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 남자의 오늘

초딩들의 이마트 - 다이노소어가 된 '다이소'

by 오늘의 알라딘 2023. 12. 15.

오늘은 2023.11.24
 
물류/유통업계에서 내 예상(?)과 달리 잘 나가는 기업들이 있다.
온라인에서의 쿠팡과 오프라인-물론 온라인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에서의 다이소다.
 
로켓배송으로 대변되는 다소 무식한 방식의 직영 배송 시스템도 그렇고 방만해 보이는 '묻지 마' 환불정책하며 엉뚱해 보이는 OTT 서비스인 쿠팡 플레이 운영까지, 시간이 문제이지 손정의의 투자가 마르는 순간 쿠팡의 쇠락 쪽을 점치고 있었는데 최근 성장세가 둔화되었다고는 하나 흑자전환을 하며 기세가 살아있다. - 아이러니하지만 '손정의의 비전펀드'는 최근 지분을 계속 매각 중이다.

다이소 역시 태생부터 일본 다이소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데다 일본 잡화점 '돈키호테'라기보다는 격이 떨어지는 싸구려 100엔 샵을 흉내 낸듯한 조악한 '마데인차이나' 컬렉션으로 이제 막 선진국 기분을 내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뜻 선호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실제 초기 다이소의 제품군들 상당수가 1,000원 내외의 염가, 저가, B급 상품으로 승부하는 느낌이 강해서 오래갈 거란 기대가 없었다.   
 
손대는 것마다 망해먹고 있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작품이었던 '피에로쑈핑몰' 역시  B급 만물상 일본 돈키호테를 표방했으면서도 설치 입지를 우리나라 최고의 임대료 상권인 스타필드 코엑스몰로 시작했으니 안 망하는 게 이상했던 것처럼 정반대의 이유로 다이소의 부진을 예상했던 것이다.

20년 2월 1호 코엑스몰점이 폐점했고, 그해 5월 대구점을 끝으로 모든 점포가 2년을 못버티고 영업을 종료하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제 다이소는 연매출 3조 원을 바라보는 '공룡'으로 성장했다.

정말 없는 것 없는 '다있소'가 되어 제품군도 다양해졌고, 이런 곳에서 구입한 화장품을 누가 사용할까? 생각했던 기초화장품류 등도 안정적인 품질을 바탕으로 성장세다.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지고 물가가 오를수록 다이소의 매출이 고공 상승한다는 것이 한편 씁쓸하지만 이제 일본 자본의 지분도 줄어 토종까진 아니더라도 어엿한 국내 중견 기업으로 제법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무엇보다도 10~20대의 쇼핑 성지가 되면서 이들의 코 묻은 돈을 빠르게 흡수 중이다.
생각해 보면 학교 앞마다 동네마다 문방구가 있어서 참새 방앗간 다녀가듯 별 이유 없이도 기웃거렸다. 국민학생의 내게는 조그만 흑백 모니터에 코를 박고 게임하던 전자오락실이었고, 뽑기로 그날의 운수를 점치던 로또방이었다. 
 
이제 그 많던 문방구가 죄다 망해서 그 자리를 다이소가 차지했다. 초딩들의 이마트가 된 것. 결국 다이소는 싸구려 잡화점에서 '초딩'들을 잡아먹는 '초'식 공룡 다이노소어가 된 것이다.
 
악동뮤지션의 다이노소어 가사 :  "어릴 적 내 꿈에 나온 다이노소어~ 쿵짝쿵짝"처럼 훗날 다이소를 추억할 그 세대가 자신들의 공룡을 키우고 있다.


[글 더하기]
오늘은 2023.12.15.
 
오늘 다이소 관련 새로운 뉴스가 있었다.
한진택배와 제휴해 3만원이상 주문에 대해 익일 무료배송을 시작한다는 것. 중국 알리의 적극적인 시장 접근과 쿠팡의 로켓배송에 맞서려면 진작 나섰어야 했다. 이미 1,500개에 달하는 매장까지의 워크인 고객뿐 아니라 온라인 시장의 확대를 염두에 둔 것이라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어찌 되었건 소비자 입장에서의 관전은 나쁘지 않다.


⬇️ ❤️ 아래 공감하트 하나 눌러주고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