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뒤숭숭하고 어디 하나 의지할 때가 없을 때마다 온갖 이단 잡설이 난무하기 마련이고, '듣보잡 종교'에 심취한다든지 때론 얼토당토않은 일로 세상을 쉬 등지기도 한다.
이런 난세에 늘 기다리는 건 '영웅'이나 '구세주'이지만 가끔은 어이없는 사람의 출현으로 잠시 시름을 잊기도 한다.
디테일 화법의 스토리텔링 일인자. 상식과 학식과 지식을 초월하는 '뻔뻔 괴담'의 영수. '허경영'이 바로 그다.
"아 그럼요. UFO가 있죠. 실제로 압구정동에 나타난 UFO를 본 적이 있는데 하나가 갑자기 서른 개가 됐죠. UFO의 실제크기는 잠실운동장만한데, 은하계까지 도착하는 속도가 0.1초입니다. 그러니까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리는 거죠. 그 잠실운동장만한 접시같이 생긴 게 직선으로 날아가는데, 우리가 가면 몇 십억 년 가야 되는 걸 0.1초 만에 이동을 하니까요."
UFO를 믿는다는 그의 답변이었다. 아! 예술이다. 디테일의 미학이란 이런 것을 말한다.
"나이가 80이 돼서 재혼해도 1억을 줄 것입니다. 무너져버린 가정이 많잖아요. 찜질방에서 자는 사람, 심지어 어디 가서 지하도에서 자는 사람. PC방에서 자는 사람, 친구 집에서 자는 사람, 부인하고 헤어져서 돈 때문에 다시 집을 못 얻어서 못 합치는 사람. 비록 이런 사람들 이혼을 했더라도 1억을 주니까 다시 합치면 된단 말입니다."
"나는 내 뇌를 현재 100% 쓰고 있죠. 아픈 사람이 제 눈빛을 딱 보면 암이 됐든 장염이 됐든 다 나아버려요."
"제가 대통령이 되면 국립묘지에서 취임식을 하고 싶습니다. 보통 취임식이 아니라 대통령 전용차가 오는 사이에 하늘에서 내려오는 특수한 취임식을 하고 싶어요. 12명의 공수특전단 여성이 하얀 옷을 입고 천사 날개를 달고 내려오죠, 그 12명이 내려오면서 그 가운데 제가 있는 거죠."
그의 말들은 일단 황당의 수준을 넘기 때문에 실소를 넘어 재미있다. 그것도 개그맨도 아니고 넥타이를 맨 나이 지긋한 양반이 저러고 다니니 더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그. 하지만 그가 왜 정신병원이 아니라 1년 6개월간 교도소에 가야 했는지 이 나라의 교정 행정에 또 한 번 갸우뚱해 본다. 내 생각에 그는 '감방'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했다.
며칠 전 출소하면서도 역시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제가 구속되던 날 남대문이 불타고 출소하는 날은 개기일식이 일어나 많은 분들이 놀라워하셨던 걸로 알고 있다"
"30만 당원의 후원금으로 자금을 충당하고 있으며, 특히 초능력으로 병을 고쳐준 사람들이 고마운 마음에 많은 돈을 자진해서 내고 있다"
"마이클 잭슨사망 3일 전에 영혼이 찾아왔는데, 예수처럼 온 몸처럼 못 박힌 자국이 있었다"
앞으로 방송국을 인수하겠다는 출소 후 일성을 날리신다.
워낙 황당의 수준을 넘는 말들이라 '혹세무민'할 염려도 없고, 세상에 주는 해도 별로 없고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하니 이런 개그를 날리시는 분이나 즐기는 우리나 '윈 윈'하는 것 같지만. 아니다 내가 보기엔 '치료'가 필요한 양반이다. 의도적으로 기인 행세를 하시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를 계속 4차원 세계의 '폴'로 남겨두는 건 너무하다. 재미있다고 '장애'를 그냥 방치하는 것뿐 아니라 즐기려 한다는 건 '집단적 비이성'이니깐.
그래도 대통령 후보까지 하신 분 아닌가? 문제는 이 괴짜 칸트에게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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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7.10.
'내 눈을 바라봐~(원제 Call Me)'란 자서전적(?) 명곡을 남긴 가수이기도 한 그가 이리 오래 득세하고 여러 번 대선출마까지 진행될 줄 몰랐다.
실제 종교집단화한 형태로 어지간한 대학 캠퍼스 크기의 '하늘궁'을 소유하고 있고 웃긴 건 네이버 예약을 통해 투어코스도 판매 중이다. 강연료나 고액의 상담료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축복비용이나 명패 혹은 천사 칭호를 받는 데는 억대의 돈이 든다. 뭐 워낙 이런 쪽으로 유명한 분이니 길게 옮길 것은 아니지만 고령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들이 또 수면 위로 올라오는 중이다.
종교란 것이 모두 비현실적인 것을 기저에 깔고 있는 것이지만 미신과 사기 정도는 구별이 될 법한데 궁지에 몰린 사람들에겐 그마저도 작동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까지는 누군가의 위로가 될 가능성이 있었겠지만 이제는 사회악의 수준이다. 그럼에도 여태 별다른 제재 없이 입막음이 되고 있다는 것이 내내 신기하다. 게다가 유튜버 '천공'이라는 신흥 강자(?)마저 등장한 세상이고 손바닥에 왕이라고 그리고 다니던 대통령마저 애독자라로 의심되는 시국이니 개탄할 노릇이다.
국민을 호도하는 사이비들을 막을 뾰족한 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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