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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오늘

[2010.8.23.] 제 3권은 1Q84의 해설서인가?

by 오늘의 알라딘 2025. 3. 5.

지난 2일에 구입한 하루키의 1Q84 제3권을 어제(22일) 모두 읽었다. 1,2권에 비해 페이지가 많이 늘었긴 했지만 이 십일이나 걸린 셈이니 이제껏 읽었던 '하루키'의 책들 보다는 꽤나 진도가 늦은 편이다. 

 

중간에 제주도 휴가가 끼어 있어 책을 읽을 만한 시간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집중도가 떨어졌다는 말이다. 1,2권을 읽은 지 시차가 있는 탓에 주인공들이며 그간의 줄거리를 3권의 맥과 연결하기 어려웠던 것도 집중도를 떨어뜨린 이유였다. 하지만 정작 큰 이유는 이 책이 지나치게 '친절해졌다'는 것에 문제가 있었다.

아오야메와 덴코 외에 '우시카와'라는 인물이 추가되어 돌아가며 하나의 장(章)씩을 맡곤 있지만, 그저 약간의 시차를 두고 각 각 과거 현재 미래를 담당하면서 앞 뒤의 정황을 '해설'할 뿐이어서 이번 3권은 그저 아오야메와 덴코의 '재회'를 서술한 로맨스에 불과하다.  초등학교 시절의 그 짧은 인연이 수 십 년 후까지 그들을 묶어 놓을 수 있다는 가정 하나만으로도 지나치게 억지스럽다.

 

NHK 수금원이었던 덴코의 아버지가 만들어 낸 '무의식 속의 또 다른 수금원'이 아오야메와 우시카와를 방문할 땐 나름의 스릴도 있었고, 요양원의 간호사 '아다치 쿠미'와 보낸 하룻밤은 이야기를 새로운 국면으로 이어가는가? 하는 기대도 있었는데 결국 아버지와 우시카와의 연이은 죽음으로 별 의미 없이 '하이틴 로맨스'로 돌아온다.

 

너무나 주도면밀하고 이야기를 정리해 버리는데 익숙한 인물인 '다마루'만이 결국 제 역할을 다 해버린 셈이다.

 

줄곧 '후카에리'라고 불렸던 미소녀가  3권의 중간에 와서 갑자기 '후카다 에리코'라는 Full Name으로 등장해서 어리둥절했던 일이나  난데없이 우시카와 사체의 입에서 '리틀피플'이 나오는 장면 등등은 작가가 어지간히 '꼬고'싶었나 보다, 하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결국 다마루의 '효과적인' 중개 활동 덕에 아오야메와 덴코는 기다려왔던 시간이나 노력에 비해 너무나 쉽게 만나고, 너무나 쉽게 서로를 이해하고, 너무나 쉽게 1984년의 12월의 겨울로 돌아온다. 그리곤 어지간히 급했는지 바로 '호텔'로 향한다.  

 

이건 정말 '하이틴 로맨스' 아닌가? - 신데렐라나 백설공주가 그랬듯이.

 

개인적으로 1Q84 '3권'은 하루키 최악의 책이다. 2권으로 끝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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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3.5.

 

이조년의 시조에 '다정도 병인양 하다'한 구절이 있다. 임금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겠지만 남을 배려하고 사려 깊은 게 도리어 병이 될 정도로 과하다란 의미일 것이다.

 

책이든 영화이든 스토리를 갖은 모든 창작물은 독자나 시청자에게 상상의 여지나 추리가 필요한 영역을 남겨두어야 한다. 때론 그것이 과하여 열린 결말이라는 신조어처럼 뒤를 허전하게 만들긴 하지만 비용을 들인 독자들에게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추리물의 경우 말미에 사건의 과정들을 복기해 가며 스토리가 억지나 우연에 기댄 것이 아니라는 걸 입증시키는 방식으로 설명을 하긴 하지만 그전까지는 철저히 복선과 트리거를 잠복시켜 독자들을 전혀 다른 곳으로 이끈다.

 

이제는 무슨 줄거리였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1Q84의 3권이 마치 1,2권의 내용과는 구별된 책처럼 나타나선 막장 드라마의 결말처럼 스스로 막을 내렸다는 내용이 본문의 요지였을 것이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 에서 어린시절 여주가 운동장에 떨어뜨린 분홍색 MP3플레이어를 남주가 보관하고 있다 둘을 묶는 도구가 되었듯 그런 유치찬란이 책에 가득했다.

 

뭐 대단한 기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제일 두꺼운 두께로 출간된 3권이 직전까지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흐르더니 얼렁뚱땅 문을 닫고 도망치듯 끝을 내니 적지 않은 '배신감'이 있었다.

 

박수 칠 때 떠나란 말이 제법 여러 군데에서 유용하다. 지나친 다정은 질척거림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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