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본 청주 '사케'에 대한 열풍이 거세다.
'와인'이 성공한 중장년층의 여전한 아이콘이고 많이들 대중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척박한(?) 프랑스어 발음만큼이나 쉽게 접하기 어렵다. 제법 이름 있는 것들의 그 범접하기 힘든 가격도 물론이지만 국과 찌개로 대별되는 한국의 식문화라는 것이 생각만큼 와인과 친숙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정종'으로 흔히 표현되는 '사케'와 일본식 주점문화가 한국인의 코드와 잘 맞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사케' 역시 슈퍼에서 흔히 집어들 수 있는 입장도 못되고, 와인 못지않은 다양한 주종과 가격대와 적당한 음식과의 궁합이 고려되어야 하는 술이다. 한 마디로 알고 마셔야 한다는 말이다. 궁금했던 '사케'가 여기에 있다. / 알라딘
일본 요리가 웰빙 음식으로 알려지면서 세계의 음식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사케도 덩달아 그 시너지를 누리고 있다. 와인 못지않게 20~30대 젊은 층들에게 인기가 많은 사케. 하지만 와인에 관한 책과 정보가 넘치는 데 비해 사케에 대한 정보는 흔치 않아, 알고 사케를 마시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제대로 알고 마시면 그 맛이 더 좋은 사케, 그 오묘한 세계로 들어가 보자.
□ 사케도 등급이 있다.
품종ㆍ지역ㆍ주조장 등에 따라 다른 고유의 맛과 향기가 느껴지는 사케. 원재료와 정미율에 따라 순미주와 혼조조 그리고 보통주로 나뉜다. 먼저, 사케의 주원료인 쌀은 우리가 흔히 먹는 쌀과는 다르다. 와인이 품종에 따라 그 맛과 향이 다른 것처럼 사케도 주조용 쌀의 품종에 따라 풍미가 달라진다. 두 번째로 정미율에 따라 ‘준마이(純米)’와 ‘혼죠조(本釀造)’, ‘긴조(吟釀)’, ‘다이긴조(大吟釀)’로 나뉜다. 정미란 현미의 외측을 깎아 백미를 만드는 작업인데, 불필요한 성분을 깎아 내어 깨끗하고 좋은 술을 빚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정미율이란 현미를 어느 정도 깎아 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서, 쌀을 30% 이상 깎아 내면 준마이 또는 혼죠조, 40% 이상이면 긴조, 50% 이상이면 다이긴조이다. 즉, 많이 깎아 낼수록 좋은 술을 빚는 셈이다.
그래서 등급별로 보면 '순미주'의 경우 준마이 < 준마이긴조 < 준마이다이긴조로 다이긴조가 가장 좋은 등급이다. '혼죠조'도 마찬가지로 혼죠조 < 긴조 < 다이긴조 순으로 등급을 매긴다. 그리고 4등급 이상의 쌀을 사용하고, 혼죠조 한도 이상의 알코올을 첨가하거나 인위적인 당류ㆍ유기산 등을 첨가해 만드는 세배 증양조 등을 '보통주'라고 한다.
□ 사케 레이블을 알면 원하는 맛을 고를 수 있다.
사케의 레이블에는 사케의 등급, 양조알코올 함유 여부, 주도, 주조장 등이 표기된다. 양조알코올 함유는 ‘준마이(純米:순미)’의 표기 여부이다. 준마이란 쌀과 물 그리고 누룩만으로 만든 사케로, 준마이가 붙어 있지 않은 술은 양조알코올(酒精:주정)을 첨가한 사케다. 양조알코올이란 쌀이나 옥수수, 사탕수수, 녹말 등을 발효ㆍ증류시켜 만든 천연 알코올로, 사케의 보존성과 풍미를 좋게 하기 위해 첨가한다. 예를 들어 준마이다이긴조는 정미율 50%로 쌀과 물과 누룩으로 만든 사케이며, 다이긴조는 준마이다이긴조와 같은 등급이지만 양조 알코올을 첨가한 것이다.
또한 사케의 레이블에는 +2 혹은 -2 등과 같은 '+ㆍ-' 등의 수치 표기가 있는데 이것을 '주도(酒度)'라고 한다. 사케의 비중을 나타내는 수치인데, 일반적으로 +수치가 높으면 가라구치(辛口, Dry), -수치가 높으면 아마구치(甘口, Sweet)라 한다. 그러나 사케의 맛은 당분과 함께 산도 등에 의해서도 맛이 좌우되지만, 사람의 혀의 감각은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이 수치만으로 가라구치와 아마구치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일본에는 약 2,000개의 크고 작은 주조장들이 있는데 핫카이, 시라타키, 가모츠루, 와카다케, 아사히 등의 주조장이 한국에서 인지도가 꽤 높고 품질도 좋다. 사케를 고를 때 잘 모르겠다면, 위의 주조장에서 나온 사케를 선택해도 크게 후회하진 않을 듯하다.
□ 사케의 맛과 향에 따라 음식 궁합이 달라진다
사케는 맛과 향에 따라 크게 쿤슈(?酒:훈주), 소슈(爽酒:상주), 준슈(醇酒:순주), 주쿠슈(熟酒:숙주)로 나뉘는데, 와인처럼 각각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 있다. 먼저 초보자는 쉽게 등급에 따라 음식을 매칭시킬 수 있다. 대체적으로 등급이 높은 긴조ㆍ다이긴조ㆍ준마이긴조ㆍ준마이다이긴조는 맛이 섬세하므로, 생선회와 같은 가볍고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린 요리와 매칭하면 무난하다. 반대로 등급이 낮은 준마이나 혼죠조는 대체적으로 맛이 강하므로 튀김이나 조림ㆍ데리야키 같은 진한 맛의 요리와 함께 하면 좋다.
다음은 맛과 향에 따른 분류로 볼 때 쿤슈는 향이 강하고 맛이 부드러워 식전주로 적당하고 서양 요리와도 잘 어울리는데, 다이긴조ㆍ긴조ㆍ나마자케 등이 대표적이다. 소슈는 향과 맛이 모두 부드러워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린 담백한 요리와 잘 어울리며, 나마쵸조슈가 대표적이다. 준슈는 향은 부드럽지만 맛이 강해 진한 맛의 요리와 잘 어울리는데, 도미 조림이나 장어 데리야키와 같은 간장양념을 한 일본 요리나 생크림ㆍ버터 등을 사용한 요리와 잘 어울린다. 준마이나 혼죠조가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주쿠슈는 향도 강하고 맛도 강해 마치 꼬냑처럼 식후주에 적합하고, 지방이 많은 요리나 숯불구이처럼 맛과 향이 강한 음식에 잘 어울리고 고슈ㆍ긴조ㆍ준마이가 대표적이다.
□ 차가운 음식에는 차갑게, 뜨거운 음식에는 뜨겁게 마신다
많은 종류의 알코올성 음료 중에 가장 음용 온도의 폭이 높은 음료가 바로 사케다. 또한 데워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사케의 큰 특징이기도 한데, 술에 따라 데웠을 때 텁텁한 맛이 사라지고 숨어 있던 맛과 향이 살아나기도 한다. 음식과 매칭해서 말한다면, 차가운 음식에는 차갑게, 뜨거운 음식에는 뜨겁게 마시는 것이 음식과의 조화를 이루는 방법이다. 또 향과 맛이 강한 음식일수록 사케를 데워 마시는 것이 좋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55도 이상 데우지 않아야 한다는 것. 특히 등급이 높은 사케일수록 맛과 향이 섬세하므로, 데우면 본연의 풍미가 날아가 버려 제맛을 즐길 수가 없다. 만약 따뜻한 사케를 즐기고 싶다면 등급이 낮은 혼죠조나 보통주가 좋고, 등급이 높은 사케를 데워 마시고 싶다면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36~40도가 적당하다.
알고 마시면 더욱 매력적인 사케. 편안한 분위기에서 좋은 사람과 자유롭게 즐기면 된다. 또한 한 모금 마셨을 때의 느낌이, 바로 그 술과 자신과의 궁합이다. 언젠가 사케 책에서 읽은 “미주는 일곱 빛깔로 빛난다”라는 글귀를 좋아한다. 하얀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일곱 빛깔 무지개로 빛나듯이 장인들의 손을 거쳐 태어난 하얀 색깔에 담아낸 사케의 매력이란 이끌림의 연속이다.
□ 사케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사케가 정종이다?
정종(正宗 : 마사무네)은 사케의 상표명 중에 하나다. 과거 우리나라에 일본인이 세운 청주 공장에서 생산된 상표 중에 하나로, 미원이 조미료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것처럼 정종도 사케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따라서 사케 혹은 니혼슈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 사케를 먹으면 머리가 아프다?
쌀이 귀했던 옛날에는 제조 원가를 줄이기 위해 낮은 등급의 쌀이나 혹은 쌀겨와 인위적인 당분, 화학조미료 등을 첨가한 술이 성행했다. 물론 지금도 그런 술이 일본에서는 보통주 등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가격이 저렴하여 판매고도 높다. 하지만 순미주나 혼죠조 등급 이상의 술을 마신다면 머리가 아플 일은 없다. 다만 무엇이든지 과한 것은 좋지 않으므로 과음은 삼가는 것이 좋겠다. 또한 조금만 마셔도 머리가 아프다면 그 술은 본인에게 맞지 않는 술이다.
☞ 사케는 뜨겁게 마셔야 제맛이다?
오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데워서 더 맛있는 술이 있지만 55도 이상 넘지 않는 것이 좋으며, 본연의 맛과 향을 즐기려면 차게 마셔야 하는 사케가 더 많다.
- 글 : 이미향 / 사케 전문가, 중부대학교 호텔경영학과 겸임교수 (사진: (주)니혼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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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1.17.
오늘은 사실 술이야기를 쓰고 싶은 게 아니다. 요즘말로 당시의 MZ세대 가운데 잠시 사케가 유행한 시기가 있어서 옮겨왔던 내용이라 본문은 대강 그렇구나 하고 넘기면 될 일이고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제일 아랫부분의 사케에 대한 오해와 진실 중 '정종'에 관한 내용이었다.
(물론 나만 그럴 수 있겠지만) 오랫동안 우리네 제사주로 통칭되면서 토종(?) 전통주로 신분세탁이 어느 정도 진행된 정종이 사실은 사케의 그저 그런 하나의 브랜드였음을 알고 났을 땐 묘한 배신감을 느꼈다.
부지불식 간에 사용하는 우리말 곳곳에도 왜색이 숨어있고 라면이나 조미료처럼 전후 혼란기에 변변한 게 하나 없던 시절에 동냥하듯 얻어와 호구지책으로 시작된 물건이나 생산설비들이 지금의 거대 기업의 모태가 되었으니 그 당시 넘어와 우리 것처럼 자리매김된 것이 어디 정종뿐이겠는가?
그럼에도 무슨 이유에선지 정종만큼은 오리지널 토속주로 이해했다. 조선시대 임금들의 묘호처럼 '-종'으로 끝나는 발음이 한몫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정종을 사케에 비해선 좀 저급한 것으로 스스로 생각하기도 했으니 이놈의 사대주의의 끝이란.
정리하자.
경주법주 뭐 이런 그럴듯한 한국식 이름이어도 결국 사케 즉 일본식 청주일 뿐이다. 큰 의미는 없으나 알고나 마시란 말이고 국산주라 해서 부당히 폄하될 이유가 없듯 일본식 술은 싫다면서도 찾아 마실 이유도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19년 불매 운동 후 우리나라는 작년 다시 일본 맥주 최대 수입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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