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09.4.28] 일본의 송영훈 - 하지메 미조구치 <yours; classic>

by 오늘의 알라딘 2024. 4. 15.

하지메 미조구치(Hajime Mizoguchi).

 

1960년생.  올해 우리 나이로 불혹의 시기를 지나 이제 쉰 살이 된 일본의 노장(?) 첼리스트이다. 어느 정도 메이크업의 영향이 있겠지만 아무리 봐도 제 나이를 추측해 내기 어려울 정도의 동안에다 호리호리한 몸매 모델 뺨치는 스타일리시한 그의 패션은 내 블로그를 통해 몇 번 언급된 우리나라 첼리스트 '송영훈'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게다가 방송 DJ나 작곡가 등 다방면의 넘치는 재능을 견주어 보면 더욱 그렇다. 애니메이션 <인랑>을 비롯해서 <도쿄타워>, <나의 지구를 지켜줘>의 주제가를 작곡한 작곡가이기도 하다.

전문 연주가 치고는 11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첼로를 시작한 그의 첼로는 적어도 이지리스닝을 추구하는 내게는 참으로 입 맛에 맞는 달콤함이 있다.  흡사 평단의 호불호가 엇갈리는 마이스키의 팝적인 첼로 연주와 주는 감동이 비슷하다. 

2006년의 'yours'앨범으로 시작된 'yours'시리즈 가운데  'yours;tears'(2008년)의 후속 앨범으로 'yours; classic'이 얼마 전 발매되었다.

지난 주말 교보 핫트랙에 들렸다가 집어든 이 앨범이 주는 편안함에 취해서 집에 오자마자 연거푸 전곡을 두 번 들었다.  상당한 수준의 고음질로 녹음된 바흐의 '프렐류드', 리스트의 '사랑의 꿈', 드뷔시의 '달빛',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 쇼팽의 '녹턴' 등 모두 그의 편곡으로 모두 13곡이 수록되어 있다.   음악을 떠나서 오디오파일용 음반으로도 손색이 없다.

주로 다른 현 하나 정도나 피아노 협주에 맞춘 그의 첼로 곡들은 혼란스럽게 엉킨 오케스트라 가운데 경쟁하듯 들어야 하는 첼로 협주곡들과는 달리 편안한 첼로 그 자체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한 장 구입해서 소장해도 별 불만이 없으실 것으로 추천한다.

기회가 된다면 그의 홈페이지에서 보다 많은 그를 확인해 보기 바란다.

하지메 미조구치 공식 홈페이지

 

Motel Chronicles 溝口肇 オフィシャルサイト

チェリスト、プロデューサーである 溝口肇のオフィシャルサイト

archcello.com

 


[글 더하기]

오늘은 2024.4.15.

 

오래된 글을 옮기기 위해 본문에 있는 홈페이지가 잘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로 오래간만에 그의 링크를 눌렀다.

 

맥북의 브라우저인 사파리의 문제인지 배경은 온데간데없이 홈페이지의 제목만 좌측상단에 표시되었다. 예전 이름도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Motel Chronicles'다. 굳이 번역하자면 모텔의 역대기? 연대기? 정도일 거니 처음엔 그의 홈페이지가 폐쇄되고 어느 호텔 매매 업자나 숙박업 관련 역사를 제공하는 곳으로 도메인이 옮겨간 줄 알았다.

 

작명의 의도까지 알 수 없으나 내가 과거의 오늘이었던 시간을 붙잡아 두는 장소로 이 블로그를 이용하듯 그 역시 그의 서사로써의 연대기들이 쉬어가는 모텔로 그의 홈페이지가 이용되길 바라는 마음일 것 같아서 묘한 동질감(?) 혹은 동료의식까지 느낀다. - 그런 면에선 홈페이지 관리가 영 부실하다. 작년 중후반에 글 하나 올라가 있는 것이 마지막이니.

 

나보다 열 살이 많은 그의 프로필을 읽어보면 역시 고만고만한 동시대를 살았음을 느낀다. 아는 클래식 지휘자로는 카라얀 밖에 없었던 시절에 그 역시 카라얀 덕에 피아노에 입문하고 카잘스의 첼로 연주을 보고 첼로를 잡았다. 모두 TV-틀림없이 작은 흑백이었을 것이다-화면으로 보고 말이다.

 

바보상자라고는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만 겨우 송출되었던 그 흑백들이 당시를 살았던 어린아이들에게는 세상 밖 미래를 암울한 현재와 연결해 주는 유일한  실물 동영상이었다. 누구에겐 흑백만화 마징가와 정의의 소년 캐산 덕에 오늘날의 로봇 산업과 AI가 있는 법이다. 그가 저명한 상업 첼리스트가 된 것처럼.

 

이제는 더 다양한 방식으로 더 화려한 컬러로 무려 8K의 해상도로 허다한 정보가 쏟아지지만 이젠 그 예전처럼 그것으로 누군가가 장래를 정하고 미래를 꿈꾸는 그런 일은 적어졌다. 너무 자세하고 너무 다양해서 굳이 무언가 '상상'으로 빈틈을 채우려는 욕구 자체를 죽여버리는 이유겠지.

 

다정도 병이란 말이 있다.

과한 것이 때로는 부족한 것을 무력화시키고 그 자리에 눕게 만든다.

 

바디프로필의 완성은 결국 커팅이다. 조금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지방을 깎아내는 것이 사람을 가장 건강히 보이게 만든다.


❤️ 수익을 위한 글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공감하트/구독하시면 그저 조금 더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