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정확한 표현은 오늘 새벽이겠다-2시 반까지 DVD 한 편을 봤다. 늦은 저녁을 먹고 하은이를 목욕시키고, 재우면 보통 밤 11시가 넘어야 우리 부부가 영화 감상할 시간이 생긴다. 어제는 집으로 보고서 작성할 일거리를 싸들고 들어간 날이라 12시가 넘어서야 영화를 볼 수 있었다. 15일경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퇴근길에 구입해 들어간 DVD를 보기로 했는데 집사람이 전부터 출시를 기다렸던 영화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대한민국 대표 미남미녀 배우 정우성과 손예진이 만들어낸 멜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이미 극장관객 270만 명을 동원한 흥행작이니 적어도 내용은 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이번 DVD는 독특하게 극장판과 감독판을 별도의 케이스에 포장하여 하나의 박스에 담아낸 것이라 그 소장의 의미도 남다르다 하겠다. 극장판에서 무려 27분이 추가된 감독판은 무늬만 감독판이 아닌, 감독의 정성이 가득한 알짜 편집본이며, 스페셜 피쳐의 영상들은 팬서비스로 가득하다 하니 오늘저녁엔 이 다른 버전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놀랍게도 이 감독판은 117분의 극장판에서 무려 27분이 추가되어 있다. 극장판 자체도 상영시간이 2시간에 가까워서 멜로 영화로서는 다소 부담스럽기 때문에, 2시간 반에 가까운 감독판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는지 기대가 된다.
집에는 손예진이 주연한 또 다른 영화 <클래식>이 있는데... 집사람 평대로 우는 연기가 제격인 몇 안 되는 멜로用(?) 여배우임이 틀림없다. 정통 멜로, 즉 최루성 멜로를 표방하는 이재한 감독의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한 터프하는 정우성과 한 순정하는 손예진-불치의 알츠하이머병에 걸린-이 만나서 알콩달콩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뭐 그렇고 그런 식상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죽는 사람은 없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항상 죽음의 그림자가 영화 전체에 가득했던 칙칙한 한국형 멜로 영화의 틀에서 조금은 그 궤를 달리 한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공사판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생아 정우성이 건설회사 사장의 어여쁜 딸과 우연한 몇 번의 만남 이후에 서로 사랑하게 되고 우여곡절을 거쳐 결혼까지 하게 된다는 전형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중반 이후에 손예진이 알츠하이머병, 즉 치매에 걸려서 가장 최근의 기억부터 천천히 잃어간다는, 지금까지 보기 힘들었던 색다른 소재로 한국 멜로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도한다.
때문에 손예진의 기억이 사라지며 만들어지는 여러 설정은 이 영화의 소중한 극적 장치가 되고 사랑과 기억의 관계라는 다소 진지한 주제조차 부담스럽게 않게 영화 속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 올 수 있었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다른 멜로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이지만 국가대표 공식 남녀 얼짱 정우성과 손예진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영화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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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11.9
아. 오래된 영화이다. 작년 결혼해 이젠 배우 현빈의 부인이 된 손예진이 영화 '클래식'과 함께 그녀의 리즈시절을 담고 있는 영화로 기억된다. 그리고 새벽을 넘겨가며 본 몇 안 되는 영화로도. 또 그다음 날 바로 꽤 장문의 감상평을 썼던 그런.
함께 공연한 정우성과 함께 그 긴 세월을 여전히 게다가 꾸준히 영화판을 지키며 롱런한 여배우의 케이스가 흔치 않은 걸 생각해 본다. 스캔들이란 수식어가 늘 콤보로 따라붙는 그곳에서 자신을 지키며 일가를 이룬 셈이라 '자기 관리'란 말을 넘어 인성과 품성의 됨됨이 없이는 불가능했으리라.
역시 오래 묵은 것은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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