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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09.4.24] 소닉크래프트 OPUS Signature 박스 개봉기

by 오늘의 알라딘 2024. 4. 11.

인티앰프가 팔려나간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마크레빈슨 프리가 혼자 전기만 먹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새로운 파워가 오토바이 퀵을 통해 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조급증이 심한 내가 이번엔 무던히도 잘 참은 편이다.

때마침 하루 내 내린 비 속을 뚫고 상자가 도착했다.  제작사인 소닉크래프트가 있는 안양에서 이곳 성북구까지 3만 원이란 거금이 퀵비로 나갔지만 주말을 앞두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게다가 미리 준비된 마크레빈슨 프리와의 매칭을 하루빨리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라 요 며칠 동안 소닉크래프트 이 부장님을 못살게군 덕에 오늘이나마 물건을 받은 것이다.

상자를 열면 막선 파워코드와 방금 프린터로 출력한 것을 복사한 듯한 클리어파일 속 매뉴얼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차피 사용할 물건은 아니지만 한참을 사용한 듯 흠집이 많은 파워코드와 조악한 인쇄 품질의 매뉴얼이 조금 성의 없어 보이지만 아직 양산 전이니 이 정도는 이해하자. 제 돈 주고 구매한 것이지만 아쉬운 소리 하고 먼저 들고 온 사람은 나 아닌가? 

검은색의 늘씬한 놈이다. 소닉크래프트의 전작 OPUS파워가 제법 높이가 있는 편이었는데 신제품은 그리 높다는 인상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파워답게(?) 조금 더 큰 크기를 선호하는데 뭐 이 정도면 훌륭하다. 마크 프리를 들어내고 조심스럽게 파워앰프의 자리를 잡았다. 별 의미는 없는 것이지만 매직핵사도 바닥에 잘 고정했다. 다행히 전체적으로 공간이 적당하게 들어맞는다. 생각(?) 보다 무게는 혼자 옮길만하다. 헬스를 손 놓은 지 꽤 되었는데 아직 35kg 정도는 들 체력은 있나 보다. 매뉴얼 한 번 들여다보지 않고 일사천리로 케이블들을 체결했다. 반덴헐 파워코드까지 결속하고 나니 얼추 자리는 잡은 셈이다. 

마크레빈슨 프리를 얹으니 OPUS의 검은 전면 패널과 붉은 LED등이 100% 일치하지는 않지만 제 짝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잘 어울린다. 다행이다. 소리못지않게 디자인의 어울림이 내겐 중요한데 적어도 눈 밖에 나지는 않겠다. 다만 마크가 미니멀하면서도 라운드를 살린 여성적 디자인이라면 OPUS Signature파워의 경우 전체를 둘러봐도 라운드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네모 반듯함과 직선의 라인만이 있는 남성적 디자인이다. 이런 둘의 묘한 대조와 조화를 이루며 앞으로 나의 음악생활을 책임질 것이다. 

소리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안 썼다. 아직 전기를 먹여본지도 몇 시간 되질 않고 케이블 간의 매칭을 위한 적절한 전기흐름의 시간 정도는 주고 나서 평을 해야 기기에 대한 예의겠다. 하지만 소리의 첫인상은 일단 예전-럭스만 인티시절-보다 나빠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다. 앞으로 많은 얘기거리를 제공해 줄 녀석들이다. 기대가 된다.


[글 더하기]
오늘은 2024. 4.11.
 
저 개봉기 이후의 글들이 이전 블로그 자료에 아직 더 살아남아있는지 확인을 못했다. 추가적 내용을 더 전할 기회가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미리 초를 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저 파워앰프는 에이징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방출했을 것이다.
 
아직 오디오랙을 사용하기 이전의 시절이라 기기들을 되는대로 탑 쌓기 하면서 사용했었는데 열이 펄펄 나는 파워앰프 위에 올려진 프리가 영 보기 불편했고 무엇보다도 인티앰프에 길들여진 습관이 분리형 앰프 사용에 걸림돌이 되었다. 
 
특히 파워와 프리에 전원을 넣고 끄는 순서가 있다 보니 피곤했다. 대개 오디오 기기는 소리가 흐르는 순서대로 전원을 넣는다. 소스 - 프리 - 파워 순서이고 끌 때는 그 반대다. 보통 기기를 쌓아 올린 순서도 이를 따르기 때문에 어렵거나 복잡스런 일이 아닌데 파워 스위치 하나 더 올리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걸 못 이겼다. 
 
습관이 몸에 익는데 3주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말한다. 21일. 매일 오디오를 듣지는 못할 테니 21일을 채우는데 꽤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본문의 파워앰프가 과연 그 시간만큼은 버텼는지 다음 글을 찾아보면 알겠지모.
 
무언가 결심하고 21일을 버티는 힘. 습관이 무섭지만 습관을 만들기도 무서운 법이다. 
작심삼일을 일곱 번만 하면 되는데 다들 그걸 못하니 세상은 늘 어제처럼 잔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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