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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06.7.19] 내가 인티앰프만을 쓰는 이유

by 오늘의 알라딘 2023. 11. 29.

오디오에 입문한 이유로 줄곧 인티 앰프만 사용하고 있다.  제일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해결이 되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프리와 파워앰프는 분리해야 한다면 전원부가 분리될 것이고 적절한 매칭을 찾아 헤매어야 하는 현실이 인티를 사용하는 더 큰 이유가 될 것이다. 나와 같은 생각의 글이 있어 옮겨본다.


대부분의 오디오 마니아들은 다른 사람들이 인티앰프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면 아직 초보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유별난 오디오 마니아들 틈에서 어깨를 펴고 당당하려고 한다면, 분리형 CD플레이어에 전원부가 별도로 장착된 고급 프리앰프, 엄청난 무게의 모노 블록 파워 앰프를 가지고 있어야만 할 것이다. "저렴하고 단출한 기기로도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명제는 누구나 겉으로는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단출한 기기를 쓰기 싫어하는 것이 오디오 마니아들의 심리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도도한 하이엔드 앰프 메이커들 사이에서 고급 인티앰프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으며, 높은 성능을 발휘함으로써,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인티 앰프에 대한 인식이 점차로 바뀌고 있는 추세이다. 인티 앰프는 과연 분리형 앰프보다 떨어지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요즘처럼 포노단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꼭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인티앰프를 사용하면  1) 설계자의 의도를 명확히 반영할 수 있다. 분리형 앰프의 설계자들은 언제나 자신의 프리 또는 파워앰프가 애호가들의 리스닝룸에서 어떤 파워나 프리에 물릴 것인지 고민을 한다. 사실 한 메이커의 프리 파워를 사용하면 대체로 안심할 수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오디오 마니아들의 즐거움 중 하나가 새로운 프리와 파워의 매칭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란쯔 7 프리는 동사의 8 또는 9 파워와 매칭해도 좋은 소리를 내어 주지만 많은 마니아들은 McIntosh 275와의 매칭을 더욱 즐기고 있다. 매칭의 즐거움은 없지만 인티앰프는 설계자의 의도대로 프리와 파워를 합쳐 사용하는 것이 되므로 어설픈 프리-파워 매칭보다는 오히려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물론 설계자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2) 인터커넥터 케이블과 접점이 없어진다. 분리형 앰프를 사용하면 반드시 인터커넥터 케이블을 사용해야 한다. 최근 케이블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케이블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고급을 쓴다면 100만 원도 작을 수 있다. 인티앰프는 한 새시 안에 프리와 파워가 있으므로 인터커넥터 케이블이 필요 없는 것은 물론이고 내부 배선거리를 매우 짧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케이블은 재질이 고급이라 비싼 것도 좋지만, 짧을수록 좋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 것도 여러 가지 케이블을 바꾸어 매어보며 원하는 소리를 찾는 '케이블 튜닝'의 즐거움을 해친다고도 말할 수는 있겠다.

 

3) 출력콘덴서 또는 입력콘덴서를 생략할 수 있다. 보통 프리앰프의 출력단에는 출력콘덴서가 달려있다. 출력 콘덴서는 직류를 걸러주고 교류만을 통과시켜 주는 것으로 만일 프리 앰프가 고장 나서 직류가 파워로 들어갈 경우 파워 앰프나 스피커가 고장 날 수도 있으므로 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파워 앰프에도 대부분 입력단에 입력 콘덴서가 달려 있다. 이 이유는 혹시 프리 앰프에 출력 콘덴서가 없어서 직류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다. 즉 서로 다른 회사의 앰프를 조합하는 경우에는 이렇게 콘덴서가 직렬로 두 개 연결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혹자는 콘덴서의 종류에 따라 음이 부드럽고 좋아진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한편 콘덴서 두 개를 직렬로 연결하면 용량이 줄어들게 되고, 용량이 줄어들면 저역이 감소할 수도 있다. 물론 메이커에서는 이 것을 감안하여 충분하게 큰 용량을 사용했을 것이지만, 어쨌든 음악신호가 콘덴서를 통과하면 반드시 왜곡이 생긴다고 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하나라도 덜 통과시키는 것이 음질적으로 유리하다.  

 

예전에 포노 입력이 중요한 소스였을 때에는 카트리지에서 나오는 신호가 매우 미약하므로 특히 프리와 파워를 분리하는 것이 필요했다. 하지만 요즈음은 포노앰프 자체를 내장하지 않은 앰프들이 많이 발매되고 있으므로 굳이 프리와 파워를 나누어야 할 필요성이 크게 감소하였다. 또한 그때보다 지금의 회로기술은 크게 발전했으므로 인티앰프로도 충분히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하이엔드 앰프 메이커에서도 질 좋은 인티 앰프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MBL의 7008이나, Mark Levinson의 383, Gryphon의 칼리스토, Jeff Rorland의 컨센트라 등, 이런 제품들은 웬만한 분리형 제품의 음질을 가볍게 넘어선다. (그런 만큼 가격도 비싸다.) 조금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요즘에 인티앰프를 사용하는 것은 단지 매칭의 즐거움을 잃어버릴  뿐, 음질적으로는 충분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단지 오디오 마니아들의 '충분'에 대한 눈높이가 너무 높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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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11.29

 

글을 썼던 당시엔 저작권 등에 무심했던 시절이었는지 남의 글을 옮기면서도 최소한 누구의, 어디에서 퍼온 글인지를 알리는데 등한시했나 보다. 그래서 지금에 와선 남의 글을 옮기는데 여간 조심스럽지 않지만 내가 하고자 했던 말이 다 있어서 두 번 쓸 이유가 없겠다 싶어 당시에도 그대로 옮겼던 내용이라 오늘도 맞춤법만 조금 손본 후 그대로 옮겨온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생각이고 여전히 인티앰프만 사용 중이다.  

제일 오랜시간 함께 보냈던 진공관 인티앰프 - 톤오디오 판테온 Mk3

 

혼자 할 일을 둘이 나누어 할 때 시너지가 날 경우는 처음부터 혼자 할 일이 아니었거나 둘이 하면 혼자할 때 보다 뭔가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일 때다. 더 이상 발전할 구석이 많지 않은 레거시 오디오 앰프들에게 이젠 혼자 못할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고 나면 프리-파워앰프 간의 다양한 조합을 통한 창의적인 소리의 가능성이 남아있겠지만 동일한 스피커의 통제 하에선 한계가 있고 신호 경로를 늘임으로써 속도(생산성)는 더욱 잃을 수도 있다. 결국 마니아들의 '호사의 영역'이 되는 것뿐.

 

혼자서 뭔가를 하는 걸 일본말의 순화어인 '독고다이'라고 쓰곤 하는데 사실 이는 잘못된 차용이다. 독고다이는 '특공대'의 일본어 발음 [톡코오타이]가 변형되어 정착된 경우로 혼자서 뭔가를 한다는 의미가 전혀 없다. 앞에 '독'자를 '獨'으로 오해해 누군가 사용하기 시작한 후부터 이리된 터겠지.

 

뭐 어떠랴. 혼자의 역량이 충분하고 그걸 즐길 수 있으면 그 혼자서라도 '독고다이 특공대'가 될 수 있으니 전혀 괜한 쓰임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난 혼자서도 역량이 충분한 독고다이 인티앰프만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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