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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하다 가랑이 찢기/오디오 음악감상

[2009.7.29.] 우리 동네 오디오 이야기(2) - 금잔디 칼라스

by 오늘의 알라딘 2024. 7. 4.

집에서 한 두 정거장 떨어진 곳에 단장의 '미아리고개'가 있다. 

요즘은 그 세가 예전만은 못하지만 사주팔자며 운명역술을 좀 한다는 무당, 점쟁이들의 용하다는 점보는 집이 밀집해 있는 바로 그곳이다. 

이런 곳에 생뚱맞게 오디오 전문점 그것도 스피커를 직접 생산/판매하는 곳이 있는데 바로 칼라스 스피커로 유명한 '금잔디 음향'이다. 한 때 용산으로의 진출을 시도했다가 다시 이곳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역시 오디오 업계라는 것이 녹록지 않은 곳인가 보다. 

칼라스는 카산드라와 카이로스, 아틀란티스로 연결되는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몇몇 업체의 관행처럼 해외 유명 유닛에 의존하기보다는 나름의 고집으로 선별된 국산 중심의 유닛과 인클로저 설계, 네트워크 튜닝을 통해  스피커 양산 업계의 역사를 쓰고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전문 기업이다. 마치 진공관 앰프에 Tone이 버티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비록 아파트 상가에서 근근이 생산을 이어가는 전형적인 국내 1인 기업의 한계를 갖고 있지만, 고차 네트워크 개발 및 튜닝 능력에 대해서는 남다른 자부심과 긍지를 확인할 수 있다.  가끔 그 도도한 자긍심 때문에 안티를 부르기도 하지만..ㅋ

세련된 유통 채널과 마케팅 여력만 있으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대접을 받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애호가 한 사람으로서의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지난 2009 아이어쇼에서 유난히 좁은 금잔디 부스(방이라는 표현이 맞겠다)를 가득 매운 오디오파일들을 보면 적어도 국내 오디오 시장에서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메이커로 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제오늘 우연히 금잔디 홈페이지를 보면서 동네에 이런 곳이 있었는데도 한 번 방문해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마침 김상윤사장님과 몇몇 말씀을 나눈 끝에 오늘 저녁에 잠깐 시청실을 방문하기로 했다.

사용자 층이 넓지 않아 자세한 사용기를 확인할 길이 없는 금잔디의 플래그십인 '아틀란티스'를 집중적으로 들어볼 생각이다.

다행히 국산 스피커의 착한 가격대 때문에 얼마든지 사정권 안에 들어오는 콘셉트이다.

푸근한 배음의 홀톤을 갖게 하는 탄노이의 중저음과 크레모나의 명징한 중고역을 두루 갖은 녀석이라면 또 '2차 삽질'의 시작이 될지도 모르겠다.

요샌 정말 이런 새로운 것을 기웃거리는 것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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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을 올린 어제 오후 늦게 금잔디 음향을 방문했다.

이제껏 금잔디를 통해 출시된 칼라스 스피커들이 좁은 시청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사진 속으로 상상했던 것보다는 적은 공간이라 저음의 부밍이 걱정될 정도였는데 그건 기우였다. 

아틀란티스만을 시청했고 여러 장르를 '잠깐'씩 들어 본 것이라 총평을 하긴 어렵지만, 유수의 하이엔드와 비교해도 전혀 밀릴 것이 없다는 것. 물론 디자인의 호불호며 제품의 마무리 같은 감성 품질에는 갈 길이 좀 남아있지만.

럭스만 TR앰프에  물려 시청하다가 판테온과의 상성을 알아보기 위해 진공관으로 듣고 싶다고 부탁드렸다.  이연구소의 '우륵'이라는 얼른 봐도 한 참전에 출시된 KT-88(혹은 호환관일 수도 있겠다) 진공관 앰프에 물려주신다. 

결론적으로 질감은 진공관이 좋았지만 주로 들은 파워 넘치는 대편성이나 타악기 연주의 경우 TR앰프가 좋았다.

혹시 내 블로그를 금잔디의 김사장께서 보실 일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정성껏 시청을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한다.

얼른 돈 많이 버셔서.... 더 좋은 공간에서 작업도 하시고 시청실도 넓혀 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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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7.4.

 

본문의 칼라스 금잔디음향은 언제부터인지 '케이사운드랩'으로 사명이 변경되어 있다. 지나치게 한국적 네이밍 탓에 금잔디란 이름대신 칼라스란 브랜드명이 사명을 대신하기도 했는데 잘 한 듯하다. 위치도 더 강북으로 들어가 도봉로에 새 보금자리를 튼 것으로 보여 더 이상 한동네에 있다고 할 수 없게 되었다. 

 

 

케이사운드랩

CALLAS SPEAKER “Callas Speaker는 Passive Network 튜닝을 통하여 가장 이상적인 소리를 만들어 내는 데 그 역량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smsp.barunweb.co.kr

새로 만든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기존 아틀란티스급 기함들은 보기 어려워졌고 전에 없던 궤짝형 스피커가 제일 고가의 물건으로 등재되어 있는데 출시 모델마다 디자인이 중구난방이다. 좋게 말하면 1인 공방치곤 꽤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디자인 콘셉트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뭐 어찌 되었건 척박한 오디오 시장에 자체 브랜드의 생산으로 여태껏 버티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제작 능력과 사후 관리능력은 검증된 셈이다. 대표 1인에 의존하는 형태라 앞으로 얼마나 더 명백이 유지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메이커의 안위가 계속되길 기원한다.

 

앞으로 계속 풀어갈 이야기이지만 사진 속 스피커가 아직도 우리 집 메인인 것을 스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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