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rch.
미국식으로 '퍼~얼 치' 정도로 읽어야 할지 우리식으로 '후루꾸'라고 읽어야 할지, 그나마 중도적인 '푸르크'라고 읽어야 할지 이름부터 애매한 체코제 기타다. 때문인지 미국으로는 'Stonebridge'라는 전혀 다른 이름의 브랜드로 수출하고 있다.
워낙 알려진 브랜드의 기타가 아니다. '마틴 Martin'이나 '테일러 Taylor' 정도면 기타에 문외한이라도 음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만도 한데 이 경우엔 전혀다.
사실 핑거스타일에 입문하기 전까지는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소위 명기에 해당하는 기타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Lakewood, Lowden, Goodall, Collings, Schenk, Santa Cruz..... 하지만 Furch는 아직 명기라고 불리긴 그 역사나 가격이나 일천한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라면 한 번쯤은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 기타인 것은 분명하다. (이는 특정 수입원을 통해 워낙 소량의 기타만 수입되어 희귀성이 있는 이유도 있다)
낯선 체코공화국에서 온 그리고 그리 고가라 할 수 없는 기타이지만 밸런스 좋은 음역과 긴 서스테인, 통울림이 풍부한 중저역대와 찰랑대는 고음역을 두루 갖고 있으면서 45mm의 넥을 사용해 핑거스타일 운지가 대단히 편안한 특징이 있다.
스트럼에도 큰 불만이 없을 정도로 밸런스가 좋지만 교회 찬양 인도 등으로 사용할 기타라면 차라리 '테일러 Taylor' 기타 쪽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Furch G23-CR 모델은 미국의 Acosutic Guitar Magazine (2007년 4월호)에서 ‘핑거스타일 연주에 탁월한 가치를 지닌 아름다운 기타!'로 극찬을 받으면서 국내에 소개되었고 우리나라 연주가에게도 비로소 Furch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한 계기가 된 대표 모델이다. 컷어웨이 모델을 구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는데 오히려 단순하고 클래식컬한 디자인이라 개인적인 취향과는 더 잘 맞는다. 그런 측면에서는 지판 포지션 마크에 자개로 인레이되어 있는 것도 차라리 아무 것도 없었으면 더 좋을 뻔했다. Lowden처럼.
모델번호의 G는 GA바디임을, CR중 C는 웨스턴 시더 Western Cedar 상판을, R은 로즈우드 Indian Rosewood 측후판이 사용된 올솔리드 모델임을 의미한다.
※ 상판의 재질이 시더인 GA바디 모델은 거의 호불호 없이 고른 평판을 보이나, 스프러스 상판이거나 OM바디인 경우에는 의외의 평가도 있으니 Furch에 관심이 있는 연주자라면 반드시 소리를 들어보길 추천한다.
[추가] 2.7mm 정도였던 액션이 무슨 이유인지 오늘 측정할 때는 3mm까지 늘어나서 팔자에 없는 삽질-사포질-을 했다. 새들을 분리해 2mm 이상을 갈아내고서야 2.5mm 근처까지 현 높이가 줄어들었다. 최근 들어 실내 습도가 50% 이하로 눈에 띄게 줄어들어 오히려 줄높이가 낮아져야 정상인데 무슨 조화인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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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4.23.
그냥 기록용 글이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다 현역일 때는 이런저런 프로필을 구할 수 있지만 늙어지고 멀어지면 디테일한 자료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법이라 그나마 생산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얻은 것들을 정리한 내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15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판매처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제대로된 내용이 없다.)
기타는 강력한 탄성의 스틸줄을 사용하는 악기다 보니 수명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다행히 너트와 브리지 새들 같은 흰색 부붐들에 갈변이 온 것 외에는 아직 멀쩡하다. 피아노를 위해 틀어 둔 것이긴 하지만 50% 내외를 유지할 습도 조절 장치들 덕도 좀 있을 것이다.
사람은 물론이고 함께 늙어가는 것들이 제법 많아졌다. 그나마 외롭지 않아 다행이다.
다들 보기좋게 익어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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