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쟁이에게 꼭 필요한 케이블이 세 가지가 있다. 전원케이블, 스피커케이블, 인터케이블이 바로 그것들이다.
그중 기기간의 음성신호를 전달하는 인터케이블은 순수 음악신호가 전달되는 최초의 케이블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문제는 인터케이블은 같은 용도에도 두 가지 종류가 혼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통의 경우에는 흔히 RCA이라고 불리는 언밸런스드 인터케이블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인데, 고급 오디오 장비나 프로용 장비의 경우 장거리 신호 전송에 보다 안정적이라고 하는 밸런스드 케이블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언밸런스/밸런스 둘 간의 음질적 차이는 아직도 쟁이들 사이에도 이견이 분분하니 그만 두자. 다만 신호전송에 단 0.1%라도 유리하다면 당연히 그걸 사용하고 싶은 나는 기기가 허락하는 한 밸런스 케이블을 사용한다.
미국 캐논사에서 개발된 이 밸런스 케이블은 개발사의 이름을 따서 '캐논' 단자 케이블이라고 하기도 하고 당시 브랜드명이었던 'XLR'을 아직도 사용해서 그냥 XLR 케이블이라고도 한다. 둘 다 올바른 명칭은 아닌 셈이다.
아무튼 바로 이 밸런스 단자는 세 개의 핀으로 각 각의 극성을 구별해 신호를 전송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는데 바로 이 세개의 핀에 할당된 극성이 업체마다 제 각 각이라는 점이다. 그럼 표준이 없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1987년 국제전기표준회의에서 1번 핀은 Ground(접지), 2번 핀은 Hot(+), 3번 핀을 Cold(-)로 지정하는 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이 구속력이 없다 보니 20년이 흐른 지금에도 오디오 기기 제작사마다의 고집으로 밸런스 단자의 극성을 결정하여 생산하고 있다.
일제 기기의 대부분이 바로 이 표준을 무시하고 생산해 내는 악덕(?) 생산업체이다.
대표적인 예로 내가 가지고 있는 마란츠 CDP를 보자 .
이제까지 장비 모두(럭스만, 마란츠)가 같은 일제기기일 때는 이 사실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기기마다 똑같이 바뀌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들어와 있는 마크레빈슨 프리도, 앞으로 들일 예정인 국산 파워앰프로 모두 표준을 착실히 따르는 착한(?) 업체들이어서 CDP와 극성이 바뀌는 문제가 발생한다.
해결방법은
1. CDP도 착한(?) 업체 것으로 바꾸거나
2. 밸런스 케이블의 단자 처리를 조작해서 한쪽 끝의 2,3번 핀을 바꾸어 체결하거나
3. 핀의 극성을 무시하고 그냥 듣거나
대충 이 세 가지 방법이다. 나름 예민한 성격이니 3번의 방법은 틀려먹었고,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CDP를 바꾸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그럼 뭐.. 답은 나왔다. 케이블을 좀 손보는 수밖에...^^
'표준'을 무시한 업체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애꿎은 사람만 피곤하다.
[글 더하기]
2024.4.5.
결국 케이블 제작사에 다시 보내어 극성을 마란츠에 맞춰 다시 조정하는데 공임과 시간을 쓴 후에야 정리가 되었다. 또 나중에 마란츠 CDP가 다른 독일제(린데만)로 바뀌는 바람에 다시 원복 시키는 작업을 또 해야만 했다. 표준이 있는데도 한마디로 엄한 고생을 한 경우다.
유독 남들이 다하는 것과 다르게 튀어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애들이 있다. 요즘 같이 개성 중시 사회에선 어느 것 보다 유능한 재능이 되기도 하니 자기 혼자 그러는 것을 가지고 더 이상 뭐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물건을 만들어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게 하는 메이커 입장에선 특정 규격을 고집하는 것은 자신만의 고객을 유지할 수 있는 생태계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장벽이 되어 장악력을 잃는 순간 시장 자체를 소멸하게 만드는 독이 되기도 한다.
소니와 같은 일본 기업들이 특히 이런 방식의 독자규격을 시도하는 걸 좋아했다. 섬나라에 떨어져 살면서 고립어를 사용하는 폐쇄성에서 기원한 민족성 때문인지 모르지만 표준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들만의 기준 안에 고객이 놓이길 원했다. 물론 개중에는 본인들이 먼저 만들었으나 국제적으로 표준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바람에 비규격이 되는 불운한 케이스도 여럿 있기도 했지만.
결국 어떤 결정을 하든 소비자만 멘붕에 빠진다. 그러니 무언가를 선택할 땐 새로운 것에 혹하지 말고 조금 길게 바라보자.
과연 이걸로 천착해 전혀 바꿈질 없이 사용이 가능할 것인가? 아니라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표준으로 가야 남는 장사다.
❤️ 수익을 위한 글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공감하트/구독하시면 그저 조금 더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취미하다 가랑이 찢기 > 오디오 음악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4.24] 소닉크래프트 OPUS Signature 박스 개봉기 (19) | 2024.04.11 |
---|---|
[2009.4.17] 마크레빈슨 프리를 들이다. (17) | 2024.04.08 |
[2009.4.15] 웃기는 사실, 막귀 자수. (19) | 2024.04.04 |
[2009.4.15] 2009 아이어쇼(EYEAR Show) 단상 (16) | 2024.04.03 |
[2009.4.2] 이제 분리형으로 가 볼까? (19) | 2024.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