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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오늘

[2007.10.12] 6개월만에 새로 시작하는 것들

by 오늘의 알라딘 2023. 12. 6.

블로그에 로그인하는데 한참을 망설였다. 접속 ID가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오래간만에 들어오는 이글루스. 날짜로 계산해 보니 6개월 만이다. 

 그간 그리 바쁘게 살았나? 잠깐 지난 4월 이후의 달력을 뒤적여 봤지만 그 전년도에 비해서 그다지 바쁠 것도 없었다. 그저 지루한 일상 속에 글쓰기 역시 시들해진 것 아닐까?

이제 제법 아침저녁의 서늘함을 즐기게 된 가을이다.
이 10월에 새롭게 시작하는 것 세 가지가 생겼다.  물론 큰 의미 없이 꾸준히 하는 여러 가지 일들(음악 듣기, CD 모으기, 세차하기, 다운로드한 영화 보기 등등) 가운데에서 의미를 부여해 새로 시작하는 것들이다.

이 글을 올릴 쯤의 나와 하은이. 늘 오늘이 제일 젊었고 어렸다.


1. 하은이 공부 도와주기
주말은 제외하더라도 수학과 영어를 매일 30분씩 봐주기로 했다. 4학년의 그것이라는 것이 이제 제법 만만치 않은 난이도이지만 더 늦기 전에 딸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집사람의 등쌀에 떠밀려 시작한 일이고 솔직히 피곤하고 힘들지만 잘한 일이다.


2. 전화영어
회사의 지원을 받아 일주일에 3번은 원어민과의 영어 레슨을 전화를 통해 하게 되었다.  뭐 여행 가서 사 먹고 놀고 돌아오는 데는 불편이 없다 생각하지만, 이걸로는 안된다. 게다가 가뭄에 콩 나듯 하는 해외 출장이나 여행만을 가지고는 최소한의-정말 최소한이다-영어 감각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참에 영어 이름도 새로 지었다. 그간 나의 닉네임이었던 aladdin은 영어 이름으로 사용하기엔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므로,  '이안(Ian)'으로 지었다.  원어민 발음으로는 거의 "얀"으로 들린다. 영어선생이 나의 姓인 Yoon과 비숫한 음가를 갖는 영어이름을 골라준 것 같은데 그냥 쓸만하다. 그러나 아직도 대화 중에 내 이름을 부르는데도 못 알아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ㅠ.ㅠ


3, 살 빼기- 음식 절반만 먹기 프로젝트!

새로 시작하기로 한 세 가지 중 가장 힘들고(하루에도 몇 번씩 각오를 새로 해야 한다) 진도가 더디지만 의욕을 갖고 시작한 것이다. 난생처음 시도하는 다이어트이다. 결혼 전까지 50kg대의 국민 약골이었던 내가 살 빼기를 하리라곤 세상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엄연한 현실이 되었다. 그동안 체중계가 고장이나 나의 정확한 몸무게를 모르고 살다 얼마 전 장만한 디지털체중계-CAS제품으로 제법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다-가 들어온 후의 실측치는 무려 73.5kg!

서울대 유태우 박사가 제시한 정상체중-믿기 힘들 정도로 낮은 체중이다-을 거의 10kg 정도 오버하고 있는 상태다.
정상체중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지난 5년 이상을 69~70kg을 유지해 온 나로서는 정말 급격히 불어난 체중을 실감한다.
이제 제법 옆구리 살도 잡히고 팔다리에 비해 배만 불룩해진다. 얼굴의 윤각도 무뎌져서 샤프한 이미지는 없어진 지 오래다.

무엇보다도 몸이 무겁고 편하지 않다는 자각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제법 걸으면 무릎이며 발목도 아프다.

겨우 일주일 정도 된 체중조절이지만 더 늦기 전에 시작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침마다 공복 시에 체중계가 오르는 것이 즐겁다. 내 몸에 뭔가 좋은 일을 해주는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하다. 오늘 기준으로 70.5kg!. 어제 아침보다도 400g 정도가 줄었다. 어쨌든 노력한 결과가 보이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일단 올해 말까지 목표는 65Kg. 집에서 가까운 헬스클럽을 등록해서 아내와 함께 다녀보는 것도 좋겠다.

이제는 뭔가를 새로 계획하고, 도전하는 일이 마냥 쉽지만은 않지만 아직 세상을 포기하고 살기엔 나에게 미안한 구석이 너무 많다. 건강히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 좋은 일이다.


[글 더하기]
오늘은 2023.12.6.
 
동시에 몰입할 수 있는 갯수에 물리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한계가 있다 보니 늘 종목이 바뀌기는 하지만 뭔가를 추구하고 배우고 집중하는 것 자체엔 평생 끊임이 없었다. 고 자부한다.
 
때로는 그것이 운동이 되기도 하고 공부가 되기도 하고 취미생활이 된다. 남이 보기엔 꾸준하지 않다 할지 모르지만 그건 모르는 말이다. 겉으로 드러날 정도의 일이 계속 바뀔 뿐 나머진 수면 아래에서 계속 꼼지락 거리는 중이니.
 
블로그에 글을 끄적거리는 일도 20년이 넘었지만 중간중간 빈 구멍들이 있는 기간들이 제법 있다. 여기저기 글을 들고 옮기는 과정에서 잃어버리고 지워버리느라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또 다른 일에 집중해 있었을 때다. 그래도 늘 어느 시간 후엔 돌아와 있다.
 
저 당시에도 6개월쯤 글 쓰는 걸 쉬다 블로그 앞으로 돌아와 신변(?)을 정리하던 때인가 보다. 아이 가르치는 건 얼마지 않아 제풀에 그만둔 것 같고, 전화영어는 3개월쯤 하다 책자와 MP3 음원을 제공하는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갔다. 그 후엔 '야나두'가 고정 BGM이 됐다. 열거한 것 세 가지 중 제법 인텐시브 하게 미친 듯 집중했던 것이 살 빼기다.
 
이후로 블로그에 하라는 글은 안 쓰고 매일 아침 체중을 잰 후 그 수치를 옮기고 1차 목표 65kg을 넘어 62kg가 될 때까지 각오를 다지는 다이어트 일기장으로 변질되어 운영됐었다. 
 
집중하는 것에도 '요요'가 온다.
 
23년을 마무리하는 시기에 이글루스가 망해버린 것이 트리거가 되어 다시 글쓰기로 돌아왔고, 준비하고 있는 자격시험을 위해 다시 열공모드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제 나머지 관심분야들은 다시 수면 아래로 자리를 바꿔 다음 '요요'를 기다리겠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여전히 가득하니 생각만 해도 벌써 마음속이 시끄러운 24년이 예상된다. 잘 버티길. 
 
건강히 열심히 살아간다는 건, 2007년 그때와 같이 여전히 좋은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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