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게시판에 "10년 된 중고 스피커를 구입하려고 하는데 스피커의 수명은 과연 얼마일까요?"라는 질문에 많은 답변이 달린 것을 볼 수 있었다.
주류가 되는 대부분의 답변은 한마디로 '30~40년은 끄덕 없다는 것!' 과 함께 실제 몇 년째 사용 중이라는 증거물들이 주렁주렁 굴비로 달렸다. 결국 10년 정도 된 스피커라면 이제 겨우 '에이징' 정도 되었구나 하는 수준이란다. 어느 고수는 10년이 안 된 스피커는 스피커로 치지도 않는다는 뼈 있는 말씀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오디오파일 중에는 5년이라도 제대로 울려보고 스피커를 내친 경우가 몇 번이나 될런지? 내 경우에도 심각하게 오디오를 한 것은 5년 정도인데 그동안 거의 해마다 스피커가 바뀌었다. - 스피커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 중고가 대부분이라 이미 전 사용자가 상당기간 에이징을 해 주었겠지만 에이징이란 '펌프질'과 같아서 끝을 볼 때까지는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그 사이에 주인이 바뀌고 시스템 환경이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란다.
들은 말이지만 좋은 비유가 있다.
예전 시골 우물가의 '펌프'을 생각해 보면, 물 한 바가지 부어 넣고 '15번'은 펌프질을 해야 비로소 물이 나온다고 할 때 이게 바로 스피커로 치면 에이징이 된 것. 그런데 도중에 팔이 힘들다고 12번이나 13번의 펌프질에서 멈춘다면 에이징(펌프질)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모든 펌프가 15번의 펌프질이 필요한 것도 아니요 어떤 것은 보다 적게도 어느 것은 훨씬 더 많은 펌프질에서야 비로소 물이 터져 나온다는 사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위해 지속적인 에이징이 필요하단 말이다.
서재에 서브 시스템으로 사용 중인 오래된 -겨우 5년이지만- 북쉘프 한 조가 있다. 워낙 지명도가 없어서 팔아 먹을래야 먹을 수가 없어 할 수 없어 가지고 있는 스피커다. 영국의 마이너 브랜드인 '게일Gale'의 3020이라는 모델인데 처음 5.1 채널 AV시스템을 구축할 때 리어스피커로 쓰려고 구입한 모델이다. 지금은 마란츠의 구형 통합 AV리시버 DR-7000M-앰프 한 대 안에 DVD 플레이어와 CDP, 튜너, 5.1 채널 AV리시버가 다 들어가 있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제품이었다-과 함께 뒷 방으로 물러나 서브로 근근이 전기를 먹고 있다.
어제도 별 생각없이 서재에서 PC작업을 하며 '푸바'를 돌리고 있는데 드는 느낌~ '참 좋다!'
케이블도 완전 막선이요, 단자 청소는 구입 후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DAC니 DDC니 하는 거창한 것도 달려있지 않다. 그저 PC 내장 사운드 카드에서 Y케이블을 이용해 바로 위에 소개한 통합 AV리시버에 물렸을 뿐이다. (니어필드 환경임을 감안해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실의 메인 시스템과는 또 다른 매력의 소리가 제법이다. 서재 양편에 빼곡한 책장의 책들이 적당한 반사판과 흡음재의 역할을 해주는데다 책상 아래의 빈 공간이 서브 우퍼로서의 중저음을 강화해 주는 효과가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은은한 홀톤의 라운지 스타일의 음향에다 가수의 호흡까지 바로 느낄 수 있는 해상도, 그러면서도 전혀 쏘는 느낌이 없는 것이 책상용 PC-Fi로는 더 이상의 욕심이 없을 정도이다. 싸구려에 천덕 꾸러기로 지난 5년여 동안 이곳저곳을 떠돌던 스피커인데 '복수'라도 하려는 듯 제대로 된 소리를 내준다. 결국 5년간의 '한恨'을 품어 낸 소리일 테니 적어도 스피커라면 5년은 기다려 줘야 하나보다.
혹시 들인지 얼마 안 된 스피커 시스템으로 고민 중인 오디오파일이라면 제발 성질 좀 죽이고 에이징에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해 보시길 바란다.
어느 날 갑자기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돌변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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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1.7.
당시 오디오 기기에 대한 소위 '에이징'에 관심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새로 구입한 기기나 스피커가 제성능을 발휘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중고를 자주 이용하게 되면서부터는 과연 부여된 수명이 얼마나 남았을까? 하는 '성장과 늙음'을 동시에 내포한 '에이징'에 관한 고민이었다.
해 아래 모든 물건이 그렇듯 생겨-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간다. 그 사이 '성장과 숙성' 또는 '노화와 퇴행' 등의 여러 표현을 라이프사이클의 국면마다 붙이지만 결국 잔여수명을 향해 치닫고 있는 모습 중 하나일 뿐이다.
평생을 살아야하는 것처럼 아등바등이지만 돌아보면 정작 주어진 시간들조차 허투루 내어버리는 것들이 많다. 100살을 산들 50년을 그냥 의미 없이 보내버렸으면 별 소용이 없는 것처럼 내 기기들이 얼마동안이나 제 성능을 내 줄지 걱정을 하지만 정작 음악을 제대로 들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
매일 죽어가지만 오늘이 제일 젊은날이 맞다. 기계든 사람이든 최대한 써먹어야 한다.
아끼다 똥된다는 말이 허투루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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