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비닐 디스크에는 손대지 않으리라 했었다. 하지만 끝은 또 다른 끝에 맞닿아 있다 했던가? SACD도 시장에서 죽어가고 있고 CD도 이젠 하나 둘 PC-Fi에 밀려가고 있는 마당에 전혀 다른 방향인 아날로그를 시작한다는 게 그리 수긍이 안 가겠지만 이왕 하는 것이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손이라도 안 떨어야 카트리지를 갈던가 할 것 아닌가?-라는 결심으로 덜컹 턴테이블을 구입해 버렸다.
사실 비닐의 '음악적' 우위는 이미 검증이 끝났다. 따라서 여전히 LP는 생산되고 있고 끊임없이 턴테이블은 양산될 것이다. 물론 과거보다 사용층이 얇으니 거래되는 디스크와 턴테이블의 가격이 바닥을 찍고 다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 문제지만. 하지만 오히려 소수자의 매니아적 취향으로서의 '아날로그'를 감안하면 어쩌면 그 전성기는 지금부터인지도 모르겠다.
디스크며 카트리지의 관리, 톤암의 조정 등 잔손이 많이 가는 데다 20~30분마다 판을 갈러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고행'의 길이 시작되었다. 심지어 판 하나 뒤집는데도 일일이 톤암을 들어야 하고 턴테이블 회전을 멈춰야 한다. 마우스 클릭질 한 번으로 앨범 전체를 갈아대던 내가 과연 버텨낼까 싶지만 진공관 앰프와 함께 돌아가는 턴테이블 보고 있자면 음악 이상의 묘한 감흥이 벅차오른다.
공교롭게도 영입한 턴테이블이 Clearaudio의 'Concept'라 린데만 CDP와 함께 소스는 '독일' 제품으로 통일하게 되었다. 사대주의에 젖은 탓일지 모르겠으나 '독일산'이라는 말 만으로도 품질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겠다는 공연한 신뢰가 있다. 디자인 역시 깔끔하고 알루미늄 컬러가 테두리에 배치된 베이스에 검은 플래터가 판테온 앰프나 린데만 CDP의 '알루미늄+블랙' 컬러와 일치해서 소위 말하는 '깔맞춤'까지 완성하게 되었다.
우선은 개봉 사진들 부터 하나 둘 공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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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4.17.
영국제 포노앰프를 더해 꾸며놓긴 했는데 예상대로 그리 자주 턴테이블을 돌리지 못했다. 음악을 들을 절대시간이 적어졌는데 그 짧은 시간을 비닐에 할애할 맘의 여유가 없어진 탓이다. 한정된 소스를 늘리지 못한 콘텐츠의 부족도 하나의 이유다. 가격이 좋은 건 상태가 엉망이고 들을만한 판은 가격이 안드로메다에 가 있다. 신보는 적은 발행량에 아예 구입하기가 쉽지 않고.
이제는 어쩌다 기분이 동하면 턴테이블 위 먼지나 털어내주는 게 전부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미 한 몸 같은 구성이라 턴테이블의 빈자리는 상상할 수 조차 없다. 몸의 어느 구석의 쓰임이 덜하다고 떼어낼 수 없는 것처럼 언제든 바늘 긁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가정 하나를 갖고 사는 것만으로도 저 자리에 턴테이블이 앉아있을 밥값은 다 한 거다.
턴테이블을 들이고 사용 중이라는 연예인들의 일상 에피소드가 방송에 제법 자주 소개된다. 그때마다 나도 다시 들어볼까? 하다가도 이내 맘을 접는다. 들일 공수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지는 활동이라 생각해서일까?
전부 음악들을 시간이 부족한 것을 이리저리 나누어 쓰려다 보니 생겨난 일이다.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앰프에 불을 지필 구실을 더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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