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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오늘

[2011.8.24.] 핑거스타일 기타(Finger Style Guitar) 카테고리를 시작하며

by 오늘의 알라딘 2025. 4. 22.

생각해 보니 기타를 처음 잡은 것이 고1 때였으니 벌써 25년 전의 일이다. - 인생무상이구나!  

공부엔 별 취미가 없고 미술을 전공하겠다던 이름도 가물한 잘생긴 짝꿍 집에서 잠시 빌려왔던 통기타가 처음이었다. (그 친군 지금 뭐 하나 모르겠네.......) 아마 그때부터 뭔가 제대로 했다면 기타리스트로도  뭐가 되어도 됐겠지만 지금처럼 평범한 직장인이 되진 못했겠지?

결국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포기하는 법! 대학시절 가끔 교회에서 코드나 몇 개 잡으며 반주했던 정도가 기타와 관련된 학창 시절 추억의 전부다. 결혼과 함께 그 몇 개의 코드도 아득한 채로 15년이 지났는데 - 그러고 보니 실제로는 몇 년 친 것도 아니네ㅠ - 지난 4월 말쯤 직원들과 함께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다.

'수상한 고객들'

바로 이 영화가 나를 다시금 기타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영화에는 가수 윤하와 그 동생 역으로 '정성하'군이 등장하는데 이 친구가  바로 우리나라가 배출한 천재 기타리스트이자 신동이다.

영화 속 그 장면. 독일제 Lakewood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영화의 내용과는 좀 이질적이었지만 암튼 멋지다 !

이제 중3(청심국제중학교, 96년생)이니 우리 딸아이와 동갑내기 정도이고 기타를 손에 잡은 지도 불과 4년 남짓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핑거스타일' 기타에서는 일가를 이루었고 유명 연주인을 사사하고 있으며 해외 공연에도 여념이 없다.  이 친구가 얼마나 더 대가로 성장할지 기대가 벅찰 정도이다. 작곡 능력만 더해진다면 적어도 일본의 '코타로 오시오'는 능가하리라 장담한다.

영화 말미의 엔딩씬으로 성하 군의 연주 장면이 몇 분간 나오는데 시쳇말로 '삘'이 바로 꽂혀버렸다.
유튜브를 통해서 연주 장면을 몇 번 본 적이 있어서 잘 치네 정도는 알았지만 극장 스크린과 스피커를 가득 채우고 나오는 멋진 기타와 그 소리는 정말 매혹적인 것이었다.

가뜩이나 다년간 오디오쟁이 경력으로 개발된 호사스러운 귀를 만족시키는 그런 연주를...... 이제 듣는 것 말고 직접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치밀어 오르는데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도전 욕구였다.

장인 집에서 굴러다니던 '성음'시절에 만든 합판기타 한 대를 가져다 놓은 것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방치된 녀석이라 현은 둥둥 떠 있고 넥은 틀어져 있어서 제대로 연습을 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라 버려버리고 -생각해 보니 적당히 세팅을 다시 해서 전투기타로 사용할 걸 그랬다. 아까비~- -핑거스타일용 기타를 새로 장만해 쉬운 곡부터 틈틈이 연습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관심들을 블로그에 함께 정리해 보기로 한다.

이렇게라도 떠벌이지 않으면 이 열정이 언제 쉬 사라질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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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4.22.

 

점점 누추해지는 기억력을 갖고 살지만 여전히 그 처음의 시작들이 온전히 남아있어 나의 추억이 된다. 대부분 '첫'이라는 것으로 시작되는 것들인데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 인생에 개입되다 보니 오래 각인된다.

 

삼양시장 초입의 허름한 상가건물에 살던 그 친구의 통기타를 몇 주 빌려 속성 독학으로 기타의 원리(?)를 터득한 이후 다들 그렇듯 손가락 끝이 다 터져나가도록 굳은살이 배길 때까지 코드 변환 연습을 한 것이 '첫'기타가 된다. 본문의 정성하는 폭풍성장하며 720만 명의 구독자를 갖은 유튜버가 된 그 몇십 년이 흘렀지만 나의 실력은 여전히 그때 고등학교 시절 그 자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오래지 않아 블로그의 기타 카테고리도 유명무실 해 졌다.

 

하지만 그 기타는 몇 번 모양을 바꾸어 가면서도 늘 옆에 있었고 지금도 가끔씩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가며 노래 부를 때마다 좋은 반주자가 되어 준다.

 

꼭 잘난 놈만 친구가 되라는 법은 없다. 이젠 누렇게 색이 바랜 넛(Nut)과 새들(Saddle)이 변색된 노인의 치아처럼 되었지만 그래도 건강히 나와 같이 늙어가고 있다.

 

그래. 모든 '첫'이 그럭저럭 '끝'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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