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회사에서 '임직원 자녀 초청 행사'를 실시했다.
전국에서 모인 초등학생 80명을 대상으로 레크리에이션, 중식, 이벤트 공연 (비보이, 마술쇼 등), 청소년 경제교실, 본사투어 순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아이에겐 부모의 회사를 체험하게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주로 저학년 콘셉트에 맞춘 탓인지 우리 아이는 재미(?)는 없었다고 한다.ㅋ
아무튼 아이를 회사에 맡겨놓고 우리 부부는 모처럼 단 둘이 미리 예약해 놓은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요즘의 화제작 <박쥐>.
워낙 미리 이런저런 소리를 다 듣고 가서 영화 보는 맛이 반감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줄거리? 이거 너무 별거 없다. 어느 누구의 평처럼 '사랑과 전쟁'의 흡혈 버전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박찬욱 감독의 계산되어 보이는 자극적 소재-예를 들면 천주교 신부, 흡혈, 성기노출 등등-들이 더 이상 관객들에게 자극적으로 먹히지 않는 느낌이다. 이미 관객들의 눈높이와 취향이 <올드보이>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다.
'어중간한 영화'.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의 연기에 대한 평은 그만두고서라도 이게 내가 느끼는 이 영화의 느낌이다.
야하지도, 잔인하지도, 웃기지도, 슬프지도, 게다가 긴장감도 없다. 중간중간의 와이어 액션에서는 정말 '깬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다.
박감독은 본인의 영화를 "시속 100마일로 직진하다 시속 100마일 그대로 좌회전하는 영화"라고 했다. 그걸 즐기는 사람에게는 잘 맞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멀미가 나게 하는 영화라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멀미'라도 나게 해야 하는데 이게 부족하다. 그 사이에 사람들은-아니면 나는- 너무나 자극적인 소재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져 있다.'올드보이'의 그 수법들이 이제는 너무 '올드'하다.
영화 박쥐의 영어 제목은 <Thirst(갈증)>라고 붙였다.
'뱀파이어'나 '드라큘라'같은 동명의 영어 제목들과의 충돌을 피하려 했는지, '피'에 대한 갈증을 표현하려 했는지 의도는 모르겠다.
하지만 정확한 것은 '관객'들이 대신 '갈증'을 느끼게 하는데는 성공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칸의 선택'의 목적이 궁금하다.
※ 사족 - 아직 안 보신분이라면 먼저 소개한 '7급공무원'이나 '터미네이터'를 보고 생각해도 크게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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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5.21.
통상 8번 칸의 초청을 받은 배우로 우리나라 영화판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배우 송강호의 작품치곤 개인적으로 그리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던 영화였다. 물론 본문의 <박쥐> 역시 2009년 경쟁작으로 출품되어 그의 4회 연속 칸 초청이라는 기염을 토했던 작품이었음에도 말이다.
그의 작품 중 관객수 1,000만을 넘은 영화가 넷이고 500만 관객이 넘은 작품이 13개나 되는 것을 생각하면 <박쥐>의 관객수 230만 명은 초라한 것이었고 대중으로부터 외면받은 수준이었으니 나의 평가도 영 똥눈은 아니다.
어찌 되었던 출연하는 작품마다 식상하기보다는 늘 어딘가 다른 변신을 꾀하는 그에게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한 줄이 생겼다. 영화와 연극이 아닌 '드라마'의 출연이 그것이다. 몇 페이지가 넘어가는 영화와 연극의 출연작 끝에 올해 처음으로 '드라마' 출연작이 생겼다.
비록 공중파는 아니지만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나온 <삼식이 삼촌>.
아직 본 드라마는 아니니 평을 내리기 조심스럽다. 포스터만 봐선 또 '야인시대' 느낌이 물씬 나긴 하는데 송강호처럼 감독 신연식 역시 드라마는 처음이라는 것이 내내 걸린다. 영화와 드라마는 촬영 호흡이 분명 다를 텐데 대형 스크린의 단편에 익숙한 감독과 배우가 과연 어떤 변신을 했을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또 한 번 박쥐의 갈증이 재현될지? 멋진 시장개척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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