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일터로 선정된 검색엔진회사-물론 검색엔진 기반 이외의 사업도 활발하다-인 Google의 한국지사(지사란 표현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그냥 구글코리아라고 하자)를 방문했다.
과연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일하는 것인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벤치마킹이란 거창한 이름을 붙일 것도 없다. 강남에서 제일 큰 건물 축에 들어갈 강남파이낸스빌딩(구 스타빌딩) 22층에 위치한 구글코리아는 생각보다는 작은 규모였지만, 꿈꾸던 모든 것이 함께 있는 곳이었다.
방문객이 직접 자신의 인적사항을 영문으로 타이핑하고 출입에 따른 보안 서약에 체크하게 되면 스티커 네임택이 출력되어 이것이 출입증 역할을 한다.
유아 놀이방인 짐보리와 비슷한 콘셉트의 원색의 인테리어와 놀이기구가 놓인 그들의 식당이자 모임장소이자 접견실이기도 한 거실(?)-달리 부를 말이 없다- 한쪽 벽에는 수북이 쌓인 사발면과 과자들 고급 에스프레소 머신과 캔음료가 가득한 대형 냉장고가 있다. 이를 지나 사무실 공간으로 들어오면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휘해 그들 각자의 공간을 장식한 일터를 보게 된다. 리셉션 공간을 제외한 내부의 사진 촬영을 금지한 구글의 정책에 따라 자세한 사진을 올리지 못함이 아쉽다.
화분 하나에도 심지어 화장실 공간에서 조차 'Googler'라고 스스로를 부르는 그들만의 강한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다.
회의실 모두는 주로 미국 본사와 실시한다는 화상 회의시스템과 프레젠테이션을 겸할 수 있는 영상회의 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구글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올때 쯤 시작된 그들만의 주말파티 행사를 피해 뒷문으로 조심스럽게 빠져나올 때, 선물로 건네준 기념품 상자에는 그 이상의 말로 못할 부러움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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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12.11.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회사를 방문해 내부를 돌아보는 경우란 손에 꼽는 정도의 빈도가 되는 일이다. 2008년의 글이었으니 지금쯤이면 한 번 사옥을 옮겼을 법도 한데 구글코리아는 여전히 강남파이낸스 빌딩 22층에 위치한다. 공교롭게도 얼추 맞은편에 지금 내가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인 강남N타워가 있다.
비슷한 IT나 게임, 엔터기업들이 즐비한 나라에 살다 보니 지금 보면 그리 유난할 것도 없다. 이후 방문했던 네이버에 비하면 규모도 초라했다. 코로나 이후엔 그냥 일상이 된 ZOOM 회의 덕에 사진 속 화상회의 같은 것도 이젠 시큰둥하다. 하지만 그 시절 당시의 내 눈엔 꿈의 공간이었다.
자유분방함 안에 그들만의 룰이 있고 책임이 존재하지만 창의를 제한하는 그 어떤 것도 배격하는 문화. 오로지 몰입을 위해 필요한 것은 회사가 지원하며 스스로 회사의 일원, 'Googler'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조직문화. 그날 돌아본 소감으로 기억한다.
다시 본 글엔 구글보다 당시 함께 방문했던 동료들의 얼굴만 눈에 밟힌다.
이젠 사진 속 인물들 중 후배 한 명만 회사에 남아있으며 그나마 다른 업무를 하고 있다. 다른 이들은 시간에 밀려 시대에 밀려 이미 회사를 떠난 지 오래다. 같은 일을 계속하고 같은 회사에 오래 다녀야만 절대선이 아니니 특별할 일은 아닌데, 즐거운 일터 행복한 일터에서의 '장기 근속'을 꿈꾸며 함께 떠났던 벤치마킹의 꿈에서 다들 너무 일찍들 깨어났다.
하긴 막 깨어난 꿈이 채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이 제일 찝찝한 법이긴 하다.
다들 잘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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