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니 기타를 처음 잡은 것이 고1 때였으니 벌써 25년 전의 일이다. - 인생무상이구나!
공부엔 별 취미가 없고 미술을 전공하겠다던 이름도 가물한 잘생긴 짝꿍 집에서 잠시 빌려왔던 통기타가 처음이었다. (그 친군 지금 뭐 하나 모르겠네.......) 아마 그때부터 뭔가 제대로 했다면 기타리스트로도 뭐가 되어도 됐겠지만 지금처럼 평범한 직장인이 되진 못했겠지?
결국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포기하는 법! 대학시절 가끔 교회에서 코드나 몇 개 잡으며 반주했던 정도가 기타와 관련된 학창 시절 추억의 전부다. 결혼과 함께 그 몇 개의 코드도 아득한 채로 15년이 지났는데 - 그러고 보니 실제로는 몇 년 친 것도 아니네ㅠ - 지난 4월 말쯤 직원들과 함께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다.
'수상한 고객들'
바로 이 영화가 나를 다시금 기타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영화에는 가수 윤하와 그 동생 역으로 '정성하'군이 등장하는데 이 친구가 바로 우리나라가 배출한 천재 기타리스트이자 신동이다.
이제 중3(청심국제중학교, 96년생)이니 우리 딸아이와 동갑내기 정도이고 기타를 손에 잡은 지도 불과 4년 남짓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핑거스타일' 기타에서는 일가를 이루었고 유명 연주인을 사사하고 있으며 해외 공연에도 여념이 없다. 이 친구가 얼마나 더 대가로 성장할지 기대가 벅찰 정도이다. 작곡 능력만 더해진다면 적어도 일본의 '코타로 오시오'는 능가하리라 장담한다.
영화 말미의 엔딩씬으로 성하 군의 연주 장면이 몇 분간 나오는데 시쳇말로 '삘'이 바로 꽂혀버렸다.
유튜브를 통해서 연주 장면을 몇 번 본 적이 있어서 잘 치네 정도는 알았지만 극장 스크린과 스피커를 가득 채우고 나오는 멋진 기타와 그 소리는 정말 매혹적인 것이었다.
가뜩이나 다년간 오디오쟁이 경력으로 개발된 호사스러운 귀를 만족시키는 그런 연주를...... 이제 듣는 것 말고 직접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치밀어 오르는데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도전 욕구였다.
장인 집에서 굴러다니던 '성음'시절에 만든 합판기타 한 대를 가져다 놓은 것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방치된 녀석이라 현은 둥둥 떠 있고 넥은 틀어져 있어서 제대로 연습을 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라 버려버리고 -생각해 보니 적당히 세팅을 다시 해서 전투기타로 사용할 걸 그랬다. 아까비~- -핑거스타일용 기타를 새로 장만해 쉬운 곡부터 틈틈이 연습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관심들을 블로그에 함께 정리해 보기로 한다.
이렇게라도 떠벌이지 않으면 이 열정이 언제 쉬 사라질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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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5.4.22.
점점 누추해지는 기억력을 갖고 살지만 여전히 그 처음의 시작들이 온전히 남아있어 나의 추억이 된다. 대부분 '첫'이라는 것으로 시작되는 것들인데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 인생에 개입되다 보니 오래 각인된다.
삼양시장 초입의 허름한 상가건물에 살던 그 친구의 통기타를 몇 주 빌려 속성 독학으로 기타의 원리(?)를 터득한 이후 다들 그렇듯 손가락 끝이 다 터져나가도록 굳은살이 배길 때까지 코드 변환 연습을 한 것이 '첫'기타가 된다. 본문의 정성하는 폭풍성장하며 720만 명의 구독자를 갖은 유튜버가 된 그 몇십 년이 흘렀지만 나의 실력은 여전히 그때 고등학교 시절 그 자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오래지 않아 블로그의 기타 카테고리도 유명무실 해 졌다.
하지만 그 기타는 몇 번 모양을 바꾸어 가면서도 늘 옆에 있었고 지금도 가끔씩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가며 노래 부를 때마다 좋은 반주자가 되어 준다.
꼭 잘난 놈만 친구가 되라는 법은 없다. 이젠 누렇게 색이 바랜 넛(Nut)과 새들(Saddle)이 변색된 노인의 치아처럼 되었지만 그래도 건강히 나와 같이 늙어가고 있다.
그래. 모든 '첫'이 그럭저럭 '끝'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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