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티앰프가 팔려나간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마크레빈슨 프리가 혼자 전기만 먹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새로운 파워가 오토바이 퀵을 통해 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조급증이 심한 내가 이번엔 무던히도 잘 참은 편이다.
때마침 하루 내 내린 비 속을 뚫고 상자가 도착했다. 제작사인 소닉크래프트가 있는 안양에서 이곳 성북구까지 3만 원이란 거금이 퀵비로 나갔지만 주말을 앞두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게다가 미리 준비된 마크레빈슨 프리와의 매칭을 하루빨리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라 요 며칠 동안 소닉크래프트 이 부장님을 못살게군 덕에 오늘이나마 물건을 받은 것이다.
상자를 열면 막선 파워코드와 방금 프린터로 출력한 것을 복사한 듯한 클리어파일 속 매뉴얼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차피 사용할 물건은 아니지만 한참을 사용한 듯 흠집이 많은 파워코드와 조악한 인쇄 품질의 매뉴얼이 조금 성의 없어 보이지만 아직 양산 전이니 이 정도는 이해하자. 제 돈 주고 구매한 것이지만 아쉬운 소리 하고 먼저 들고 온 사람은 나 아닌가?
검은색의 늘씬한 놈이다. 소닉크래프트의 전작 OPUS파워가 제법 높이가 있는 편이었는데 신제품은 그리 높다는 인상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파워답게(?) 조금 더 큰 크기를 선호하는데 뭐 이 정도면 훌륭하다. 마크 프리를 들어내고 조심스럽게 파워앰프의 자리를 잡았다. 별 의미는 없는 것이지만 매직핵사도 바닥에 잘 고정했다. 다행히 전체적으로 공간이 적당하게 들어맞는다. 생각(?) 보다 무게는 혼자 옮길만하다. 헬스를 손 놓은 지 꽤 되었는데 아직 35kg 정도는 들 체력은 있나 보다. 매뉴얼 한 번 들여다보지 않고 일사천리로 케이블들을 체결했다. 반덴헐 파워코드까지 결속하고 나니 얼추 자리는 잡은 셈이다.
마크레빈슨 프리를 얹으니 OPUS의 검은 전면 패널과 붉은 LED등이 100% 일치하지는 않지만 제 짝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잘 어울린다. 다행이다. 소리못지않게 디자인의 어울림이 내겐 중요한데 적어도 눈 밖에 나지는 않겠다. 다만 마크가 미니멀하면서도 라운드를 살린 여성적 디자인이라면 OPUS Signature파워의 경우 전체를 둘러봐도 라운드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네모 반듯함과 직선의 라인만이 있는 남성적 디자인이다. 이런 둘의 묘한 대조와 조화를 이루며 앞으로 나의 음악생활을 책임질 것이다.
소리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안 썼다. 아직 전기를 먹여본지도 몇 시간 되질 않고 케이블 간의 매칭을 위한 적절한 전기흐름의 시간 정도는 주고 나서 평을 해야 기기에 대한 예의겠다. 하지만 소리의 첫인상은 일단 예전-럭스만 인티시절-보다 나빠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다. 앞으로 많은 얘기거리를 제공해 줄 녀석들이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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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 4.11.
저 개봉기 이후의 글들이 이전 블로그 자료에 아직 더 살아남아있는지 확인을 못했다. 추가적 내용을 더 전할 기회가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미리 초를 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저 파워앰프는 에이징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방출했을 것이다.
아직 오디오랙을 사용하기 이전의 시절이라 기기들을 되는대로 탑 쌓기 하면서 사용했었는데 열이 펄펄 나는 파워앰프 위에 올려진 프리가 영 보기 불편했고 무엇보다도 인티앰프에 길들여진 습관이 분리형 앰프 사용에 걸림돌이 되었다.
특히 파워와 프리에 전원을 넣고 끄는 순서가 있다 보니 피곤했다. 대개 오디오 기기는 소리가 흐르는 순서대로 전원을 넣는다. 소스 - 프리 - 파워 순서이고 끌 때는 그 반대다. 보통 기기를 쌓아 올린 순서도 이를 따르기 때문에 어렵거나 복잡스런 일이 아닌데 파워 스위치 하나 더 올리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걸 못 이겼다.
습관이 몸에 익는데 3주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말한다. 21일. 매일 오디오를 듣지는 못할 테니 21일을 채우는데 꽤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본문의 파워앰프가 과연 그 시간만큼은 버텼는지 다음 글을 찾아보면 알겠지모.
무언가 결심하고 21일을 버티는 힘. 습관이 무섭지만 습관을 만들기도 무서운 법이다.
작심삼일을 일곱 번만 하면 되는데 다들 그걸 못하니 세상은 늘 어제처럼 잔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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