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진을 시작할 때-막 미쳤을 때-인 98년경에는 지금처럼은 인터넷 환경이 좋지 못했던 때였다.
그저 유니텔 등의 컴퓨터 통신이 막 꽃을 피우던 시기였다. 사진 동호회를 꽤나 들락 거리면서 그 당시 사용하던 캐논 카메라를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많은 사람을 나와 같은 '사진 폐인'으로 만들었던 그런 시기였다.
그 후로 나의 취미의 범위가 자동차로 오디오로 넘어가는 동안, 다른 사람을 '사폐'로 만드는 일은 잠잠해졌나 싶었는데 올해 드디어 또 한 명의 폐인을 배출했다. 우리 부서의 한0준 대리라는 후배 녀석이 나와 같은 D70을 구입한 것이다.
그 친구를 보면서 문득 98년 여름의 그 혹독한 카메라 염병을 앓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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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11.15.
2005년에도 감히 늙었단 말을 썼었다니. 건방지긴.
추억이 담뿍 돋게 하는 글이다.
불과 대여섯 줄짜리 내용이었지만 오늘 바라본 글엔 참으로 함께 늙은 시간들이 문장마다 잠겨있다.
유니텔.
사폐 - 요즘 사이코패스를 부르는 '사패'와는 전혀 다른 결임을 주의!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2005년의 한0준 대리.
이 친구는 교육부서에 몇 년 같이 근무하면서 나를 잘 따랐던 후배 중 하나였다. 지금 생각해도 멋을 아는 댄디한 패션리더였으며 두산 베어스 광팬이었고, 작은 키에도 아이스하키를 좋아해 사회인 동아리 선수 활동에도 열심이었는데 늘 지독한 아토피가 온몸으로 그를 괴롭혔던 기억이다. 이런 알레르기로 술 한잔만 들어가도 앰뷸런스를 불러야 했던 상황이 한두 번 있다 보니 아무도 그 친구에겐 술을 권하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몇 해 더 보내고는 홀연 퇴직하더니 미국 OSU로 MBA를 떠났고 학위 취득 후 결혼과 귀국으로 컨설팅펌에 입사했다며 몇 차례 사무실로 인사차 들렀었는데, 놀랍게도 예전 아토피의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역시 미국물!..ㅎ 그걸로 직접 대면한 건 마지막인가 보다.
가끔 페이스북으로 그의 안부와 딸아이의 성장을 볼 수 있었는데 내가 얼굴책에서 손을 놓은 이유인지 그나마도 요즘은 뜸하다. 잘 지내겠지?
격조했던 예전 인연에 생각난다고 갑자기 연락하기가 영 '거시기'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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