 읽어야 합니다.
저는, 사진 찍기에 대한 글을 쓸 때마다 읽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실질적인 도움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글을 읽으신 후 사진이 조금이라도 변하면 좋겠다, 생각하지요. 이렇게 긴 글을 읽으시는데 그 정도는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걱정되는 것이 있습니다.
옛글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 하나 해 드릴까요? 중국의 한 성에 사는 사람들은 걸음걸이가 아주 멋진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옆 성에 살던 젊은이가 그 이야기를 듣고 그 성으로 찾아갑니다. 멋진 걸음걸이를 배우고 싶었던 것이지요. 시간이 지나서 젊은이가 돌아오는데, 그 젊은이는 자기가 알고 있던 걷는 법조차 잊어버리고 무릎으로 기어서 돌아온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엇을 가르친다는 것, 또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사진이 특히 그렇습니다. 몇 가지 기술은 전달할 수 있겠지만, 그 대신 잃어버리는 것이 있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사진 찍기를 쉽게 설명한다는 글들은 ‘이럴 경우에는 이렇게 찍으세요’ 하고 친절하게 말합니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때는 85mm 렌즈가 좋습니다. 조리개는 5.6 아래로 놓으세요’ 이런 식이지요. 친절해서 좋긴 하지만, 사진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멋진 인물 사진을 위해서는 망원렌즈도 광각렌즈도 필요합니다. 노출에도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표현하고 싶은 느낌에 따라, 밝은 사진이 될 수도 있고, 어두컴컴한 사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진가는 ‘적정 노출’이라는 말 자체가 틀린 것이라고 하더군요. 노출은 정답을 찾는 문제 풀이가 아니라 사진이 갖는 여러 개의 문법 중 하나입니다. 초점도 그렇고, 셔터도 마찬가지고, 사진의 크기, 프레임의 모양, 모두가 문법의 하나일 뿐입니다. 사진 찍기에 대한 글은 조심해서 읽어야 할 듯합니다.
그럼, 이제 사진 잘 찍는 이야기를 해 볼까요.
■ 좋은 사진 찍기의 시작은 사각형의 프레임을 보는 것입니다.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이 예전보다 사진을 잘 찍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카메라 뒤편의 모니터를 보면서 찍는 것입니다. 필름카메라를 쓰던 시절에는 파인더(finder) 구멍에 눈을 대고 보았지요. 그때는 내가 사각형의 틀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기 전에, 내 카메라가 무엇을 향하고 있느냐를 보기 바빴지요. 지금은 카메라 뒤편의 모니터를 봅니다. 모니터 사각형의 프레임이 먼저 보이지요. 내가 사각형 안에 무엇을 담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필름카메라의 시절, 사각형 프레임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디지털카메라는 그 시간을 건너뛰게 해 주었지요. 아이들도 소형 디지털카메라로 꽤 구성진 사진을 찍는 이유입니다. 지금 DSLR 카메라를 쓰고 계시더라도, 사진은 사각형의 프레임 안에 무엇인가를 늘어놓는 일임을 잊지 마세요. 프레임을 보는 것이 좋은 사진 찍기의 시작입니다.
■ 단순한 사진이 힘이 있습니다.
사진은 단순해야 좋습니다. 단순한 사진이 힘이 있지요. 역시 프레임을 천천히 들여다보면서 사진을 찍으세요. 주제가 되는 대상 외에, 눈에 거슬리는 것이 화면에 들어오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봄꽃 아래서 친구의 기념사진을 찍는데, 그 옆에 그 뒤에 모르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채로 찍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원하는 만큼 단순하고 정리된 장면은 얻기 쉽지 않습니다. 많이 돌아다니면서 적당한 장소를 찾아야 하고, 필요한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사진을 단순하게 만들 때, 우선 신경 써야 할 것은 배경입니다. 많은 분들이 DSLR 카메라의 망원렌즈를 탐내시지요. 그 이유 중 하나는 배경을 흐릿하게 만들기 쉬워서 어떤 상황에서나 단순하고 강한 사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망원렌즈를 쓰지 않고도 단순한 사진을 만들 수 있으면 더 잘 찍은 사진이지요.
쉽게 찾을 수 있는 단순한 배경은 적당히 색감이 있는 담, 푸른 잔디밭, 파란 하늘 등입니다. 시골의 들판, 바닷가나 한강 가에서 사진 찍기가 좋은 것은 그런 이유 아닐까 합니다. 잔디밭이 배경이 되려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방향으로 사진을 찍어야겠지요.
반대로 파란 하늘이 배경이 되려면, 자세를 낮추고 사진 찍어야 할 겁니다. 많이 움직이면서 프레임 안을 관찰해 보세요. 카메라를 들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란 하늘은 좋은 배경이지만, 흐린 하늘은 그렇지 않습니다. 흐린 하늘은 보통 하얗게 찍히는데, 오히려 시선을 빼앗는 요소가 됩니다. 우울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을 때가 아니라면 흐린 하늘을 피하도록 하세요.
글을 쓰다 보니 역시 ‘이렇게 하세요’라는 말투를 쓰고 있네요.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은 그런 것인가 봅니다. ‘習破離(습파리)’라는 한자말이 있습니다. 배우고, 깨뜨리고, 깨닫는다는 뜻이지요. 먼저 잘 배우시고, 깨뜨리시기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쉽게 배우는 사진 찍기’ 종류의 글들보다는 우선 차근차근 사진의 기본을 공부하기를 권합니다.
- 글 : 채승우 / 조선일보 사진부 기자, <사진이 즐거워지는 사진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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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1.4.
사진이 디지털세상에 들어오면서부터 촬영보다는 후보정이 중요한 영역이 되어버렸다. 필름 시절엔 그나마 상영용 사진에 한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쓰였던 것이고 사진작가에게 후보정은 뭔가 '수치스러움'에 해당하는 말이었다. 세상이 바뀐 것이다. 사진을 찍는 법보다는 수정하는 법이 기술이 되고 인정받는 세상이 되다 보니 잘 찍은 사진과 좋은 사진은 이젠 다른 말이 되어버렸다. 그저 그런 사진도 얼추 좋은 사진으로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요즘은 AI가 대세다. 이젠 굳이 찍거나 수정할 필요도 없이 필요한 내용을 키보드로 입력만 하면 스스로 사진을 제작해 낸다. 물론 여기에도 마더 소스에 해당하는 데이터가 필요하고 여전히 손가락 같은 그리기 어려워하는 영역이 남아있지만 발전속도를 감안하면 이젠 굳이 카메라라는 도구가 무용지물이 해당하는 시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GPS 좌표와 얼굴 스캔 데이터 만으로도 전 세계 어디의 풍경과도 조합된 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편에는 늘 시대를 거스르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여전히 만년필에 잉크를 채우고, 종이 냄새 폴폴나는 책장을 펼치며, 레코드 바늘로 조심스레 턴테이블을 돌려가며 진공관으로 듣는 사람도 있다-써 놓고 보니 죄다 나네.ㅠ 그런 경우 가끔은 본문의 시진 촬영 기법처럼 '기본'이라고 부르는 원천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뭐 요즘애들은 그걸 '꼰대력'이라 하겠지만.
다시 읽어보니 후보정에도 도움이 될 내용이다.
후보정도 엄연히 사진촬영의 영역에 들어온 마당이니 사진에 그리고 보정에 관심있는 사람은 곱씹어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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