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요즘 세상이 다 그렇지만 '미제' 쪼코렛을 최고로 알고 살던 시대는 지났다. 해외여행 길에 의례적으로 하나쯤 사 왔던 '파커 볼펜'은 이제 줘도 욕먹는 물건이 되었다.
적어도 소비재 공산품에서는 외국 것이 좋아 보이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명품이라고 불리는 것의 헤게모니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거나 유통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런 맥락에서 연회비 유효기간이 만료된 '코스트코'의 회원 재가입을 하지 않고 있다. 한 번 가면 많이 사 오긴 하는데 왠지 만족도가 낮다.)
한 열흘 전에 영어사전 하나를 구입했다고 한 적이 있다.
아침에 어떤 영문 아티클을 읽다가 'I'로 시작하는 단어를 찾을 일이 있어서 페이지를 넘기니...... 제길 불량이다. 소위 '파본'에 해당되는 놈이 걸린 것이다.
G의 첫 페이지 다음에 바로 I의 말미로 이어지는, 결론적으로 H는 아이예 없고 페이지 수로는 50페이지 정도가 날아간 녀석이다.
책 제본이라는 게 뭐 '첨단'의 물건도 아니고, 이런 게 국경을 넘어 한반도 코딱지만 한 나라의 나에게 걸렸으니 내가 재수가 없는 것인지 Longman의 품질관리 시스템이 엉망인 것인지? 이제는 국내에선 쉽게 발견하기 힘든 '낙장 파본'을 구경한 셈이다.
글의 서두를 '미제'로 시작해서 미국에 대한 오해가 있을까 싶어 밝혀둔다. Longman은 '영국'의 출판사이고, 속지를 보니 인쇄는 '중국'에서 된 것이다. (역시 대륙이 문제인가?)
남의 나라 물건이 이제는 더 이상 무조건 크게 보이진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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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6.17.
미국에서 사 온 것이 아니라 당시 회사 지하에 있던 대형서점인 반디앤루니스에서 샀던 것이라 내려가 교환을 해 왔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없다. 본문의 경우는 국내 구입이니 상관없지만 늘 삼성과 LG의 A/S에 익숙한 입장에서는 해외직구가 만연한 상황에선 수리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늘 걸린다.
아마존까지 가진 않더라도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에서 사는 물건들은 그래서 늘 한 번 쓰고 버려도 안 아까울 물건 고장 나면 그냥 폐기되는 물건에만 손이 나가는 법이다.
올초 테무가 국내에 진입하자 시험 삼아 2만 원 정도 하는 세차용 전동 폼분무기를 구입했다. 비슷한 용도의 국내 출시품-뭐 이역시도 대부분 중국에서 제조된 것이란 함정이 있지만-이 5만 원 이상인 걸 생각하면 저렴했다. 성능은 기대에 조금 못 미치지만 휠 정도 닦는데 뿌리는 용도로 그냥저냥 쓸 만했다.
하지만 재질 자체가 영 허투루인지 손잡이가 한번 부러져 순간접착제와 보수 테이프로 수선하자마자 이번엔 물통이 깨져 공기압이 다 샌다. 사용불가를 의미한다. 물통만이라도 다시 구입해 보려고 테무에 들어가 보니 판매자와 직접 연락할 방법은 없고 테무 고객센터 채팅방에 들어가니 AI가 응대한다. 결론적으로 내 경우 구입한 지 90일이 넘어 교환/환불이 불가능하다. 뭐 그런 기계적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 그렇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기대와 다르게 한 줄 더 채팅창에 달린다.
"특별환불로 처리해야 하는데 신청할래?" 특별환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지만 신청과 동시에 군말 없이 카드취소로 처리하겠는 내용의 메일이 함께 날아오면서 처리 완료! 당연히 고장 난 분무기의 번거로운 회수 따위는 없다.
쿠팡스러운 환불처리에 잠시 당황하면서도 제법인데?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불량과 불만사항이 없으면 좋겠지만 혹시 알리나 테무 같은 중국제품에 대한 기대가 없는 탓에 그냥 버리지 말고 컴플레인은 한 번씩 해 보기 바란다. 의외의 고객경험을 할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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