깁갑수의 '지구 위의 작업실'을 절반 가까이 읽어 가면서 그의 '자유함'이 한없이 부럽다.
방송국의 진행자로, 패널 토론자로, 외부 강연의 강사로, 시인이자 문학 평론가로 바쁘게 살고 있는 사람이지만 모두 '정규' 직업이 아니다.
밤새 글을 쓰거나 커피를 볶는 일에 몰두하여 며칠을-음악 듣는 일은 배경음악으로 항상 가능하므로 제외하더라도-소모하더라도 자기 통제 하에 시간을 운영할 수 있는 그가 부럽다. 모두가 글쓰기와 말하기 등 타고난 '文才'를 소유하고 있는 그 만의 '강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더 부럽다.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정규직이 아니니 '밥벌이'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으로 갖고 있는 정말 축복받은 사람이다.
내내 숫자에 불과하다고 우기곤 있지만 나이 마흔을 넘겨서부터는 세월의 속도감이 제법 실감 난다. 하루하루가 총알택시임은 당연하고 잠시 주어지는 나만의 시간들은 그 존재감을 느껴 보기도 어렵다. 퇴근해서 밥 먹고 잠들 때까지의 몇 시간. 월요일 출근을 앞 둔 주일 오후의 그 빛보다 빠른 '초고속'을 경험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아! 정말 아무 것도 안 하고 며칠 음악만 듣고 싶다. 그것도 좀 큰 볼륨으로. 그리고 밥은 한 끼 건너 주는 라면 정도로도 족하다. 태생적으로 식탐은 덜 타고났으니깐.
'이태백'을 넘어 '이퇴백'이 창궐하는 나라에서 무슨 호사에 겨운 소리냐 하겠지. 그래 욕먹어도 싸다. 욕해라. 그래도 부러운 건 부러운 거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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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6.19.
자신만의 능력을 바탕으로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고 누리면서도 적당한 벌이를 유지할 수 있는 자유로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은 지금도 여전하다.
다행히 회사가 적절한 은퇴 비용을 제공해 굳이 정년을 채우지 않고서도 조금 빨리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는 선배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난 아직 그 '적절한' 선택의 시점까지는 한참이 남은 데다 그 시기가 오더라도 선뜻 조기 퇴직의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평생을 생계형 월급쟁이로 살았는데 어차피 긴긴 노후생활에 스스로 뛰어들 수 있을까? 한 번에 쥐어질 목돈의 유혹이 없진 않겠지만 이후로 계속 놀 것도 아니고 또 다른 직장을 찾아 기웃거려야 한다면 굳이 그 길에 빨리 들어설 이유가 없어 보이기도 하다.
결국 본문의 누구를 그렇게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수십 년간 몸에 밴 조직 시스템과의 분리불안을 겪고 있는 셈이다. 자연인과 귀촌을 꿈꾸면서도 이를 실제 감행하거나 성공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긴. 생각하고 꿈꾸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있다면 그건 꿈이거나 로망이 이미 아니겠지. 아니면 나의 척박한 생활 역시 내가 김갑수 씨에게 느끼는 그런 것처럼 혹시나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위안하는 편이 낫겠다.
김갑수 씨도 필시 남모를 고민도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를 부러워하며 살 거다.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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