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이렇게 맞추기도 힘들 텐데. 평소엔 전화 통화할 일이 거의 없는데 내 '휴가' 때만 귀신같이 알아내서 전화를 주시는 분이 계시다. 지난 연말 겨울 휴가 때에는 울진에서 전화를 받았었는데 이번엔 제주도 여행길에서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도 '판테온 Mk3' 진공관 인티앰프의 제작자인 Tone의 정진수 사장님 얘기다.
그렇다고 그냥 안부를 묻는 전화도 아니고 매번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업그레이드 소식을 알리는 내용이라, 맘 약한 오됴쟁이인 내 경우 통화 이후에는 휴가 일정보다는 앰프 업그레이드할 생각에 온통 마음이 콩밭에 가 있게 만드는, 불편한(?) 휴가를 만드는 전화다.^^
하이엔드 오디오 취급점인 '오디오갤러리'-우연하게도 내 서식지인 삼선동에 위치한 오디오 전문샵이다- 와 공동작업을 하던 중 개발된 신기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데, 업그레이드 이후엔 지금과는 또 다른 완전히 새로운 앰프가 된다 하니 내일 예정된 작업에 오늘 잠이나 이룰지 모르겠다.
판테온을 들인 지 1년이 넘어간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앰프 교체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없다. 진공관 앰프의 성향이 제법 내 취향에 맞는 데다 판테온의 경우 TR앰프를 뛰어넘는 구동력과 해상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간 벌써 서너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끝(?) 없는 업그레이드 탓에 도무지 앰프에 지루함을 느낄 시간적 여유를 주질 않는다.
한 번 팔면 그것으로 뒤돌아보지 않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요, 신기술이 나왔다고 한들 기존 제품에 업그레이드를 해주기보다는 새로운 모델로 적당이 치장해 시장에 내놓는 것이 보통인데 Tone은 조금-아니 아주 많이-다르다. 한번 고객을 오래된 지인으로 남겨두고자 하는 정사장님의 승부수가 과연 경영 측면에서도 성공적 일진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만 적어도 삼선동의 충성고객 하나는 확실히 확보했다.
내일 비가 제법 온다지만 그래도 업그레이드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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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2.26.
스스로를 충성고객이라 했었는데 지금은 판테온 앰프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니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그칠 줄 모르는데 추가로 들이기엔 자금도 부족한 데다 두 대의 앰프를 운용한 형편도 아니다 보니 결국 선입선출의 바꿈질에 희생된 것이 변명이라면 변명이다.
오래된 앨범을 보다 문뜩 그 시절이 몽글 피어오르는 경험을 하듯 잊혔던 블로그의 옛글들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무시로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판테온이 몹시 반갑고 그립다. 저 글 이후로도 얼마를 더 사용하다 분양의 길에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오디오와 함께한 시간들 가운데 제법 비중이 컸다.
그럴싸한 공로패 하나 없이 내 보냈지만 격에 어울릴 좋은 진공관을 끼워 새 주인에게 보냈으니 지금도 여전히 좋은 소리를 내주겠지. 그 사이 또 몇 번의 업그레이드가 진행되었을지 자뭇 궁금하다. 15년이 흘렀으니 말이다.
그래도 다행인건 사람과 달리 얼굴 안쪽만 성형수술을 하니 지금이라도 알아보는데 어려움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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