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난생처음으로 아이어(EYEAR) 쇼를 갔다.
영상으로나 보게되는 모터쇼와는 다를 것 같단 예상은 했지만 코엑스 회의실의 방 방 마다를 전시 공간으로 삼은 것부터가 업체 간 방음을 전제로 한 아이어 쇼 답다.
이전의 아이어쇼를 참여한 적이 없으니 과거와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생각보다 방문할 만한 업체가 많지 않았다. 게다가 5분 이상을 걸어야 하는 두 군데의 전시장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어지간한 열정이 있는 사람 아니고서는 욕부터 나오는 전시회였다.
죄다 왜 이리 어둡게 조명을 해놨는지도 모르겠고 볼륨은 왜 이리 크게 올려놨는지 귀가 피곤하다. 전시실 모두 들어는 가 봤지만, 5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나왔으니 말이다.
유일하게 마음에 든 전시실이 있다면 국내 진공관 앰프 메이커인 Tone Korea(구, 비즈니스코리아)이다.
그 회사의 '판테온 mk3'로 명명된 진공관 인티를 보는 순간 숨이 잠시 멎었다. 소리는 두 번째 문제이고 뽀대(?)를 중시하는 내 취향에 100% 들어맞는 물건이다.
투박한 진공관 앰프의 고만 고만한 디자인에 식상하던 차에 잘빠진 고급 세단을 보는 듯한 인상이다. 대개 디자인이 맘에 들면 소리는 알아서 나기 마련이다..ㅋ '신들의 집'이라는 판테온 신전의 이름을 딴 작명 역시 디자인 덕택에 이전 버전에 비해 더욱 잘 맞는 이름이 되었다.
이미 분리형 앰프로 갈아타기로 작정한 이후이니 다시 말을 번복한 순 없는 노릇이니 만약 인티로 회귀할 일이 있다면 그땐 1순위로 고려할 녀석이다. 680만 원이라는 국산 앰프치고는 엄청난(?) 신품 가격 역시 안습이었지만. 또 왜 대부분의 진공관 앰프는 밸런스단 지원이 안 되는 건지 모르겠다.
이번 아이어쇼를 통해 건진 것이 있다면, 에이프릴 뮤직/ AI sound/ 힘 사운드/ 금잔디음향 등 등의 국내 메이커의 약진을 볼 수 있었다는 것과 무료로 준 고음질 CD 두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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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4.3.
눈과 귀의 합성어를 만들어 사용했던 본문의 아이어쇼(EYEAR Show)는 언젠가부터 서울국제 오디오쇼로 보다 직관적인 이름으로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곤 그래도 거의 매년 참석을 했다. 올해는 3월 마지막 주간에 진행했는데 표를 구해놓고도 여행일정과 겹쳐 방문하지 못했다.
해마다 거기서 거기인 전시 참가업체에다 장소마저 늘 코엑스 그 자리라-심지어 참가자가 사용하는 호실마저도 매년 동일한-새로운 느낌이 점점 별로다. 그래서 아직도 본문의 첫 방문 때의 설렘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전시 공간이 두 개로 나뉘어 있어 조금 불편했어도 전시하는 사람이나 구경하는 사람이나 피차 서로에게 열정이 있었던 그런 시기였다.
돌아보면 뭐든 문신처럼 남은 추억이나 투박하기만 한 과거의 기억들이 괜스레 더 정겹고 애틋하고 좋았던 것으로 남는다. 아내는 지금도 어린 시절 순천에서 보냈던 짧은 할머니와의 추억을 자주 입버릇처럼 되풀이한다. 좋았다고.
나도 누군가에게 함께했던 시간이 좋았었다고 추억하는 사람들이 생겨나 줄까?
애증으로나 말이다.
*사족 - 본문에서 진공관 인티는 왜 밸런스단을 지원하는게 드물까? 라는 의문은 서병익 오디오의 글에서 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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