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잔디 음향의 하이파이 스피커 라인인 '칼라스'의 플래그십인 '아틀란티스'를 들인 지도 일 년이 넘었다. 모든 음악에 올라운드인 스피커가 어디 있겠냐만 이제껏 사용해 본-그래봐야 얼마 안 되었지만-스피커 중 딱히 단점을 찾을 수 없는 스피커가 '아틀란티스'였다.
적잖은 가격에다 국내 1인 기업에서 생산된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되는 자그마한 아쉬움들이 없진 않겠지만, 적어도 스피커 본연의 성능만으로 보자면 가히 하이앤드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대형기로서의 존재감은 물론이고 대역대 모두를 아우르는 밸런스와 해상력, 그리고 음장감까지.
그러던 녀석을 제조사인 금잔디로 돌려보냈다.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다.
이제까지 4차 필터가 채용된 3 웨이 5 스피커 시스템이었던 것을 '4 웨이'로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인데, 중역대를 담당하던 유닛 두 개 중 하나를 중고음용 유닛으로 교체하고 이를 통제하기 위한 밴드패스 필터를 추가 장착하고 우퍼부의 메인 회로를 튜닝하는 작업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4 웨이 스피커를 만드는 것이다.
소위 Way를 잘게 쪼갤수록 특정 음역대를 특정 유닛이 담당하게 되므로 각 유닛이 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반면에 대역 간의 조화를 만들어 낼 유닛 선택의 어려움, 음역대의 겹침과 연결을 음악성 있게 살리는 튜닝의 기술이 담보되지 않고서는 풀레인지 구성보다 못한 것이 되어버린다. 다행히 금잔디에 이 방면의 특기가 있어서 안심하고 작업을 부탁드렸다. 유닛에 의지하기보다는 튜닝을 통해 스피커를 완성하는 몇 안 되는 메이커이다.
이미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되어 버렸다. 이제는 더 이상의 후퇴와 양보 없이 현재에서 최고를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지난 1년이 그랬던 것처럼 후회 없는 가을을 보내게 해 줄 것이다. 아틀란티스를 드라이브할 판테온과 함께!
기대는 크지만, 새로 에이징을 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온다.
[2010.10.11. ] 왕의 귀환 - 칼라스 아틀란티스
일주일 만에 아틀란티스가 돌아왔다.
개복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4 Way 스피커로 변신해서 나타난 것인데 이게 정말 기대 이상이다.
거실 공간을 변경했기 때문에-이 부분은 다른 포스팅으로 소개하기로 한다-일주일 전의 음질과 공정한 비교를 하기엔 쉽지 않지만 업그레이드 이후 통상 겪게 되는 '에이징'의 어려움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벌써부터 제대로 된 소리를 내준다. 지난 일주일 간 금잔디의 작업실에서 충분히 앰프 밥을 먹어서인지 모르지만 판테온에 물리자마자 단박에 '자연스러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번 4 Way 업그레이드를 한마디로 표현해라 한다면 나는 '자연스러운 소리'라 하겠다. HDCD인 'Tutti' 앨범의 대편성 다이내믹스를 충분히 소화해 내면서도 자극하지 않는 편안함, 특히 중고역의 고급스러운-이런 표현이 적절한진 모르겠다. 고급스러운 소리라니. 문장력의 한계이다-소리결이 이미 익어버린 우퍼 두 발에 얹혀서 맛깔스럽게 나온다.
과장되지 않은 대역 간의 밸런스 하며 악기 위치를 그려낼 수 있는 공간감과 정위감이 아주 제대로다. 저 멀리 흔드는 탬버린 소리가 벽면을 넘어서 살랑살랑 들려온다. 이런 것을 소위 말하는 이탈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스피커 좌우앞뒤를 한 참 벗어나서 무대가 그려지고 그 끝에서 악기 소리가 들려오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 그것이 주로 타악기인 경우에 효과를 바로 느낄 수 있다. 청취 위치 뒤편으로 이제껏 숙원 사업(?)이었던 책장을 거실로 꺼내와 배치했기 때문에 일종의 음향판 역할도 했으리라 생각한다.
안방마님으로 사용 중인 Tone의 '판테온 3'이 극도의 해상력과 댐핑 중심으로 튜닝되어 있는 진공관 앰프여서 성향만으로는 오히려 트랜지스터 앰프에 가깝다. 마지막 튜닝에서는 그런 성향이 더 강해졌다. 그래서인지 고감도에 속하는 '아틀란티스'와의 이제껏의 궁합은 높은 볼륨에서는 다소 신경질적인 소리결이었다. 중고역대가 부풀어 올랐다는 느낌! 바로 그 정도였다.
아파트 거실에서 높은 볼륨을 올리는 경우란 것은 가뭄에 콩 나듯 하는 것이라 딱히 불만의 범주에 들지 않았었는데 이제야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앰프가 스피커를 일방적으로 드라이브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바로 그것이다. 집에 음향 계측기는 없지만 만약 측정을 한다면 필시 이상적인 평탄한 그래프가 나올 것이 틀림없다.
다소 높은 볼륨에서도 넉넉히 포용할만한 스피커가 되기까지 적지 않은 비용과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번 4 Way 작업으로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소리' 덕택에 앞으로의 가능성에 더욱 기대가 된다.
우리나라에 과연 아틀란티스가 몇 조나 풀려있는지 모르겠지만, 아틀란티스 사용자라면 4 Way 업그레이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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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3.13.
15년 전엔 일주일에 걸쳐 두 번에 올렸던 내용인데 연결되는 것이라 같이 옮겨왔다.
당시 같은 단지 내에서 이사를 해야 했다. 스피커를 옮길 방법이 마땅하지 않았는데 이삿날을 사이에 두고 업그레이드 작업을 해서 스피커 이동과 업그레이드 두 마리를 한 번에 다 잡은 셈이었다.
위약효과인지 오디오나 스피커는 소위 업그레이드 작업을 했다 돌아오면 들인 시간과 비용에 스스로 보상하듯 한결 좋아진 걸로 느낀다. 마치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중고음용 유닛 하나의 변경을 포함했던 작업이라 사실 조금 달리 들려야 정상이 맞기도 하는데 요망한 귀는 어느새 익숙해져 버려서 변화를 계속 느끼기 어렵다. 어쩌면 그래서 오디오쟁이들은 끊임없이 바꿈질에 목을 매는지 모르겠다.
스피커는 그 후로도 한 번쯤 추가 업그레이드 작업을 더 한 기억인데 여러 번 손을 댄 탓에 이제 원형의 아틀란티스는 그 이름대로 영원히 수면아래 잠들었다.
며칠 전 모 예능 프로그램에 오래전 몇 편의 영화로 누구나 다 아는 여배우가 나왔는데 이름을 듣기 전까진 그인지 몰라봤다. 세월 탓이 아니다. 여러 차례의 성형으로 원형의 얼굴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이제 와서 어느 것이 '진실의 모습'인지 따지는 것이 무슨 이유가 있겠냐만 그 역시 업그레이드의 유혹으로 젊은 시절 그 얼굴을 버렸다. 이걸 아쉽다고 해야 할지 새 얼굴이 반갑다고 해야 할지? 나의 아틀란티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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