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핑계를 좀 대야겠다.
대부분의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얻는 편이므로 집에 들어가면 TV를 자주 보는 편이 아니다. 저녁 식사 근처에서 8시 뉴스를 귀띔으로 듣거나 일일 연속극의 끄트머리 약간을 성의 없이 보는 수준이 전부이다. 그 후로는 잠들 때까지 음악을 들으며 관심 있는 책이나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것이 보통.
그러다 어제 저녁 뉴스에 분명히 '광화문 광장'의 단장을 마치고 정오 무렵부터 개방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분명히'.
'오늘'이라고는 확신하지 못했지만 며칠 후의 소식을 뉴스로 다룬 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서 점심을 먹고 일부러 광화문까지 걸어갔다. 지척에 사무실이 있는데 역사적인 '광화문 광장' 개방을 기념하는 사진 한 장이라도 남겨야 할 것 아닌가.
소나기구름이 살짝 비켜 갔는지 습기는 가득하고 날은 더워 죽겠는데, 이왕의 출발이니 더위를 무릅쓰고 광화문 도착!
그런데 이게 또 뭐야??? 아직 공사 펜스가 그대로이고 출입은 통제.ㅠ.ㅠ 오호통재라! 이거 뭐가 잘못되었구나.씩씩거리며 사무실로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한다. 제길. 내일(8월 1일) 정오 개방이란다. 잘 알아보지도 않고 간 내 잘못이 크지만, 무슨 뉴스를 이틀 전에 전해서 사람을 골탕먹이냐? 발 빠른 뉴스, 너무 심해도 병이다.
오늘 서울 낮 기온 31도. 더운데 헛짓햇다.
교보문고 옆 KT 빌딩에 언제부터 생겼는지 'KT 아트홀'이란 사인을 광화문 광장 쪽으로 보이게 만들어 놨다.
원래부터 있었던 시설을 이제야 홍보하는 것인지, 내가 이제껏 못 보고 지나쳐왔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대형서점, 고궁, 광장. 그리고 아트홀....... 광화문 거리가 '문화의 거리'로 바뀔라나 보다. 제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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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7.9.
전후 급속 압축성장을 거듭해 오늘에 이르다 보니 변변한 관광자원이 없는 형편에서 서울의 랜드마크라면 단연 경복궁이다. 시내 한 복판의 고궁이란 점과 산을 지척의 배경으로 두고 있는 절경에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스토리라인까지 갖추고 있어서 국내외의 주목도가 높다. 그러다 보니 정권이나 시장이 바뀔 때마다 경복궁과 그 앞 광화문 광장터를 가만히 두질 않는다.
복원이라는 명분과 문화광장으로서의 자리매김을 이유로 주기적(?)으로 치적사업용 공사를 한다. 위인이긴 하나 그 크기와 위치가 어색한 세종대왕상까지는 그렇다 했는데 이동차량이 많은 그 큰 광화문 대로를 포장도로가 아닌 울퉁불퉁 유럽의 코블스톤을 흉내 낸 바닥블록을 깔아놓은 것을 보곤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국군의 날 행사에 탱크 몇 대 지나가고 망가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어느 순간 다시 포장도로로 바뀌었다.
본문에 소개했던 광화문 광장 역시 문을 연 이후 벌써 몇 번을 이리저리 손을 댔고 그것에 맞추어 교통 통제 흐름을 몇 번이나 바꾸었는지 모르겠다.
세빛둥둥섬의 오명으로 유명한 오세훈 시장이 이번엔 이 광화문 광장에 100미터짜리 국기게양대를 만들겠단다. 이 양반도 적당히를 모르는 사람이다. 여기저기 반대와 우려의 의견이 나오는 중에도 아직 그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좁은 집구석엔 좀 부족해도 미니멀리즘으로 가야 하는데 그 복작거리는 광화문 앞에 뭘 더 쑤셔 넣겠다는 건지.
날도 더운데 나처럼 헛짓하지 않기를.
요즘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도와주는 것인 높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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