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시스템에서 안방마님이자 지휘관 역할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프리앰프'의 몫이다.
날고기는 DAC가 출몰하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결국 프리앰프의 조력자일 수밖에 없다. 물론 시스템의 특징을 총체적으로 좌우할 수 있는 영향력은 스피커가 갖고있다. 하지만 이 녀석은 당최 조율하고 타협하는 기능이 없다. 주는 대로 뱉어낼 뿐이다. 결국 주는 쪽은 앰프, 그중에서도 소스를 버무리고 지휘하는 쪽은 늘 프리앰프다.
말이 길었다. 앞으로 프리앰프를 담당할 녀석으로 '마크레빈슨 No.38'을 들였다. 그렇다. 출시된지 족히 10년은 넘은 물건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내 손에도 들어올 수 있을 만큼 가격이 내려가 있기도 하다.
마크레빈슨. 검색어를 치면 그와 그의 회사에 관계된 내용이 수 백, 수 천이 나올테니 다시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맥킨토시와 함께 하이엔드 오디오의 대표이며 오디오쟁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었을 브랜드다. 맥킨토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특히 10년 전 물건을 구입하는 입장에서 비교하자면 디자인 콘셉트가 너무 다르다.
그 때나 지금이나 모든 물건이 '빈티지' 처럼 보이는 맥킨토시와 달리 마크레빈슨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래지향적인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언제나 스타일리시하다. 적어도 그 점에서 나는 맥킨보다는 마크를 한 수 위로 친다-딴지 사절!
검은색 헤어라인의 패널에 단정한 흰색 버튼과 견고한 노브. 마치 검은 포르쉐를 연상시키는 디자인 콘셉트다.
벽돌 무게와 비슷한 리모콘의 무식함(?)을 보면서 10년이 아니라 100년이 지나도 멀쩡할 것 같은 신뢰감 때문에 기기의 연식에 그리 신경 쓰이지 않았다. 빨간 LED로 장식된 마크의 검은 프리를 보면서 한동안은 바꿈질의 유혹에서 버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다짐(?)을 한다.
왜 오디오의 디자인만 주구장창 논하냐고? 웃지 못할 일이지만 파워앰프가 아직 들어오지 못해 정작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ㅠ 물론 단품으로서의 '마크 N.38'을 논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오디오는 매칭의 문제이니 그건 다음 기회에.
덕분에 거실의 오디오 배치를 다시 했다. 돌쇠로 들어올 '오퍼스 신형 파워앰프'를 기다리며 미리 자리를 정리한 셈이다.
전원장치인 '네이쳐'를 LCD TV 옆에서 뒤로 보냈다. 전원장치와 앰프들과의 거리를 좁혀서 추가로 필요한 파워케이블의 숫자를 줄이고 CDP위에 불안하게 올라가 있던 노트북을 원래 네이처 자리에 위치시켰다. 대리석 위에 올려진 미니 노트북이 훨씬 안정적으로 보이고 Lan선 등의 길이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제 마크 N.38밑에 위치할 오퍼스 신형 시그니처 파워앰프만 들어오면 되는데, 사람의 인내력을 평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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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4.8
프리앰프. Pre- 라는 말에서 의미하듯 파워앰프 앞단에서 소스를 선택하고 볼륨을 조절하는 걸 메인 기능으로 한다.
본래는 전기신호가 미약한 턴테이블을 파워앰프로 연결하기 적합한 수준으로 증폭하기 위한 '앰프'의 의미가 강했는데 이제는 턴테이블용 포노앰프가 아예 하나의 장르로 별개로 시장을 이루면서 사실상 프리앰프는 소스 실렉터나 볼륨 장치로서 기능한다.
그나마 이퀄라이져나 채널 밸런스 같은 양념요소가 프리앰프에 포함되기도 했지만 필수 기능이 아니다보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포노앰프의 경우와 같이 별도의 장치로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게다가 음원의 디지털화로 인해 이를 다뤄줄 DAC가 오히려 재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프리앰프는 DAC 쪽에 통합되어 올인원 네트워크 플레이어라는 이름으로 변신 중이다.
결국 줄곧 주창했던 인티앰프 예찬론이 힘을 더 받는 상황이다. 한몸에 들어가기에 버거운 시스템도 아니고 나눈 들 이제는 얻을 수 있는 효용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크기 역시 극단적인 디지털화로 인해 경박단소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이다.
프랑스 하이엔드 브랜드 드비알레의 경우 앰프와 네트워크 스트리머를 아예 얇은 패널 하나에 우겨넣은 Expert 시리즈까지 출시했다.
오디오는 그 무게에 따라 소리가 비례한다는 '벌크업 이론'이 이제는 한물가고 있다. 오디오쇼에 가 보면 혼자선 들지도 못할 파워앰프 덩어리들이 여전히 시위 중이긴 하지만 다른 쪽 세상은 또 이렇게 변하고 있다.
세상은 참 어디나 극단을 치닫고 있다.
중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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