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하면서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담아 출근했다.
몇 해 전 미국 출장길에 MetLife의 관계 증권사인 Walnut Street Securities, Inc의 기념품으로 얻어온 텀블러를 분주한 출근 준비길에 겨우 찾았다.
간 밤에 이것도 무슨 하늘의 계시인지, 문득 낼 아침에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사가지고 출근해야겠다는 생뚱맞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왕이면 집에서 내려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감행(?) 한 일이다.
이번 미국 여행길에 호텔에서 서비스로 제공하는 필터커피를 모아 온 것이 있어 그중 하나로 커피를 내렸다. 텀블러며 커피며 모두 미국 '기증품'되시겠다.ㅋ
출근하면서 신호대기시마다 운전대를 잠시 놓고 즐기는 커피 향이 쓸만하다.
다만 아침에 좀 더 부지런을 떨어야 하고 빈 텀블러를 집에 가지고 갈 일이 귀찮아지는 대목도 있지만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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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6.10.
직장생활에 있어서 영양제이자 진통제이자 마약 같은 게 있다면 커피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이 되기도 하고 식사 종료를 의미하는 라운드 벨이기도 하다. 지루한 회의에선 유일한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커피를 달고 산지도 몇십 년이 흘렀다는 말이고 매일 아침 마시는 방식도 그 시기와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지만 여전한 커피 사랑은 멈출 수가 없다.
핸드드립도 해 보다가 간편하게는 드립머신도 써보고 어디선가 사은품(?) 비슷하게 구한 엉터리 에스프레소머신도 사용했었지만 영 아니올시다여서 결국은 인스턴트(?) 캡슐머신으로 마무리되나 싶었다.
그러다 그야말로 카페 전성시대가 도래한데다 매머드, 이디야, 메가커피 같은 저렴한 체인 커피점들의 대거 등장으로 굳이 아침마다 텀블러를 챙기는 일은 곧 그만두었다.
사람이 변한다더니 입에도 못대던 커피맛에 눈을 뜬 아내를 위해 드롱기 커피머신을 들이면서 약간의 관리 공수가 들어가는 커피제조의 일대기가 다시 시작된다. 알맞은 커피를 고르고 물통을 관리하고 커피 찌꺼기를 자주 비워야 하는 일이지만 뭐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할만하다.
그러다 2021년부터 집에서도 제대로 된 에스프레소를 맛보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브레빌 920> 반자동 머신을 추가로 들이면서 (최소한의 의미로) 제대로 된 홈카페를 꾸리고 있다.
전자동 머신에 없던 별도의 원두 그라인딩과 그걸 포터필터에 담아 탬핑하는 수작업(?)이 추가된 것이지만 가히 미세한 조정에 따라 가압이 바뀌는 손맛을 경험하고 나면 가히 예술이 멀리 있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
덕분에 몇년째 아침마다 텀블러를 챙겨 출근하는 루틴이 '다시' 하나의 일과가 되었다. 더 괜찮아 보이는 머신들이 아른거리지만 에스프레소의 추출이란 것이 원리상 심플한 것이어서 아직은 잘 넘기고 있다.
아직 '이거다!' 하는 적당한 가격의 원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지만 그런대로 조금 포기하면서 정착한 원두로 매일 아침을 여는 덕분에 오늘 같은 월요일이 한결 수월하다.
역시 직장생활에 여전히 좋은 '약'이다.
지금도 텀블러 좁은 주둥이를 불어가며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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