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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오늘

[2010.8.17.] 아이폰 때문에 일찍 일어나게 생겼다

by 오늘의 알라딘 2025. 2. 28.

가뜩이나 출근 시간이 빠른 편인 데다가 근무지가 보다 멀리로 바뀌면서 아침 시간은 정말 번갯불에 콩 볶는 듯한다. 기상 후 샤워와 면도, 헤어 드라이, 옷을 입는 데까지 20분 내에 해결해야 한다. 아침 식사 역시 시리얼이나 두부 등으로 앉지도 못하고 말(馬)처럼 서서 먹은 지 꽤 오래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보다 기상 시간을 더 앞당긴다는 것은 어지간한 '천재지변' 아니면 감행하기 힘든 일이다. 세상에 그렇게 힘든 일을 내일 새벽에 해야겠다. 모두가 '아이폰4' 때문이다. KT에서 드디어 예약일-출시일이 아니다-을 발표했는데 내일(18일) 새벽 6시이다. 

공급이 달릴 때는 별 수 없다지만 제 돈 주고 사면서도 예약을 통해 공산품을 사야 한다는 것은 이제껏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내가 구입하려고 하는 '32GB 제품'의 경우 초도 출시 물량이 1,000대 혹시 3,000대(이 쪽이 유력해 보임^^)에 불과하다는 루머가 돌고 있음을 볼 때 불과 예약 접수 시작 '몇 분'만에 승부가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늦어도 5시 40분 정도에는 일어나야 한다. 

 

시스템 확인하고, 사이트 접속 테스트 하고, 예상되는 신청서 작성 화면 중 주소 등과 같이 긴 타이핑이 필요한 내용은 미리 텍스트로 준비해 놨다가 오려 붙이기를 해 시간을 벌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듀얼 모니터가 편리한데 아닌 게 아쉽다. 특히 개인 인증에 필요한 신용카드나 공인 인증서 역시 꼼꼼히 챙겨놔야 하고 인수할 대리점도 골라놔야 한다. KT에서 엄청 머리를 쓴 느낌은 나는데 고객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불편하다.

 

헬스클럽이 조금만 일찍 문을 연다면 건강을 위해서 좀 더 빨리 일어날 용의는 있었다. 하지만 '아이폰 예약' 때문이라니.

 

쟙스 형아가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일을 겪게 해 주는 것은 정말 사실이다.  

 

※ 추가 - 점심시간 경에 예약 판매를 한다길래 접수해 두었던 모대리점에서 연락이 왔다. 인증용 신용카드 번호를 불러주면 자기들이 책임(?)지고 예약을 대신 넣어준단다. 새벽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니 순간 솔깃했다. 하지만 영 미덥지가 않아서 그만두라고 했다. 그럼에도 상담사의 자신감에 찬 목소리를 들을 때 그들만의 '신청 루트'가 따로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게다가 그 대리점은 KT 모지사 1층에 입점해 있는 곳이라 KT와의 유대관계가 남다를 것으로 예상해 보면 더욱 그렇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어느 정도의 야로(?)야 있겠지만 가뜩이나 오래 기다린 선량한 대기자들에게 피해가 없길 바란다. 진심으로. 

 

※ 추가(2010.10.18) - 계획(?)대로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정확히는 3시경에 한 번 깬 이후로 계속 뒤척이다 일어났다. 목욕재계하고 시리얼에 우유를 말아먹으면서 시스템 접속이며 준비물을 마지막으로 챙겼다. 정확히 5시 56분경까지 정상적으로 접속되었다. 뒤로 갈수록 속도가 밀리나 싶더니만, 58분경의 '새로고침'부터 사이트 연결 불가! KT가 하는 짓이 이럴 줄 알았지만...... 정말;;; 6시 40분 정도까지의 고군분투 끝에 출근을 해야 하니 일단 포기. 7시 30분.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재시도. 결국 8시 5분경에 완료했다. 그나마 '32GB - 2차 배송' 대상이란다. 초도 물량이 전체적으로 3만대 내외라는게 정설이라고 봤을때 겨우 겨우 초기에 받게는 생겼지만, KT 정말 이건 아니었다. 새벽부터 깨워 놓고 접속 불가라니! 쌍욕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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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2.28.

 

지금 생각해 보면 15년 전 저 당시에 왜들 다 아이폰에 온 나라가 미쳐있었는지 모르겠다. 배송되는 마지막 하루를 못기다리고 우체국에 직접 몰려가 택배물을 헤짚고 다니던 기사는 당시 유명했다. 테스트 베드 격이었던 아이폰3를 살까 말까 망설였던 사람들이 자고 일어나면 아이폰에 관련된 새로운 앱과 신기술 뉴스에 너도나도 이젠 사도 되겠다 사야 하는구나 결심한 시기이기도 했고 물량부족 소식 때문에 공연히 더 사고 싶은 욕구들이 생겨났다.

 

어찌 되었건 15년 전 글을 다시 읽으며 느낀 것은

 

1. 여전히 아침은 말처럼 서서 먹고 있다. 나쁘단 생각은 없다. 오히려 몸과 소화에 도움이 될 듯 하기도

2. 당시의 아이폰 저장용량이 32GB였단 사실에 놀랐다.  지금도 256GB 정도가 최소사양이라 세월이 지난 걸 감안하면 괄목하게 늘어났다 보기 어렵지만 지난날의 용량은 정말 적어도 너무 적었다. 당시의 카메라 화소수를 비례해서 유추해 볼만하다.

3. 내 인생에 새벽에 일어나 뭔가를 구입하려고 애쓴 적이 있나? 없다. 맘에 드는 비행기 좌석 배정을 위해 보통 48시간 전에 오픈되는 모바일 체크인 시간이 새벽시간인 경우 할 수 없이 그리하지만 단언하건대 그 이후로 뭔가를 저리 애써본 기억이 없다.

 

그만큼 내 인생에서 나름 의미가 있는 스마트폰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열정이 가득했으니 나이와 상관없이 그때는 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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