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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오늘

[2010.11.2.] 가을 맞이 전등 갈이

by 오늘의 알라딘 2025. 3. 20.

가을을 맞아 집안 이곳저곳을 정리하고 있던 차에 맘에 들지 않는 전등 몇 군데를 교체하기로 했다.

먼저 딸아이 방. 

창 측으로 천장 보조등이 달려있었는데, 생긴게 현관이나 욕실 정도에나 어울릴 것이라 공주방 스타일의 딸아이 방에는 영 어울리지 않았다.

 

주말에 고속터미널 지하상가까지 가서 조그마한 샹들리에를 구입했다. 크리스털이나 프레임의 색상은 아이의 방 콘셉트에 맞추어 핑크와 희색으로 된 것으로 구했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흉한 전등을 들어내고 샹들리에의 높이를 정한 후에 전선의 길이를 체인에 맞추어 정리해서 설치했다.

 

뭐 정상적인(?) 남자라면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름 깔끔하게 잘 작업되었다. 천정에 매설된 오래된 전선 피복을 벗겨내다 칼에 손을 좀 베인 것을 빼곤ㅠ. 주 중에는 같은 모양의 전등이 매달려있는 피아노 방의 천장등과 볼품없는 주방등도 교체해 볼 생각이다. 

 

*추가 - 
 그 다음으론 컴퓨터 방의 창 측 전등. 전구색의 삼파장 볼 전구로 바꾸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단풍의 정경과 제법 어울린다. 

마지막으로 주방등. 펜던트 스타일로 20w 삼파장 4구가 들어간다. 밝지만 따뜻한 전구색이 편안한 식사시간을 만들어 준다. 

보너스. 주방용 시계도 함께 바뀌었다. 분침에 남자가 매달려 함께 도는 디자인인데  모던하면서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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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3.20.

 

15년 전이다. 이사한 집이 나름의 인테리어가 된 집이었지만 전주인 노인의 취향이 나랑 맞았을 리가 없다. 디자인도 그렇고 사용된 소품의 재질이 그냥 수리한 집이라는 생색을 내는 데 급하기만 했다.

 

큰 돈을 더 들일 여력은 없었지만 아직 이사 분위기를 느끼려는 열심이 있던 때라 직접 전등도 고르고 설치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후 15년. 그 사이 아이가 커 아이방 천장의 샹들리에는 철거했고 주방등은 다른 디자인으로 한 번 더 교체했으며 주방벽에 걸어두었던 시계는 이젠 건전지를 갈아도 시계가 제대로 돌지 않는다. 한마디로 그사이 시간이 흘렀고 새로 설치했던 것들은 다 그만큼의 쓰임을 다한 후 이제는 '늙었다'. 그때는 새것이었던 것이 이제는 그렇지 않은 시간이 준 풍화를 다들 몸소 겪었다. 그 아이를 키워낸 어미아비처럼.

 

클래식 하다거나 고풍스럽단 말로는 오늘의 늙음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요즘 몰두하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의 제목인 제주방언이 어깨를 툭 치고 한마디 하고 간다.

 

"폭삭 솎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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