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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오늘

[2008.2.19] 아무리 노력해도 늙었다는 생각

by 오늘의 알라딘 2023. 12. 11.

요새 대졸 신입사원을 새로 뽑아 교육을 시키고 있다. 

197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인원-물론 이 인원이 전부도 아니다-이 모여있는 대강당 앞에서 혼자 서서 진행하기란 정말 담벼락 앞에 서서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떨릴 것 같다고? 그렇지 않다. 오히려 뒤에 앉는 사람들은 채 얼굴이 보이지도 않으니 100명이 앉아있건, 200여 명에 가깝건 전혀 다르지 않다.

48기. 여기에 모여있는 젊은이들에게 부여된 기수이다. 내가 34기이니 년수로 따지자면 정확히 14년 후배들을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스물서너 살을 겨우 넘긴 여직원에서부터 스물 일곱 한창의 젊은이들을 보면서 내 나이를 자꾸 역산해 보게 된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주문처럼 되뇌어 보기도 하고, 언뜻 나보다 더 들어 보이는 애늙은이들을 찾아서 만족스러워하지만 14년의 세월을 쉽게 넘을 수는 없다.

주임과 차장 사이에 가로놓인 직급의 차이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뭐라고 딱히 지목할 수 없는 거리감이 유난하다.

아무래도 이제는 늙었다. 젊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즐겁다기보다는 귀찮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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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12.11.

 

제목과는 달리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는 참 젊었다는 생각'이다.

 

교육부서에서 근무할 때였다. 보통 대졸신입사원 교육들은 팀에서 막내들 주로 대리급들이 진행하기 마련인데 한 기수의 신입사원을 200명 이상 뽑으며 회사가 막 세를 크게 불리던 시기다 보니, 교육대상자가 너무 많아 체급에 안 맞게 실무자 중 제일 선임이었던 내가 진행했었다.

 

어린애들과의 어울림이 불편하다 불평은 했지만 저들 사이에선 '슈퍼갑'으로서 위세가 있던 때였다. 따르는 후배들과 이끄는 선배가 있었고 초등학교 고학년의 딸아이에겐 아직 걱정보단 진로의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어찌 보면 태평성대의 시절이었다. 부장으로의 승진을 한 번 더 남겨둔 아직 이루고 싶고 되고 싶은 것도 있었던 시기. 그러니 젊었다.

글을 올렸던 2008년 시기의 가족들

흔히들 '오늘이 제일 젊은 날'이라며 스스로 위로 겸 채찍질을 보내지만 내일을 모르는 우리에게  '오늘이 내 인생에 제일 늙은 날'이 솔직히 말하기는 맞다. 그러니 2008년의 내가 그때도 늙었다 한들 건방지다 그리 나무랄 일은 아니다.

 

난 매일 늙지만, 미래의 내가 오늘을 재평가하며 '그때는 젊었다'고 할 정도로만 열심히 살면 그만이다. -그때도 늙었었다 소리가 나오면 정말 늙은 거 맞다.ㅎ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는 참 젊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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