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침부터 다른 지역의 사무실에 회의가 있어 그리로 출근하다 찍은 사진이다.
늘 이용하던 지하철 구간이 아니어서 중간에 다른 노선으로 환승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깜빡 표지판을 잘못 읽어 하마터면 엉뚱한 지하철을 탈 뻔했다. (덕분에 그 긴 계단을 다시 오르내리는 수고를 해야 했다.ㅠ.ㅠ)
골목 한 군데에 2,4,5호선의 갈아타는 곳 표지판이 뒤엉켜 있는 탓에 잠시 정신을 놓아 버린 것이다.
안내를 위한 것이 오히려 혼돈을 만들어내는 모순.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이런 노릇은 아닌지 잠시 고민하게 하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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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12.8.
이제는 많이 정비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최근 10년간은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요즘도 어쩌다 지하철을 탈 때 가끔씩 미로에 갇힌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외국인들의 유튜브엔 서울의 지하철이 편하다고 하나같이 침을 튀며 칭찬일색이지만 이곳 거주자 입장에선 또 마냥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시차를 두고 노선들을 서로 잇다 보니 할 수 없이 그리 되었겠지만, 지하철의 앞뒤 어디에 타냐에 따라 같은 출구를 목적으로 해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안내되기 때문에 초행자의 경우 그날의 운에 따라 걸음수가 몇 배로 바뀐다. 우리 동네 인근의 1,6호선이 만나는 동묘역 10번 출구는 특히 난이도가 높다.
세상의 많은 경우 결국 누군가 앞서 그려놓은 이정표와 안내 화살표에 의지해 길을 따라나설 수밖에 없다. 문제는 친절이 과도하다. 사공도 많고 훈수 두는 걸 즐겨하는 사람도 많고-대개는 승부와는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다-그냥 의무감에 한입 거드는 사람도 있어서 무턱대고 따라 방향을 잡기도 영 애매하다.
그나마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선명한 경우엔 시행착오를 통해서도 갈 수 있지만 그 조차도 모호한 사람에게 안내되는 방향이란 것은 그야말로 무책임한 것이다.
그러니 어린 아이나 회사의 신입사원 같이 말판의 시작점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주제넘은 충고를 경계하자.
내가 지나온 말판이 정답이 아닐뿐더러 모두 윷, 모가 나와서 성공한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는 '빽도'가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지름길로 제일 빨리 가로질러 나온 들 그게 윷판의 성공도 아니니 말이다.
훈수질을 줄이고 이제는 들어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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