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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오늘

[2009.7.20.] 월요병 넋두리

by 오늘의 알라딘 2024. 6. 19.

깁갑수의 '지구 위의 작업실'을 절반 가까이 읽어 가면서 그의 '자유함'이 한없이 부럽다.

 

[2009.7.16.] 책 소개, 사람 소개 - '지구위의 작업실' 김갑수

회사 화장실에서 앞 손님(?)이 버리고 간 화장실에 어울리는 '조선일보'를 주워 쭈욱 열독을 했다.  보통은 발 빠른 청소 아주머니 덕에 화장실에 신문이 남아나지 않는데 오늘은 횡재수가 있다.

aladdin-today.tistory.com

 

방송국의 진행자로, 패널 토론자로, 외부 강연의 강사로, 시인이자 문학 평론가로 바쁘게 살고 있는 사람이지만 모두 '정규' 직업이 아니다.

밤새 글을 쓰거나 커피를 볶는 일에 몰두하여 며칠을-음악 듣는 일은 배경음악으로 항상 가능하므로 제외하더라도-소모하더라도 자기 통제 하에 시간을 운영할 수 있는 그가 부럽다. 모두가 글쓰기와 말하기 등 타고난 '文才'를 소유하고 있는 그 만의 '강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더 부럽다.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정규직이 아니니 '밥벌이'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으로 갖고 있는 정말 축복받은 사람이다.

내내 숫자에 불과하다고 우기곤 있지만 나이 마흔을 넘겨서부터는 세월의 속도감이 제법 실감 난다. 하루하루가 총알택시임은 당연하고 잠시 주어지는 나만의 시간들은 그 존재감을 느껴 보기도 어렵다. 퇴근해서 밥 먹고 잠들 때까지의 몇 시간. 월요일 출근을 앞 둔 주일 오후의 그 빛보다 빠른 '초고속'을 경험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아! 정말 아무 것도 안 하고 며칠 음악만 듣고 싶다. 그것도 좀 큰 볼륨으로. 그리고 밥은 한 끼 건너 주는 라면 정도로도 족하다. 태생적으로 식탐은 덜 타고났으니깐.

'이태백'을 넘어 '이퇴백'이 창궐하는 나라에서 무슨 호사에 겨운 소리냐 하겠지. 그래 욕먹어도 싸다. 욕해라. 그래도 부러운 건 부러운 거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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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6.19.
 
자신만의 능력을 바탕으로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고 누리면서도 적당한 벌이를 유지할 수 있는 자유로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은 지금도 여전하다.
 
다행히 회사가 적절한 은퇴 비용을 제공해 굳이 정년을 채우지 않고서도 조금 빨리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는 선배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난 아직 그 '적절한' 선택의 시점까지는 한참이 남은 데다 그 시기가 오더라도 선뜻 조기 퇴직의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평생을 생계형 월급쟁이로 살았는데 어차피 긴긴 노후생활에 스스로 뛰어들 수 있을까? 한 번에 쥐어질 목돈의 유혹이 없진 않겠지만 이후로 계속 놀 것도 아니고 또 다른 직장을 찾아 기웃거려야 한다면 굳이 그 길에 빨리 들어설 이유가 없어 보이기도 하다.
 
결국 본문의 누구를 그렇게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수십 년간 몸에 밴 조직 시스템과의 분리불안을 겪고 있는 셈이다. 자연인과 귀촌을 꿈꾸면서도 이를 실제 감행하거나 성공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긴. 생각하고 꿈꾸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있다면 그건 꿈이거나 로망이 이미 아니겠지. 아니면 나의 척박한 생활 역시 내가 김갑수 씨에게 느끼는 그런 것처럼 혹시나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위안하는 편이 낫겠다.
 
김갑수 씨도 필시 남모를 고민도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를 부러워하며 살 거다.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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